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위기 돌파 위해 ‘사면론‧이익공유제’ 띄웠지만 ‘상황 더 꼬여’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한수지 기자]  지난해 4‧15 총선 직후 대선주자 지지율 40%를 넘나들며 대세론을 자랑하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지율 열세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다.

연초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이낙연 대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밀리고 있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9∼11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1위는 이재명 지사(25.5%), 2위는 윤석열 총장(23.8%)이 차지했다. 반면 3위를 기록한 이낙연 대표의 선호도는 14.1%에 그쳤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1월1주차(4~6일)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24%, 윤석열 총장이 16%, 이낙연 대표가 15%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선을 1년 앞둔 오는 3월9일 이전에 대표직에서 내려와야만 한다. 이제 임기가 불과 2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 대표’라는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지지율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이 대표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이낙연 대표가 최근 중도로의 외연확장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은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만 불러왔다. 이 대표가 사면론을 제기하면서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 민형배 ‘이재명 지지’… ‘호남‧친문’ 분화 조짐

이 대표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이번에는 ‘정책 어젠다’로 승부수를 던진 모습이지만 이 마저도 난관에 부딪혔다. 이 대표가 제안한 ‘코로나19 이익공유제’에 대해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로 많은 이득을 얻는 계층이나 업종이 코로나의 이익을 일부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우리 사회도 논의할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선진 외국이 도입한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강제하기보다는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며 도입하는 방안을 정책위와 민주연구원이 시민사회 및 경영계 등과 검토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최근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말씀이 분란의 씨앗이다”며 “사회주의 경제를 연상케 하는 반시장적 발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세균 총리는 14일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익공유제’에 대해 “글쎄요. 저는 그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며 “현재 우리가 법이나 제도적으로 가지고 있지도 않고 또 사실은 그것을 법과 제도화해서 연구하려면 여러 가지 논란이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 때문에 또 다른 갈등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기본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견기업이 상생하는 것, 또 공급자와 소비자도 상생하는 것, 상생의 정신은 적극적으로 찬성을 합니다만 어떤 것을 제도화하고 하려면 국민적인 공감대가 먼저 이루어진 후에 논의가 이루어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내에서는 이재명 지사 공개 지지 발언까지 나왔다. 민형배(광주 광산구을) 의원은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현재 시대 상황에서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지금 상황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더 적합하다”며 “당의 목표가 재집권인데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이낙연 대표가 사면론을 이야기하면서 미련을 버렸다”면서 “호남이라서 이낙연을 지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와는) 코드가 잘 맞는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대표 측은 호남 출신이자 친문인 민 의원이 이재명 지사 지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자 호남과 친문 진영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 의원의 이재명 지사 지지가 호남과 친문 진영 분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한 의원은 한 언론을 통해 “이낙연 대표가 정책적인 노력을 통해 수도권 등에서 선전한다면 호남 민심도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대표의 대권 가도에 빨간 신호가 들어온 만큼 이 대표가 기사회생하기 위해서는 오는 4월 재보궐 선거 승리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현재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어 민주당의 재보선 승리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낙연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족하거나 오만한 점은 없었는지 스스로 돌아보겠다”며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코로나19 극복과 민생 회복, 경제도약, 미래를 준비해나가겠다”고 민심 다독이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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