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원전 건설 23조, 소형원전 3조5000억 해결
"정부 탈원전 선언, 원전 산업 기술 갈길 잃어"  
위험성·폐기물 끝없는 논란... "대체 산업 미미"

UAE, 한국형 원전 바라카 1호기. 사진=연합뉴스
UAE, 한국형 원전 바라카 1호기. 사진=연합뉴스

원자력 업계가 대형에서 소형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형 원전 산업이 3000억달러(357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원전 강국들은 앞다퉈 소형 원전 개발에 뛰어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 수출국 반열에 올랐지만 소형 원전 산업 선점에는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제시한 소형 원전 설계만 해도 50여기 이상이다.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원전 강국에서 소형 모듈 원전(SMR)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자력 포럼에서 최근 전강원 경북도 동해안전략산업 국장은 “소형 원자로는 원전 강대국들이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을 정도로 주목 받고 있다”며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12개 국가에서 소형원자로 55기의 상용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 안전성·채산성 높은 소형 모듈 원전

소형 모듈 원전은 용기 하나에 원전을 가동하는데 필요한 원자로와 관련 설비를 담은 일체형이다. 일반 대형 원전 150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다. 

설치가 쉽고 방사선 노출 위험에도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대량 생산이 가능해 원전 건설 비용이 저렴해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소형 모듈 원전 개발에 적극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2013년부터 자국 원전 기업인 ‘뉴스케일파워’의 소형 원전 산업을 지원해왔다.

뉴스케일파워는 미 아이다호주에 발전 용량 60MW급 소형원전 12기로 이루어진 총 720MW 규모의 소형원전 발전 단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건설비용은 30억달러(3조5000억) 규모로 추정된다. 기존 1000~1400MW 급 대형 원전 건설 비용 200억달러(23조7000억)인 것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방사선 누출 등 사고 발생할 확률이 1000분의 1수준이라 안전적 운용이 가능하다. 

초소형 원전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초소형 원전은 1.5MW급으로 선박이나 가정집에 설치할 수 있는 크기다. 미국의 발전 회사 오클로사가 현재 개발 중이며, 러시아 로사톰사와 중국핵공업공사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330MW급 소형 원자로를 사우디에 수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소형 원자로를 연구할 수 있는 ‘혁신원자력 기술연구원’이 설립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연구원이 설립되면 직접 고용 1000여명, 취업유발 효과는 7300여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경제적 파급효과는 1조334억원이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 원전 산업 60년, 좌초 위기

한국은 원전 수출국 반열에 이르렀다. 1959년 원자력연구소를 설립해 20년간 준비 과정을 거쳐 1978년 고리1호기 상업 운전을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고리1호기는 세계에서 21번째 원전이며 아시아에서는 2번째다. 

이후 우리나라는 기술 발전을 거듭해 요르단, 네덜란드, 사우디 등 타국에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원자력 포럼에서 김무한 포스텍 총장은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은 그동안 안전성, 지속가능성, 경제성, 핵 비확산성에 만족하는 수준에 그쳤다”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원자력 사업도 강점은 더 강하게 만들고 약점은 보완하는 차원에서 발전 방향을 수립해 원자력 이용을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우리나라 원전 산업이 뒤흔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탈원전 정책으로 전문 인력 이탈과 원전부품 업체의 줄도산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959년부터 축적된 원전 산업이 사장될 위기에 놓여 있다. 

◇ 원전 자체 우려의 목소리도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겪은 일본 내에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나고야대학교 명예교수 이케우치 사토루는 “전세계 평균 원전사고 확률은 10년 한 번 정도”라면서 “원전은 한 곳에 집중돼 있어 연쇄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방사성 폐기물은 10만년이라는 기간에 걸쳐 엄중 관리된다”며 “결국 현 세대가 원전 사용 뒤처리를 미래 세대에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원전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초기 투자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원전 1기를 짓는데 수 조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가급적 오랫동안 가동해 이익을 거둬드리려는 의도에서다. 또 사고가 발생해도 뒤처리는 정부가 해준다는 점도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 원전 대체 산업은 미미

원전은 위험성과 환경문제에 노출돼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원전만큼 전력을 생산하지 못한다. 

탈원전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선 정부의 강한 의조로 되는 게 아니다. 국민적 노력도 뒷받침 돼야 한다.

이케우치 사토루 교수는 “원전 추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관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 우리 모두가 오늘날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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