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리스크 확대에 따른 위기 의식 반영…사업 다각화 통한 승부수
신성장동력 ‘환경업’ 눈독 들이는 건설사들…위기 타개할 묘수되나?
대림산업, 지난 1월 지배구조 개편 및 사명 교체 ‥사업 별 역량강화 초점
SK건설, ESG 앞세워 친환경 의지…주택사업 등 건설사업 축소 신호탄?
GS건설도 사명 변경 카드 만지작 …사업 다각화해 몸집 키우는 대로 추진

건설업계에 사명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그래픽=김주경 기자
건설업계에 사명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그래픽=김주경 기자

[뉴스워치= 김주경 기자]   대형 건설사들의 사명 변경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19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건설업계가 주택이나 건설 외 에너지 등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건설사들이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사업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갈수록 주택사업 범위가 좁아지는 데나 코로나 이슈까지 덮치면서 그동안 주력해왔던 건설사업이나 주택사업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나서는 건설사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사명 변경에 나서는 건설사들이 갈수록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그룹은 창사 82주년인 2021년 1월 지주사 체제로 공식 출범하면서 지주회사 사명을 대림에서 ‘DL’로 변경했다. 이번에 바뀐 대림그룹 신규 CI. 사진=대림그룹
대림그룹은 창사 82주년인 2021년 1월 지주사 체제로 공식 출범하면서 지주회사 사명을 대림에서 ‘DL’로 변경했다. 이번에 바뀐 대림그룹 신규 CI. 사진=대림그룹

대표적인 첫 사례가 대림산업이다. ‘건설’ 타이틀 없이 건설사업을 영위해왔던 기업이다. 당초 대림산업은 1939년 태동당시부터 부림상회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1947년 사명을 대림산업으로 변경하면서 건설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아울러 계열사인 삼호와 고려개발에서도 ‘건설’ 명칭 없이 주택분야 e편한세상 브랜드만 보유한 채 국내외에서 건설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림산업이 건설 타이틀을 붙이지 않는 주된 이유는 산업별 특성에 맞는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대림그룹은 창사 82주년인 2021년 1월 지주사 체제로 공식 출범하면서 지주회사 사명을 대림에서 ‘DL’로 변경했으며, 건설·석유화학·에너지 등 기업 분할을 통한 사업 역량 강화에 방점을 둔다.

지주회사 DL홀딩스가 주축이 돼 대림산업 건설사업부는 DL이앤씨(DL E&C), 석유화학사업부는 DL케미칼 등으로 기업을 분할했다.

계열사인 대림에너지·대림에프엔씨·대림자동차도 각각 DL에너지·DL에프엔씨·DL모터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에 DL그룹은 건설·석유화학·에너지 등 각 분야별로 디벨로퍼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DL홀딩스는 계열사별 독자적인 성장전략을 지원하고 조율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DL이앤씨는 꾸준히 이어온 주택사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발판삼아 디지털 전환을 통한 혁신을 가속화해 생산성을 확대하는 한편 디벨로퍼 중심의 토털 솔루션 사업자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DL케미칼은 생산설비 증설로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윤활유, 접착제, 친환경 소재 등 스페셜티(Specialty) 사업에 진출해 글로벌 석유화학회사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SK건설 CI. 사진=SK건설
SK건설 CI. 사진=SK건설

SK건설도 ‘SK에코플랜트’로 사명 변경을 검토 중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최태원 회장이 연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하면서 SK건설도 ESG 경영을 강화하려는 차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한 움직임이 거세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은 사명 변경 작업에 본격 착수해 지난해 10월 관할 법원에 상호 변경 가등기 신청을 냈다.

이 가운데 SK임팩트, SK에코플랜트, SK서클러스가 후보군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신청한 상호 모두 SK건설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사업성과 연관성이 크다.

이 가운데 SK건설 사업 방향과 건설사로서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SK에코플랜트’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SK건설이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는 사업방향이 친환경으로 무게 추가 기울어진 영향이다. 현재 사명만으로는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ESG경영과 친환경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친환경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SK건설의 의지는 올해 초 안재현 사장 신년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안 사장은 ESG를 선도하는 친환경 기업으로 ‘리포지셔닝(Re-positioning)’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친환경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친환경 사업 부문은 안 사장이 직접 사업부문장을 맡아 진두지휘에 나설 정도로 추진 의지가 확고하다.

지난 9월에는 종합 환경플랫폼 기업 EMC홀딩스 주식을 전량 인수한 점과 지난해 7월 친환경 사업 부문을 신설하고 에너지기술 부문을 신에너지 사업 부문으로 개편하는 등 조직을 개편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는 수소 사업 추진단을 발족하고 연료전지 사업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모색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SK건설 관계자는 “15일에 신청한 3개 후보군을 가지고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며 “사명 변경은 회사 내부에서도 친환경사업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한 만큼 바뀔 가능성이 높으며 오는 3월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K건설 사정에 밝은 한 재계 관계자는 “통상 사명 변경은 기업이 사업 확장을 위해 인수합병(M&A) 추진을 앞두거나, 실적이 좋을 때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현재 SK건설의 신사업 의지가 강한 데다 1~2년 안에 성과들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방향성에 맞게 사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GS건설 본사 전경. /제공=GS건설
GS건설 본사 전경. /제공=GS건설

앞서 GS건설도 사업 다각화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사명 변경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GS건설은 지난해 2월17일 GS인더스트리얼솔루션, GS플랫폼, GS인더스트리, GS엔터프라이즈, GS디벨로프먼트 등 5개 사명을 법원에 임시 등록했으나 그 해 8월 주주총회가 열리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사업이 다각화되면 GS건설이 이전에 추진했던 사명 변경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기류다.

GS건설 관계자는 “현재도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여러 사업안건 중 하나로 사명변경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진행상황을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며 “회사 차원에서 디벨로퍼로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라 CI. 사진=한라
한라 CI. 사진=한라

(주)한라도 환경·에너지·발전·산업플랜트·IT·자원개발과 무역·물류 등 신규사업을 추진하고자 건설 타이틀을 일찌감치 떼어내 사업다각화에 공 들이고 있다.

앞서 한라는 1981년 한라자원으로 출발해 1990년 한라건설로 이름을 바꿨으나 2013년부터 다시 한라로 회귀했다. 최근엔 자산운용·유통·바이오에너지·물류사업까지 손 안대는 사업이 없다는 얘길 들을 정도로 건설 외에 새 먹거리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자인 브랜드로 알려진 (주)한양도 마찬가지다. 1973년 한양주택개발 주식회사로 설립한 이래 1981년 상호를 (주)한양으로 변경한 이후 그대로 사명으로 쓰고 있다.

증권업계는 건설사의 사명 변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저마다 혁신경영 ·해외 사업 경쟁력 강화 · 사업포트폴리오 강화 등을 이유로 사명을 변경하는 움직임은  대내외적으로 계속 확산되는 불투명한 경영환경을 혁신과 변화를 통해 극복하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며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활발한 인수합병과 산업구조 재편 역시 경쟁력을 키워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사정에 밝은 한 증권업계 연구원은 “건설업계는 대외 경영환경 분위기에 따라 사업향배가 결정될 정도로 리스크가 심한 업종이다 보니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꾸준하게 캐시카우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업에 진출하고자 사명변경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사명 변경 바람은 업계 내부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주경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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