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실손보험료 큰 인상폭 vs 7월 4세대 실손 출시 사이 고민하는 가입자 많아
실손보험, 높은 손해율로 가입창구 줄고 보험료 인상 거듭…보험사 향한 비판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갱신시 누적 인상률이 50%, 최대 1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실손보험 가입자들 및 예비가입자들은 고심이 깊다. 갈아타야 할지, 새로 출시되는 신상품을 기다려야 할지, 높은 보험료를 내더라도 만일을 위해 유지해야 할지를 두고 조언을 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기존 실손보험 갱신에 뜨거운 감자가 된 실손보험 선택지를 받아든 이들,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까.

최근 보험 관련 사이트 및 커뮤니티에서는 실손보험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글들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말, 기존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인상 소식이 들려온 데 이어 금융소비자연맹은 보험료가 싸다는 이유만으로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탈 경우 오히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소비자주의보를 발령했기 때문. 이로 인해 실손보험 기존 가입자를 비롯해 아직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실손보험 가입기간, 상품 보장내용 등 잘 살펴야

그 고민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구 실손보험을 버리고 갈아탈 것인가 △지금 판매 중인 신 실손보험(3세대)으로 갈아타거나 가입할 것인가 △기존 보험서 교체하거나 가입을 위해 7월 출시되는 4세대 실손보험을 기다릴 것인가다.

선택에 앞서 우선 자신의 실손보험이 언제 가입한 상품인지, 4세대 실손보험 보장내용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가장 처음 나온 구(1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9월까지 판매됐다. 자기부담금 없이 해외 치료비까지 보장하는, 가장 보장범위가 넓은 상품이다. 그 뒤를 이어 출시된 표준화(2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상품으로, 본인이 낸 치료비 중 10~20%를 본인이 부담한다.

2017년 4월부터 판매 주인 신(3세대) 실손보험은 도수치료 등 비급여치료를 특약으로 분리하고 20~30%를 자기부담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3세대에 이어 오는 7월 출시돼 판매예정인 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치료를 특약으로 분리해 보험료 부담을 낮췄지만, 자기부담금을 30% 높였고 받은 보험금에 따라 최고 3배까지 차년도 보험료가 할증될 수 있다.

상품 액면만 보자면 자기부담금이 아예 없거나 적은 기존 보험료가 나을 수 있다. 금융소비자연맹도 산품의 보장급부만 살필 땐 오래된 상품이 가입자에 더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보험료 인상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병원에 자주 가지 않거나 연령대가 비교적 어리다면 기존 실손보험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보험업계가 2세대 실손보험료를 평균 10∼12% 올렸는데 여기에 3년, 5년주기 갱신기간 인상률이 포함되면서 50% 정도 오른 보험료를 내야 했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까닭에 '구 실손보험을 버리고 갈아탈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자신의 연령 및 병력을 꼼꼼히 따져봐야만 한다. 자주 병원에 가고 치료를 받는 일이 많다면 보험료가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기존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조언이다.

특히 1세대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전혀 없기에 잔병치레가 잦고, 노후를 생각해야 하는 장년층이라면 높은 보험료가 진료비 및 치료비를 커버하기에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지금 판매 중인 신 실손보험(3세대)으로 갈아타거나 가입할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4세대 실손보험과 비교해봐야 한다. 4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비급여 기준 자기부담금이 30%로 제한되어 있는 데다 병원 이용이 적을 경우 향후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이 점이 현재 판매중인 3세대 실손보험 및 단종된 1, 2세대 상품과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을 수 있다.

다만 병원이용이 갑자기 늘어날 경우 보험료가 할증되기 때문에 이 점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중년으로 넘어가거나 병력을 따졌을 때 우려가 있다면 4세대 실손보다 현재 판매중인 3세대 보험 막차를 타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만약 '기존 보험서 교체하거나 가입을 위해 7월 출시되는 4세대 실손보험을 기다릴 지' 고민되는 경우라면 비교적 젊은 나이, 건강상태가 양호한 이들이 선택하는 것이 좋다. 보험료 갱신 부담이 커 갈아타기를 고민 중인 이들이 많은 상황이지만 만약 연령이나 건강상태 등 신변과 관련한 이유로 가입을 거절 당할 수도 있다. 때문에 4세대 실손보험 교체를 고민중이라면 기존 보험을 해약하기 전에 현 판매 상품에 가입이 가능한지를 꼼꼼히 살피고 확인한 후 결정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매년 오르고 있는 실손보험 인상률도 고려해야

이에 더해 고려해야 할 점은 실손보험 인상률이다. 실손보험은 워낙 손해율이 높은 탓에 매년 인상을 거듭해왔다. 보험연구원이 집계한 통계상 국내 보험사 실손의료보험 위험손해율은 2017년 121.3%, 2018년 121.2%, 2019년 133.9%로 나타났다. 2018년 주춤했지만 매년 증가세로, 보험사는 보험료로 받는 돈보다 많은 액수를 가입자에 지급해온 셈이다.

이런 탓에 상당수 보험사는 판매를 중단하거나 보험료를 인상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적게는 17.5%에서 많게는 19.5%까지 보험료가 인상됐다. 

2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보다 상세히 인상률을 살필 수 있는 지표가 된다. 2세대 실손보험은 2017년 최대 20% 인상됐고, 2018년 동결됐지만 2019년 8% 인상, 2020년 9% 인상을 거쳐 올초 10~12% 인상으로 결정됐다.

이같은 상황을 생각한다면 실손보험을 두고 고민할 때 매년의 인상률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쉽게 말해 30만원대의 실손보험료를 내고 있는 40대 남성이 매년 평균 10%정도 인상되는 실손보험을 유지한다면 30년 후 60만원대의 보험료를 내야 할 수 있다.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평소 병원에 잘 가지 않는 편이거나 경제적으로 보험료 부담이 큰 상황이라면 4세대 실손보험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반대로 고령자의 경우라면 큰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고, 노후를 생각해 기존 보험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 보험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의료실비(입원 의료비와 통원 의료비 특약) 한도가 높은 상품이 고령자에게는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기 때문.

결국 기존 실손보험을 유지하든, 3세대 보험을 선택하거나 4세대 상품을 기다리든 본인의 건강상태 및 병원 이용률, 병력, 연령에 따른 인상폭 등을 모두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상품을 선택하든 가입자나 예비 가입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일까. 일각에서는 국내 실손보험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보험이라 불리던 실손보험이 고민거리가 되자 애초 보험사들이 설계를 잘못하고 수정을 거듭하며 가입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과잉진료로 실손보험 손해율을 높이고 평균 보험료를 인상하게 만드는 악용 가입자들의 행태를 막지 못하는 데에도 지적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권대영 금융산업국장 역시 2일 '2021년 보험산업 업무계획' 설명 중 실손보험으로 인한 혼란에 대해 "상품 설계를 잘못했던 보험사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여론 사이에서는 실손보험 가입보다는 그 돈을 적금에 들어뒀다 병원비로 내는 게 현명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 실손보험이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고는 있지만 잘못된 설계로 첫 단추를 꿴 탓에 손해율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이로 인해 실손보험 가입창구가 줄었으며 보험료는 매년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도 실손보험으로 인해 고통받는 것은 가입자들이라며 보험사를 지적하고 있다. 자기부담금 및 혜택 한도 축소, 보험료 인상, 그리고 보험상품을 갈아탈지 유지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선택해야 하는 부담까지 모두 가입자가 떠안은 꼴이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