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지난 2004년 안상영 전 부산시장 자살을 시작으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5년 성완종 전 의원, 2018년 노회찬 전 의원, 2019년 정두언 전 의원에 이어 박원순 전 시장이 자살했다.

한국인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단연 최고다.

특히 유명인의 자살 소식은 영향력이 매우 커 <자살보도 권고기준>은 ‘자살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알려야’하고 ‘자살과 자살자에 대한 어떠한 미화나 합리화도 피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또 자살이 어떤 문제의 해결책으로 작용했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9일 오후 5시 17분께 실종신고 되고 다음 날인 지난 10일 오전 0시 20분경 서울 삼청각 인근 산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 사망 소식은 국민의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서울시는 같은 날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서울시가 구성한 장례위원회가 주관하는 장례)으로 치러진다고 밝혔고 결국 13일에 온라인영결식까지 치렀다.

그러나 ‘서울시의 어떤 직원이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박 시장을 성추행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있고, 고 박원순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의 이면에 어처구니없는 성추행과 성추행 피해자의 고소가 있었다는 소식이 퍼지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지내는 일이 합당한지를 두고 많은 논란이 일었다.

급기야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 형식으로 치르는 것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 인원이 폭증했다.

1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0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이날 오전 11시 10분 기준 50만2천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박원순 시장이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며 "성추행 의혹을 받는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는가.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썼다.

이 청원 외에도 '故 박원순 시장의 서울특별시장(葬) 5일장을 반대합니다', '박원순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 5일장으로 하는 것을 취소해주세요', '(고)박원순의 성추행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등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비토하는 목소리가 역시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숨진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것을 반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한 여론 조사는 없었지만, 필자가 듣기에도 대부분 사람이 서울특별시장(葬)을 지내는 것에 반대했으며 오히려 피해자가 받을 충격을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조문을 둘러싸고도 말이 많았다.

시민단체 관계자 상당수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 대부분이 조문하였고, 상당수 시민단체 관계자와 미래통합당은 조문하지 않았다.

당시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5%에 불과한 박원순 변호사에게 시장 후보를 양보하여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는 “공무상 사망이 아닌데도 서울특별시 5일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조문을 거부하였고 정의당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만이 박 시장의 빈소를 찾았다.

민주당이 내년 보궐 선거 때 서울에 후보를 낼지 안 낼지는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민주당은 보궐 선거의 귀책 사유가 자당에 있으면 후보를 배출하지 않도록 당헌에서 규정하고 있다. 박 시장은 전직 여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후 자살했기 때문에 이 역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고 박원순 시장 장례를 둘러싼 여당과 일부 시민단체 관련자들의 행위는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인의 성품을 미화하는 발언이 쏟아지고, 온라인상에는 "이번 미투는 '작전' '배후'"를 거론하며 피해자를 공격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왜 3년간 가만있다가 이번에 고소를 한 것이냐는 말도 있다.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박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당에도) 정보가 없다"라면서도 "보도되고 있진 않지만 (피해자 주장과) 전혀 다른 얘기도 있다. 양쪽 끝 스펙트럼을 모두 듣고 있다"라며 박 시장의 사망 원인을 놓고 "전혀 다른 얘기도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력 정치인이며 화려한 경력을 지닌 강자의 입장에 선 말들이다.

한편 한국여성의전화는 “박원순 성추행 피소 이후 또다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편에 선 우리 사회의 일면에 분노한다”며 “피해자의 신변을 궁금해하는 사람들, 진실을 밝히고자 했을 뿐인 피해자의 용기를 의심하는 사람들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민우회도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피해자 용기에 도리어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는 정치권, 언론, 서울시, 그리고 시민사회에 분노한다”며 ‘피해자의 용기에 연대하며 그가 바꿔내고자 했던 사회를 향해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이 사망하면서 이 고소는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된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는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처분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의 고소는 무위로 돌아가고 진실은 땅에 묻힐 공산이 커진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만일 이 사실이 허위라면 고 빅원순 시장의 무죄를 입증할 길도 막히게 된다. 이 사실이 진실이라면 피해자의 인권은 철저히 외면받게 되며 문명사회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해관계인이 존재하고 1,000만 서울시의 수장이었던 사람의 사망 원인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 성추행 고소 사건의 진상 등이 밝혀지도록 조치가 필요하다. 또 어떠한 이유로도 자살을 미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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