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제자리 속 시중은행 대출금리 계속 오르는 상황
지난 1월 변동금리 비중 70%로 집계, 금리 상승시 경기 악영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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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차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정지 상태지만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차주 이자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경기 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칠 터라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차주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한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책만으로는 대출금리 상승 속 리스크를 낮추기 어렵다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빚은 1726조 1000억원에 이른다. 1년전보다 125조 6000억원 늘었고, 사상최대치다. 연이은 부동산 대책 실패로 집값만 상승하면서 내집마련을 위한 대출이 많았고, 주식시장에 빚을 내고 뛰어드는 이들도 많았던 것이 가계빚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상 최대치의 가계빚. 이 가운데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5월부터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기준금리가 0.5%로 낮아지며 연 1%대 대출을 내놨던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계속 오르는 추세다. 1월 25일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대출금리는 연 2.59~3.65%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말 1.99∼3.51%였던 것과 비교하면 적게는 0.14%에서 많게는 0.6%p까지 뛴 셈이다.

쉽게 말해 1억원을 신용으로 대출받은 이의 이자부담은 연 60만원에 이른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2.25%에서 3.95%였던 것이 최저 금리가 0.09%p 높아지면서 연 2.34%에서 3.95%로 상승하며 이자부담이 크게 늘었다.

은행 대출금리는 점점 더 오를 것이라는 게 금융권 전망이다.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는 그대로인데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배경부터 알아야 한다. 은행 대출금리 상승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은행들이 각종 우대금리를 없애거나 축소해 최저 금리가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더해 코로나 극복을 위한 국채발행이 늘어나면서 국채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도 대출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채금리가 상승하며 은행들이 대출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은행채 금리도 함께 오르며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현 상황에서 신용대출의 기본금리인 은행채 금리가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 상승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시장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국채 발행에 따라 시중에 풀리는 돈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4차 재난지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9조 9000억원 규모의 국채발행이 예정돼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집합금지 및 제한업종들에 대한 손실보상법이 제정될 경우 국채를 또 발행해야 할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시중에 풀리는 돈이 많아지게 되면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지게 되고 이는 금리상승 가속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출금리 상승이 전망되고 있다. 이는 곧 대출을 받은 이들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것도 국내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1월 50% 이하였던 변동금리 대출은 지난 1월 70%를 넘어섰다. 대출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이들은 이자 부담에 휘청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시장 논리상 대출이 증가하면 금리가 상승하고, 금리 상승으로 인해 연체가 증가하게 되면 부실 단계로 접어들게 되는데 현재가 금리 상승 시기라 이른바 '영끌족' '빚투족'들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동금리 대출 70%라는 집계는 10명 중 7명이 금리 상승에 따라 달라지는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는 말과 같기 때문. 이런 까닭에 대출금리 상승은 가계의 빚더미를 불리고 결국 시장과 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정작 대출 금리를 신경써야 할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급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대책 마련에는 늦장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임원회의서 "자산 가격의 조정 가능성에 대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3일 공개서한을 통해 "가계부채 급증은 향후 경제주체들의 소비제약으로 작용해 우리 경제에 부담이 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등 가계 부채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다. 그러나 이 발언 외에 특단의 대책이라고 할 만한 방안을 마련하거나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달 중순즈음 관련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는 있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개인별로 적용, 원리금과 소득을 따져 상환능력에 따라 돈을 빌려주는 식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는 개인 상환 능력에 맞게 대출을 내주겠다는 대출 규제책에 머무르는 수준이라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리스크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까닭에 금융당국이 4월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정치권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금융당국 역시 시장을 주시하고 고심하고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시점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부채 및 기업부채 부담이 커지면 경기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채 증가속도를 억제하는 근본적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권에서도 금리 상승 가속화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연착륙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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