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F 외환위기 이후 ’임금 인상률‘ 역대 최저치
- 재계‧中企 “경제여건 감안해 동결해야 했지만 수용 하겠다”
- 노동계 “공익위원들 제안에 강력반발…최저임금 후퇴”

14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표결 절차를 거친 결과 찬성 9표, 반대 7표가 나와 2021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최종 의결됐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5% 인상된 8720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8590원보다 130원(1.5%) 많은 금액이다. 월급(월 209시간 근로기준)으로 치면 182만 2480원으로 지난해보다 2만7170원 더 많은 수치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1.5%는 국내 최저 임금제를 도입한 1988년 이래 가장 낮다. 지금까지 최저임금 인상율이 가장 낮았던 연도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인 1998년으로 2.7%였다. 

14일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정부세종청사에서 9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의결했다.

2021년 최저임금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이다. 표결을 통해 찬성 9표, 반대 7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사용자위원 7명과 공익위원 9명이 참여했다. 

9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5명 전원과 사용자위원 2명은 공익위원이 제시한 안에 반발해 퇴장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5% 인상된 8720원으로 확정됐다. 올해 최저임금 8590원보다 130원(1.5%) 많은 금액이다. 사진=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신종 코로나 19 여파로 최소한 동결을 이뤄내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반면 노동계는 공익위원들이 직접 의견을 개진해 대한민국 최저임금의 사망 선고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향후 남은 과제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위) 논의와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 협상 시즌이 도래하면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 마포구 경총 본사. 사진=연합뉴스

14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입장문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우리 경제의 역성장이 불가피한 데다 중소‧영세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빚으로 버티면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동결되어야 마땅하지만 이를 반영하지 못해 죄송스럽다”며 사실상 수용의 뜻을 밝혔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경제 여건을 볼 때 최소한 동결해야 하지만 절차에 따라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안을 존중한다”면서 “향후 최저임금위원회 운영은 우리 경제가 수용가능한 합리적 수준에서 정부와 공익위원이 책임지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개편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경총과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전경련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최저임금 산입 범위 등을 확대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는 한편 우리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모든 경제 주체가 힘을 모으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접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아쉽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형순 소상공인연합회 서울 중구 지회장은 “최저임금은 최소 동결돼야 함에도 되려 오른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은 살아남기 더 어려워졌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매출이 반토막난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중소기업계는 아쉽지만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해 향후 최저임금법을 준수하며 고용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세웠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낮추고 취약계층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고용유지지원금 확대하는 한편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역할이 요구된다”며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에서 향후 기업들의 지불 능력과 경제 상황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법적ㆍ제도적으로 보완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소상공인계도 최저임금위의 결정이 아쉽지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소상공인연합회는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들이 제시한 2.1%인하를 주장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주휴수당이 의무화된 것까지 포함하면 최근 3년간 50% 가까이 최저임금이 올랐다”며며 "“이번 인상안도 소상공인들은 감내하기 힘든 상황임을 정부와 관계기관이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현실이 극복될 수 있는 보완대책을 범정부적으로 즉각 수립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소상공인 업종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을 향후에는 반드시 이뤄내기 위해 현재의 법령 개정을 국회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것"이라고 했다.

14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KAC공항서비스지부 등이 연 한국공항공사 전국 14개 공항 자회사노동자 준법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노동계는 인상 폭이 터무니 없이 낮은 수준인 데다 임금 인상을 명분으로 근로자들이 수중에 쥘 수당마저 최저임금에 포함시킬 우려가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최임위 협상 당시 노동자위원 9명이 삭감 혹은 동결 수준의 인상률에 반발해 투표 전 회의장을 떠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매년 반복되는 사용자 중심의 경제 위기와 최저임금 삭감 혹은 동결소식을 전해드리게 돼 노동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그들만의 리그는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비판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오늘부로 최저임금 노동자위원 사퇴를 포함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최저임금 제도개혁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1997년 외환위기 시절과 2009년 금융 위기 때도 이런 최저임금안이 나온 전례가 없다”면서 “공익위원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책임을 방조하고 사용자의 편을 드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천하에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한국노총도 최저임금 노동자위원에서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

이에 하반기에 예정된 경사노위 논의와 임단협 시즌이 도래하면 경영계와 노동계 간의 대립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노동계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노사 간에 힘을 모아도 모자란 판국에 여러 가지로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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