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만든 가장 큰 불꽃 이미지' 제하 기네스북 등재 위해

[뉴스워치=박선지 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다음날인 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5,000여명의 시민들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전' 행사에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이날 행사는 4,160명의 시민들이 촛불로 세월호 형상을 만들어 '사람이 만든 가장 큰 불꽃 이미지'란 제목으로 기네스북에 등재하기 위해 열렸다. 이 분야의 세계 기네스북 기록은 2011년 12월 1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수립된 3,777명이었다.

이날 오후 7시쯤 서울광장에는 사전 신청자들의 줄이 늘어섰다. 종이컵과 초를 손에 든 시민들은 차례로 광장 안에 입장해 배의 형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소 쌀쌀한 밤공기에도 시민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질서있게 자리를 채웠다.

이날 딸과 함께 행사에 참석한 전수미(45·여)씨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육아 정보를 공유하던 단체톡방에서 세월호 관련 이야기를 많이 했다. (현실이) 갑갑하다. 국민이 모르는 것도 아닌데 정치권에서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왕택(60)씨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뜻을 모아보자는 취지라고 해서 응모해서 QR코드를 받았다"면서 "304명의 살아있는 목숨을 하나도 못 꺼냈다는데 의혹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격분한 듯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에게 무슨 과장이 있겠나, 자식을 잃었다는데. 이런저런 표현으로 또다시 상처를 주는 정치권의 행동이 원망스럽다"고 덧붙였다.

8시가 가까워오자 참석자는 빠르게 늘어 어느덧 3,500명을 넘겼다. QR코드를 받지 못해 광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기네스 도전을 지켜보던 고1 여학생 6명은 "우리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가깝게 느껴졌다"며 "정치인들이 (유가족들의 요구를) 듣는 척도 안 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에 참석한 김수진(17)양은 "어제도 추모제에 나갔다. 잊지 않겠다고 계속 말하면서 사실 잊고 무뎌지는 모습 때문에 더욱더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정부는 최소한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저녁 8시 13분이 되자 목표로 했던 4,160명이 모두 모였다. 행사장에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참석자들은 촛불을 노래에 맞춰 흔들며 차분하게 세월호 참사 1주기의 의미를 되새기는 모습이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촛불을 밝혀주신 시민들께 감사하다"며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기네스 기록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문제로 참사를 겪는 사람은 저희가 마지막이었으면 한다. 아직까지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실종자를 찾아주겠다던 대통령의 말씀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참석자들은 8시 50분쯤 징소리에 맞춰 들고있던 초에 불을 붙였다. 초를 머리 위로 높이 들어 빛나는 세월호 형상을 만들었다. 무대에 설치된 화면에는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사람들의 캐리커쳐 영상이 스쳐 지나갔다. 이날 참석자들은 8분 30초동안 불을 켜고 유지해 기네스 기록을 달성했다.

기록 달성에 성공한 뒤 참가자 김종진(34)씨는 "거대한 촛불 형상이 완성되는 것을 보니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느낀다"면서 "앞으로도 힘을 모아 세월호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 김경은씨(27·여)는 "성공할 줄 알았지만 실제로 이뤄지는 것을 보니 뿌듯하고 뭉클하다"며 "이런 행사를 계기로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세월호 문제 해결에 동참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대전의 직장에서 연차 휴가를 내고 왔다는 장기중씨(57)는 "끔찍한 참사인데 진실은 하나도 밝혀지지 않고 정부는 자꾸 은폐하려고만 한다"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작은 힘이라도 더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대학생 조영서씨(24·여)는 "기네스북에 오른다고 해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 한 명이라도 더 (세월호 참사를)기억해 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남아 행사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전 신청자를 포함해 경찰 추산 5000여명의 시민이 서울광장에 모였다. 경찰은 경비를 위해 137개 부대 1만1000여명의 경찰력과 경찰버스 400여대를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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