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표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아베 총리 겨냥한 개념발언 화제

[뉴스워치=박선지 기자] "침략은 사실이고, 사죄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상대국이 '그 정도 사죄했으니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할 수밖에 없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전후 70주년 담화발표를 앞두고 사죄에 인색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태도를 겨냥한 비판이다.

무라카미는 17일 보도된 교도통신과 인터뷰에서 "(일본이) 타국을 침략했다는 개요는 사실이며 역사 인식은 매우 중요하므로 제대로 사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과거 침략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 요구와 관련해 일본 내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상대국이 '시원하게 한 것은 아니더라도 그 정도 사죄했으니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무라카미는 삐걱대는 한일, 중일 관계에 대해 "지금 동아시아에서는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일본이 경제대국이고, 중국과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던 시대에는 여러 문제가 억제돼왔지만 중국 한국의 국력이 상승해 과거 구조가 무너지면서 봉인됐던 문제가 분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상대적으로 힘이 저하된 일본 내에는 자신감 상실과 같은 분위기가 있어서 좀처럼 한국과 중국의 부상이란 변화를 솔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3국 관계가 안정될 때까지 분명 파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라카미는 하지만 "동아시아 문화권에는 아주 큰 가능성이 있고, 경제적으로 매우 큰 양질의 시장이 될 것"이라며 "서로 으르렁대서는 좋은 일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무라카미는 평소에도 과거사 지우기에 혈안이 된 일본 정치인을 향해 따끔한 충고를 해왔다. 지난해 11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45년 종전(패전)에 대해서도 2011년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에 대해서도 아무도 진심으로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며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에 공통적으로 '자기책임 회피'가 있다고 느낀다"고 언급했다.

무라카미는 냉전 종결 이후 포스터모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상실감과 허무를 담은 작품 노르웨이의 숲(한국판 '상실의시대')을 통해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주에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