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금리 상승세 가속, 1%포인트만 올라도 이자 12조원 늘게 돼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은행별 천차만별, 서민고통 해소에 소극적 비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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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자 부담에 대한 우려가 가속화되고 있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가계 대출 이자 부담이 12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

이 가운데 시중 5대 은행이 금리인하 대상 고객 안내에 소극적이고 은행별로 그 차이가 커 차주 부담을 우려하는 금융당국과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그간 늘어난 가계 대출이 대출금리 상승에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에 대책을 주문하던 금융권 모습과도 차이가 있다.

14일 한국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가 지금보다 1%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가 추가로 물어야 하는 이자는 11조 8000억 여원에 이른다. 

특히 대출자를 소득별로 살펴볼 경우 우려는 깊어진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계신용(대출) 총잔액은 1630조원으로 소득분위별 금융부채 비중은 1분위(소득 하위 20%) 3.9%, 2분위 9.4%(20~40%), 3분위 17%(40~60%) 4분위 25.6%(60~80%) 5분위 44.1%(소득 상위 20%) 수준으로 집계됐다. 만일 대출금리가 현 시점에서 1%포인트 오를 경우 소득 상위 20%(5분위)를 제외한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늘어나는 이자의 절반이 넘는 6조 6000억원의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되는 것이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 72% 수준, 대출금리 상승시 저소득층 피해 더 커

더욱이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 중 3, 6개월 단위로 금리를 조정하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2% 수준이라 대출금리 상승시 차주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한은은 가계대출 잔액에 금리 인상폭(1%포인트)을 곱해 추가 이자 부담 11조 8000억원을 산출했다.

금리가 1%포인트 올라가면 최저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 기준 이자 총액이 30%이상 늘어나게 된다. 가계대출에 비해 이자가 비싼 비은행권 대출을 받는 비중이 높은 자영업자들의 경우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이자부담이 5조 2000억원 규모다.

실제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4분기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신용대출 최저금리는 지난해 7월 말 연 1.99%에서 지난 11일 기준 연 2.61%로 오른 상태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0.3%포인트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들어서는 은행들이 신용대출에 이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올리고 있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지난 5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올렸고, 농협은행은 8일부터 주담대 우대금리를 연 0.3% 포인트 인하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로 은행의 우대금리가 줄었고 시장금리는 올랐기 때문.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에 영향이 큰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작년 7월 말 0.761%에서 지난 11일 기준 0.885%로 6개월여 만에 0.124%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백신 접종 등 영향으로 올 하반기 인플레이션이 커질 경우 기준금리 인상 등 금리 인상 요인이 많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금리 상승 조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계대출 속도는 가속폐달을 밟은 듯한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03조1000억원으로 집계돼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대출금리 상승이 예견되고 있기에 금융권에서는 너도나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는 것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은행들이 고객의 대출 금리 인하 요구를 수용한 비율이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 대출이자 줄이는 고객 금리인하요구권, 잘 시행되고 있나 살펴봤더니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 수 신용이 개선된 고객들이 은행에 금리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금리인하요구권'을 이용해 5대 시중은행에서 작년 1∼10월 대출이자 절감 혜택을 본 고객은 2만 9000명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해당 기간 금리인하 혜택을 받은 고객 수가 은행 별로 2000~9000명까지 차이를 보였으며 5대 시중은행 중 3곳은 고객의 금리인하 요구를 수용한 비율이 절반에 못 미치거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은행별 차이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보면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은 고객 수는 농협은행이 9334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7063명, 국민은행 5912명, 우리은행 4877명, 하나은행 1932명 순으로 나타났다.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수용건수/신청건수)로는 NH농협은행 96.4%, 우리은행 72.7%, 하나은행 53.2%, 국민은행 46.7%, 신한은행 43.2% 순이었다.

이같은 차이는 신청건수와 수용률 등에 따른 통계 집계 방식이 달라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통일된 집계방식을 정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다. 그러나 은행들이 고객에 대한 금리인하요구권 안내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경우 대출 신규, 연장, 조건 변경 시 가계대출상품설명서에 금리인하요구권이 표시돼 있는 정도거나 연 1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정도다. 일부 은행의 경우 금리인하요구권 대상 대출에 대해 '미스터리쇼핑'을 정기적으로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객들이 자신의 권리를 알고 요구하기에는 미흡한 안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비교하면 시중은행들의 소극적 행태는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9년 3분기부터 분기마다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이 변경된 고객을 대상으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알림을 모바일 앱 '푸시'로 보내는 등 적극적 안내를 진행 중이다.

모바일 앱을 통해서도 신용점수 상승과 대출 금리 인하 가능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덕분에 카카오뱅크에서 지난해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해 이자액 인하 혜택을 받은 고객 수는 9만명에 이른다. 5대 시중은행을 합친 인원보다 3배 정도 많다. 

결국 시중은행들이 고객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한 서민경제 침체 및 은행 금리 상승 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는 상황에서 늘어난 가계 대출이 대출금리 상승에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에 대책을 주문하던 금융권 모습과도 간극이 크다.

천차만별인 금리인하요구권 현황을 공개한 윤 의원도 금융당국 노력과 함께 "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시중은행들에 주문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과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 통일된 금리인하요구권 운영기준을 마련하고 상반기 내에 은행들이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안내를 고객에게 더 적극적으로 하도록 하는 내용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관치금융 과도한 개입이라는 등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책에 불만이 높았던 시중은행들이 정작 자신들의 의무를 소홀히 해 당국이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 것은 자승자박 꼴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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