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 동덕여대 교수

여성가족부는 올해 8∼10월에 전국의 성인과 청소년 6천여 명을 상대로 '다문화 수용성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2012년에 여성가족부는 여론조사기관 GH코리아에 의뢰해 전국 19∼74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 다문화 수용성 지수(KMCI)’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이번 조사에 의하면 이웃에 외국인이나 이주민이 있는 경우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50.03으로 가장 낮았고 가족이나 친인척 중에 이주민이 있는 경우도 51.8에 불과했다고 한다. 친구나 직장·학교 동료 중에 이주민이 있을 때 수용성 지수는 각각 57.9, 53.8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재미있는 것은 이주민을 가족·친인척으로 둔 국민보다 친구나 직장·학교 동료 중에 이주민이 있는 국민의 수용성 지수가 더 높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생각해보면 친구나 직장·학교 동료는 나와 수평적 관계로 상대의 처지와 기분 등을 고려하여야 하며 일방적으로 대하기가 어려운 관계이나, 가족이나 친인척은 나와 수직적 관계에 가까워 상대에게 한국문화와 관습에 순응하라고 요구하기가 편하기 때문인 듯하다.

국민 정체성 관련 조사에서 한국인은 혈통 중시 비율이 86.5%로 비교대상 37개국 중 필리핀(95%), 베네수엘라(87.6%)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고 하는데 이점도 우리 국민의 특성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즉, 우리가 조상을 중시하며 그러한 동질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는 감성적으로는 수직적 관계에 더 익숙한 나라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 이주민이 증가하면서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때문에 4년 만에 벌어지는 이번 조사에서 이러한 우리나라 국민의 이러한 특성이 어떻게 변하였는지 지켜보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출산율이 0.98로 1에도 못 미치고 있는 저출산의 위기 속에 국민의 관심이 다문화 사회에  쏠리고 있다.

실제 법무부 외국인정책통계에 의하면 올해 9월 기준 국내 체류외국인은 187만여 명으로 1998년 그 수가 30만 명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17년 만에 무려 6배 정도가 증가하였다. 외국인등록자가 110만여 명으로 가장 많고 단기체류외국인이 41만여 명, 국내거소신고 외국 국적 동포 31만여 명의 순이다.

다문화가정도 점차 늘어나 결혼이민자 및 인지·귀화자가 2008년 14만여 명에서 올해 1월 기준 30만여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외국인주민 자녀 역시 5만 8000여 명에서 20만 7000여 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국내 언론보도에 의하면 군에 입영한 다문화 장병은 2010년부터 2015년 6월까지 누적 14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다문화사회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우리의 일부분이 됐지만 그러나 아직 이주민을 공동체 일원으로까지 인정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2012년의 ‘국민 다문화 수용성 지수(KMCI)’는 문화공존에 대해 한국인은 유럽인보다 부정적 인식이 훨씬 강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여성부가 함께 공개한 유로바로미터(EB), 유럽사회조사(ESS)의 국제지표 항목을 보면 한 나라 안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것에 대해 유럽 18개국 국민은 찬성률이 평균 73.8%인 데 비해 한국은 36.2%로 조사됐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우리 국민이 다문화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이 우려할만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국민은 혈통 중심의 민족 정체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외국인 이주자와의 공존보다는 이주민을 사회적 일체감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로 바라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조사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나 그리 큰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는 우리 국민의 단일민족사상이나 다문화 공존에서의 태도변화에 관한 근거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이제 혈통적 관점의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다문화사회에 적합한 가치 이를테면 인본주의와 같은 더욱 커다란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를 구성하여 정체성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이럴 경우 사회구성원들은 다문화사회의 공동구성원이라는 관점에서 공동체 의식을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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