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정공법에 신의한수 '물타기'로 압승...새정치연합, 야권연대 실종이 참패 불러

[뉴스워치=박청하 주필] 죽은 공명(성완종)이 산 중달(이완구)을 쫓아냈지만 판세(새누리)까지 갈아엎지는 못했다. 비록 4곳 뿐인 '미니 선거'였지만 여야가 향후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4·29 재보궐선거의 성적표 결과는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 본거지인 광주를 제외하고는 본래 여당 텃밭인 인천 서·강화을에서 무난히 수성한데 이어, 옛 통합진보당에게 의석을 내줄 정도로 야성이 강한 경기 성남중원과 서울 관악을 모두에서 승리를 쟁취하며 확실히 주도권을 거머쥔 형국이다.

본래 재보선은 '여당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새누리당에 어려운 선거인데다가 이번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라는 큰 악재까지 닥치면서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 사이에서 "이제 우린 망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망연자실해 하며 '전패' 위기감에 빠졌었다.

실제로 당시 성완종 사건 직후 새누리당이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서울 관악을의 경우 야권 전체 지지도가 올라가며 오신환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했고, 원래 앞서가던 경기 성남중원의 경우에는 지지율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심지어 원래 여당 지역이었던 인천 서·강화을은 야당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새누리당은 '정공법'을 택했다. 성완종 파문 차단을 위한 새누리당의 전략은 지역 발전을 위한 일꾼은 새누리당 후보밖에 없다는 '지역 일꾼론'을 내세웠다. 특히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노무현 정부 당시 특별사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이른바 '물타기'로 여론 향방을 트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도 선거전날인 28일 대국민메시지를 통해 참여정부때 성완종 특별사면을 둘러싼 논란의 철저한 진실규명을 강조하면서 어느 정도 보수층 결집을 끌어냈고, 김무성 대표 역시 '새줌마(새누리당 아줌마)'로 변신, 친근한 이미지로 선거 유세 활동에 나선 것이 새누리당 이미지 재고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상 최고의 호재를 득하고도 야권연대의 실종 탓에 단 한 곳도 승리하지 못하는 전패로 충격에 휩싸였다. 당초 광주 서을과 서울 관악을 등 야당 텃밭과 과거 선전했던 곳에서 선거가 치러지는데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퇴 등 현 정부 실정이 부각돼먼서 전승 가능성까지 점쳐졌다.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는 야권분열이 야당에 얼마만큼 치명상을 안겨줄 수 있는지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과거 야권단일화가 새정치연합과 진보정당간의 관계설정의 문제였다면 이번 선거는 당내 갈등이 수습되지 않은 결과과 부른 참극이었다. 탈당한 서울 관악을의 정동영과 광주 서을의 천정배가 친정에 비수를 꽂았고, 성남중원의 경우 진보야당과 연대했더라면 승산이 컸는데 아쉬운 대목이다. 

그동안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만으로 문재인 대표의 지도체제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후보 모두 국민참여방식으로 결정된데다 문 대표 이후 당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였으며, 전당대회를 치른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참패는 문재인 대표의 대권가도에 격랑을 일으키며 새정치연합의 정계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공천부터 선거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졌고, 성완종 파문의 악재까지 이겨낸 만큼, 차기 대권주자로 한걸음 더 내딛었다는 평가다. 성완종 파문으로 친박계의 힘이 빠져있는 상황에서 이번 승리로 당내 주도권은 물론, 당청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새누리당의 승리가 자력에 의한 것이 아닌 야권 분열로 인한 '어부지리'인 면이 있는 만큼, 민심이 완벽하게 새누리당 쪽으로 기울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성완종 리스트 악재를 교묘한 물타기로 희석시킨 술수가 주효했던 만큼 이번 선거가 향후 여당 지지기반에 큰 영향을 끼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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