올해 1분기 반도체 실적, 외형·수익면 모두 글로벌 경쟁사에 뒤처진 상황으로 조사
글로벌 반도체 기업 패권 다툼 속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 수포 위기 우려 커져
장기적인 ‘초격차’ 유지 위해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문 경쟁력 확보 시급한 문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 사법리스크 장기화 상황…삼성전자의 가장 큰 고민

글로벌 반도체 기업.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반도체 기업.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반도체 실적이 외형과 수익면에서 모두 글로벌 경쟁사인 인텔과 TSMC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시장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예상되면서 DRAM(디램) 가격 급등 등 반도체 장기호황의 영향을 힘입어 2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패권 다툼 속에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이 수포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등 카드로 파운드리가 손꼽힌다. 전문가들은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키워야한다는 제언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를 중심으로 국내 수급 안정화와 세계 시장 공략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액 19조원, 영업이익 3조37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8% 가까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 감소한 수치였다. 올해 반도체 시장의 슈퍼사이클 호재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인텔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인텔의 1분기 매출액은 197억달러(약 22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37억달러(약 4조1000억원)를 기록했다. 작년동기대비(매출 198억달러, 영업이익 70억달러) 실적이 악화된 상태였다. 

인텔은 연초 노트북 PC 수요는 크게 늘었지만 주력인 데이터센터용 서버의 부진이 지속돼 실적이 저조했다. 최근 중앙처리장치(CPU·Central Processing Unit) 부문에서 AMD와 엔비디아의 위협을 받고 있는 인텔의 실적도 썩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삼성전자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까지 삼성전자가 인텔에 매출은 뒤져도 영업이익은 앞섰지만 올해 그 공식이 깨졌다.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29억달러(약 14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53억6000만달러(약 6조원)로 모두 사상 최고였다. 삼성전자보다 매출액은 4조원이나 작은데 영업이익은 2배 가까이 높았다. TSMC는 지난해까지도 삼성전자와 영업이익에서 엎치락뒤치락 했으나 이번에 큰 차이로 삼성을 따돌린 것이다.

TSMC는 전세계 56%에 달하는 점유율을 앞세워 5㎚(나노미터·10억분의 1m)와 7nm 등 첨단 초미세 공정에서 매출의 절반을 벌어들이며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 성적이 부진했던 이유로 예상치 못했던 천재지변과 투자비용 증가를 꼽았다. 올 연초에 미국 텍사스주의 이상 한파로 오스틴 지역 소재의 파운드리 생산라인 반도체 생산 공장이 정전 사태로 인한 셧다운(가동 중단)의 장기화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다. 또 선단공정(최첨단 공정) 전환에 따른 초기 투자비 증가했다.

오스틴 공장이 한 달 이상 멈춘 탓에 3000억∼4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평택 P2라인 등에 고가의 EUV(극자외선) 장비가 투입되면서 비용이 증가했다. 또 D램 가격은 강세였지만 NAND Flash Memory(낸드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되며 메모리 부문의 성적도 신통찮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부문의 부진에서 찾는다. 삼성전자는 선단공정인 5나노 파운드리에서 지속적으로 수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양품을 곧바로 생산해내지 못하면 버리는 웨이퍼가 많아 손실이 발생함은 물론,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기업들이 생산을 믿고 맡기기도 어렵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시스템 반도체 부문도 아직 이렇다 할 수익을 못 내고 있다. 소니에 이어 2위인 CMOS 이미지센서 정도가 체면치레하고 있지만 시장이 크지 않다.

증권가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가 메모리 부문에서 3조5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문에서 1000억원 정도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했다.

오스틴 공장의 손실을 고려해도 전세계적인 반도체 및 파운드리 공급부족 사태를 고려하면 저조한 성적표다. 비메모리의 부진으로 삼성전자의 1분기 반도체 영업이익률은 17.7%까지 떨어졌다. 2019년 3분기(17.3%)에 이어 최근 5년 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로 TSMC(41.5%) 영업이익률의 절반 이하였고 최근 삼성보다 낮았던 인텔(18.8%) 수준에도 못 미쳤다.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에 따른 우려를 고려한 듯 1분기 실적발표 때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주력 생산 제품까지 사전에 공개하며 전례 없는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메모리 부문에서 하반기에 15나노 DRAM과 128단 6세대 V NAND Flash Memory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첨단 EUV를 적용한 14나노 DRAM 생산에 돌입한다고 소개했다. 하반기에 176단 7세대 V NAND Flash Memory 양산에도 들어간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전망은 나쁘지 않다. 일단 삼성전자는 점유율 1위인 DRAM 가격 급등에 힘입어 2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분기 DRAM 가격이 20∼28% 급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장기적으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선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문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전 세계적인 파운드리 공급부족 사태 속에서도 비메모리가 약한 탓에 수혜를 보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을 뒤집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보이고 있다. 나노미터 경쟁 등 미세화공정은 물론 각각의 기능을 가진 칩을 하나로 묶어내는 ‘패키징’에도 힘을 모은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앙처리장치와 메모리 반도체를 묶어 하나의 반도체처럼 작동하게 하는 ‘반도체 패키지’ 신기술을 공개했다. 반도체 패키지 기술은 ‘레고 블록 쌓기’ 같이 빈틈없이 칩들을 배열해 효율성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파운드리 분야에서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등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러 개의 칩을 1개의 패키지 안에 배치하면 전송속도는 높이고 패키지 크기는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쉬워보이지만 실제로 구현하는 데는 상당한 기술적 난이도가 있다. 하나의 패키지에 여러 칩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연결하는 반도체끼리 간섭을 받으면 안 돼 선로를 보다 미세하게 설치할 수 있어야 하고 전력 공급도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해 어려움이 존재한다.

또 삼성전자는 일단 내년 이후 선보일 3나노 파운드리부터 기존 ‘핀펫’ 공정 대신 차세대 구조인 ‘GAA(Gate-All-Around) FET’ 공정을 적용해 TSMC와의 기술 격차를 뒤집는다는 계획이다. GAA 공정은 5나노 제품과 비교해 칩 면적을 약 35% 이상 줄일 수 있고 소비전력을 50% 감소시키면서 성능은 약 30%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불을 당긴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삼성전자가 취할 입장을 놓고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의 요청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TSMC의 막대한 자금력을 어떻게 따라잡느냐도 삼성전자에 주어진 과제다. 

TSMC와 삼성전자의 연간 반도체 투자금액은 30조∼40조원으로 비슷하지만 파운드리에만 쏟아 붓는 TSMC와 달리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을 병행하는 삼성전자는 양쪽 공정에 분산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들의 반도체 증설 경쟁은 이미 불이 붙었다. 삼성전자는 당장 미국에서는 17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추가 건설을 하고 국내에서는 30조∼50조원 규모가 될 평택캠퍼스 P3 라인의 신규 투자 결정을 앞두고 있다.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112조원)가 넘는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가운데 미국 애리조나에 짓는 파운드리 공장도 1개에서 최대 6개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기 위해 무리하게 파운드리 투자에 집중하면 메모리 사업의 1위 지위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 속에 굵직한 반도체 업체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도 들리고 있지만 현재로선 결정된 바가 없는 게 삼성의 모습이다”며 “삼성전자가 TSMC 추월 전략을 할지, 아니면 메모리와 균형을 맞추며 따라가는 수준에 만족할지 확실한 전략이 있어야 하지만 총수 부재, 사법리스크 장기화 상황에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고민이 클 것이다”고 설명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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