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기어코 잡은 격"이던가? ‘성완종 리스트’가 모든 국정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이완구 총리의 거취가 걸려 국정이 겉돌고 있는 가운데 국회마저 마비 상태다. 대정부 질문이 ‘이완구 추궁’으로 끝난데 이어 각 상임위원회도 여야의 공방 무대가 되다시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경제살리기 현안들은 뒷전이다. 자칫 4월 국회가 빈손으로 끝날 판국이다.

작금의 나라 경제는 내수와 수출이 모두 침체되고 성장 동력도 떨어져 있다. 복지 재원 조달이 여의치 않은 데다 경제성장률마저 더 낮아지면 서민층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의 한숨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각종 구조 개혁으로 성장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를 경청해야 할 이유다.

그런데 노동·금융·공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은 시늉만 하다가 올스톱 상태다. 이번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하기로 하고도 관련 특위는 전공노의 눈치를 보며 헛바퀴만 돌리고 있다.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에 매일 100억원을 쏟아붓는 상황을 개선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 주지 않으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물론 부패 척결도 시급한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성완종 사건’에만 올인해 국회가 제 할 일을 방기할 이유 또한 없다. 검찰이 리스트 수사를 본격화한 만큼 일단 이를 지켜본 뒤 미진하면 국회 차원의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우리는 ‘성완종 게이트’를 정·경·관 유착 비리가 집대성된 사건으로 본다.

당장엔 성 전 회장의 자살 직전 그의 구명 로비에 불응한 여권 8인 실세의 현금 수수 의혹 수사가 급선무일 게다. 하지만 경남기업이 베트남의 랜드마크72 빌딩 건설 시 천문학적 은행 융자를 받는 과정을 되짚어 보자.

성 전 회장의 불법 로비가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쳐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고, 그만큼 광범위하고 오랜 시간에 걸친 수사가 불가피함을 말해 준다. 그렇다면 국회가 성완종 수사를 이유로 각종 개혁이나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를 천연시켜서는 안 될 말이다.

여야는 4·29 재보선이나 성완종 리스트에 쏠린 관심의 절반이라도 현재 산적하게 쌓여있는 국정 현안들에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성완종 쓰나미에 그나마 여야 정치권에 대한 남은 신뢰마저 쓸려나갈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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