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란도는 ‘국제무역항’이었다

사진출처= 영화 '쌍화점' 포스터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고려가 농경국가라고 생각한다면 거대한 착각이다. 고려는 농경국가가 아니라 국제무역국가이다. 그 당시 전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국제무역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국가가 바로 ‘고려’다.

코리아(korea)라는 말이 서방세계에 퍼진 것도 이때라고 할 수 있으니 고려가 얼마나 거대한 국제무역국가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태조 왕건의 기반은 바로 송악(개성)이다. 태조 왕건의 선조들은 송악의 무역항 벽란도를 기반으로 통일신라시대부터 무역을 통해 경제적 기반을 다질 수 있었고, 삼국 통일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려는 '국제무역국가'이다.

그렇게 해서 고려를 일으켰고, 고려를 발전시켰다. 벽란도는 태조 왕건의 기반이다. 그런 벽란도가 고려시대 때 국제무역항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역사적 사료로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고려가요 ‘예성강곡’이 있다.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에 그 유례가 전해지고 있다. 송나라 거상 중 ‘하두강’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이 ‘하두강’은 ‘바둑’의 고수였다. 그런데 벽란도 저잣거리에서 여인을 만났는데 그만 홀딱 반해버렸다고 한다.

그 절세미녀는 개성상인의 부인이었다. 거간꾼들을 통해 뒷조사를 해보니 바둑을 심히 좋아했다는 것이다. 이에 남편과 내기 바둑을 두게 됐다.

하두강은 처음에는 자기 실력을 속이고 남편에게 계속 져줬다. 그러다가 슬금슬금 본 실력을 발휘, 남편의 재물을 거의 다 빼앗아 버린다.

그러자 남편이 아내를 볼모로 내기 바둑을 두게 된다. 하지만 하두강 실력에 못당해서 결국 남편은 아내를 빼앗기게 된다.

하두강은 절세미녀를 배에 싣고 흥겹게 뱃노래를 부르며 송나라로 떠난다. 속임수 바둑에 걸려 아내를 빼앗긴 어리석은 남편은 벽란도 부둣가에서 울며불며 한탄하는 노래를 지어 불렀는데 그것이 고려가요 ‘예성강곡’의 전절(前節)이다.

일각에서는 고려가요 ‘가시리’가 고려가요 ‘예성강곡’의 전절이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는데 국문학자들 상당수는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

어쨌든 남편의 부덕함으로 송나라로 팔려가게 된 여인은 배 안에서 절개를 지키고, 빠져 죽겠다고 협박하면서 몸을 허락하지 않았고, 배가 황해 복판에 이르렀는데 도무지 빙빙 돌면서 전진을 하지 않았다.

이에 배에 탔던 점쟁이가 “이 배에 한맺힌 절부가 있노라. 이 여자를 데리고 더 지체하면 배가 뒤집힌다”고 말하니 하두강은 하는 수 없이 뱃머리를 돌려 벽란도에 이 여인을 내려놓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배에서 내린 여인이 야속한 남편을 원망하며 한맺힌 심정을 노래한 것이 ‘예성강곡’의 후절이다.

예성강곡은 고려 당시 송나라와의 교역을 너무나 잘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송나라와 고려 사이에서 국제결혼이 흔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벽란도에는 ‘당녀(唐女)’가 있었다. 당녀는 ‘당나라에서 온 계집’이라는 뜻으로 소위 중국에서 온 창녀라는 뜻을 담겨 있다.

중국에서 온 창녀를 ‘송녀(宋女 : 송나라 여인)’도 아닌 ‘당녀(당나라 여인)’이라고 부른 이유는 탕녀(蕩女 : 행실이 음탕하고 바르지 못한 여인)과 비슷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다.

어쨌든 중국 송나라에서 온 창녀가 벽란도에 있었다는 것은 벽란도가 그만큼 국제무역항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벽란도가 국제무역항이었다는 증거는 또 있다. 고려가요 ‘쌍화점(雙花店)’이 바로 그것이다. 내용은 “雙花店(쌍화점)에 雙花(쌍화)사라 가고 신댄 回回(회회)아비 내 손모글 주여이다. 이 말삼미 이店(점)밧 긔 나명 들명 다로러 거디러. 죠고맛간 삿기광대 네마리라 호리라. 더라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다로러 긔자리예 나도 자라 가리라 위 위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니 잔 대가티 덤거츠니 업다 …”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쌍화점에 쌍화 사러 갔는데 회회아비가 자신의 손목을 잡더라면서 남녀가 함께 잠자리를 가졌다는 것이다.

국문학자들 사이에서 ‘쌍화’가 무엇이냐라는 논란이 있다. 대다수는 쌍화를 ‘만두’로 이해하고 있지만 회회아비가 장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쌍화가 만두가 아니라 ‘보석’ 혹은 ‘유리세공’이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회회아비는 아라비아 상인을 말한다. 아라비아 상인이 고려에 와서 만두를 판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아라비아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유리세공’이라는 점에서 유리세공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어쨌든 회회아비(아라비아 상인)이 고려에 와서 고려 여인과 잠자리를 같이했다는 점에서 벽란도가 국제무역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벽란도는 그야말로 다문화 항구였다는 것이 고려가요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고려는 국제무역국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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