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플랜트 시공 기술력은 해외에서 더 정평이 나 있다. 2000년대에 수행한 26억달러 규모의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은 해외 건설사에 기록될 만한 역작으로 손색이 없다. 

사우스파 4ㆍ5단계는 공사 수행과정에서 숱한 기록을 남겼다. 세계 대형플랜트 시공 사상 최단기간인 착공 24개월 만에 원료가스 도입(Fuel Gas-In)을 완료했으며, 시운전을 거쳐 역시 최단기간인 착공 28개월 만에 제품생산에 성공했다.

현대건설의 우수한 기술력과 철저한 공정관리를 지켜본 이란의 하타미 대통령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전체가 완공될 때까지 현대건설은 절대 이란을 떠나서는 안 된다. 이곳에 남아 나머지 공사도 모두 수행해 달라”고 눈시울을 붉히며 요청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2009년에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은 건설비만 24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우리 과학자들이 40여년 간 각고의 노력 끝에 자체기술을 개발해 수출까지 했다는 건 한국의 세계 톱 원전 기술력을 알리는 쾌거였다. UAE 원전에 적용한 차세대 한국형 원전 모델 APR1400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가 공식 인증한 최고의 기술이다.

‘제2의 중동 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좋던 분위기는 현 정부 들어 탈(脫)원전 정책이 발표되면서 급격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탈원전 정책은 해외 원전시장에서 우리의 존재감을 사라지게 했다. 전 세계에서 계획 중인 원전은 100개가 넘는데, 우리가 빠짐으로써 중국과 러시아의 독무대가 됐다. 

다른 나라들은 한국 원전기술 같은 것 하나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너무 쉽게 사장시키고 있다.

국내 건설산업은 매년 하락세를 걷고 있다. 건설사들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벼랑 끝 위기’를 맞고 있다. 

해외 건설 수주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실적이 좋던 연초와 비교하면 지금의 수주 금액은 절반 넘게 급락했다. 코로나19로 해외 발주 환경은 더 나빠졌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사업 진행을 미루고 있다. 

지난 4월 발주 예정이었던 UAE 하일&가샤 가스전 개발공사 입찰은 아예 취소됐고, 쿠웨이트 알주르 액화천연가스(LNG) 공사도 지연되고 있다. 또 말레이시아 정부는 주요 신규공항 건설 및 확장사업 추진을 오는 2023년까지 연기했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 두바이와 바레인도 건설 프로젝트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18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 수주금액은 6억5407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14억480만 달러보다 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지난 2005년 4900만 달러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은 실적이다. 

시간이 갈수록 해외 수주 금액은 줄고 있다. 지난 1월 56억5000만 달러에서 2월 37억2000만 달러, 3월 18억3000만 달러, 4월 17억9000만 달러, 5월 18억3000만 달러, 6월 13억2000만 달러다. 6월 수주액이 1월에 비해 76.6% 줄었다.

해외건설 수주 감소, 주택사업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해외 비중이 큰 건설사들은 적잖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더욱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은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예전에는 대형 건설사 한 곳이 해외에서만 한 해 100억 달러 이상의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희망사항일 뿐 실현이 불가능한 숫자가 돼 버렸다. 

현대건설이 시공한  이란 사우스파 4ㆍ5단계 모습. 
현대건설이 시공한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ㆍ5단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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