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산화취' 논란 시작으로 ‘갑질’, 매각설까지 거론 '곤혹'

여름을 맞아 서울 시내 한 대형매장에 카스 맥주가 빼곡히 진열돼 있다. 사진=김주경 기자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오비맥주가 수년 째 연이은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014년  맥주의 특정 성분이 산소와 결합해서 생기는 '산화취' 논란을 시작으로 영업직 직원이 소매점을 상대로 생맥주 판매를 강요한 ‘갑질’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난해부터는 매각설까지 거론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4년 넘게 중국산 맥아를 들여와 원가를 낮췄음에도 오히려 맥주 가격은 올려 일각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조성했다는 여론이다. 심지어 여름이 다가오자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카스 생맥주에 냄새가 난다고 제보받아 파장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오비맥주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의구심이 증폭된다.

이런 가운데 오비맥주가 허술한 관리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곤두박질치는 등 실적부진이 몇 년 째 이어지는 상황이다.

오비맥주는 최근 3년간 ▲2017년 매출 1조6635억원, 영업이익 4940억원 ▲2018년 매출 1조6981억원, 영업이익 5145억원 ▲2019년 매출 1조5421억원, 영업이익 4090억원을 거둬들이는 데 그쳤다. 

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중국산 맥아를 사용한다. 맥주 판매량과 오비맥주의 국내 시장 점유율(추정치 60%)을 고려하면 대표 품목인 ‘카스’에도 일정용량의 중국산 맥아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2019년 국가별 맥아 수입현황 일부 발췌. 자료=식약처 식품나라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식품정보포털 ‘식품안전나라’ 수입정보마루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해 3월 21일부터 올해 12월 6일까지 145차례 맥아를 수입했다. 

오비맥주의 맥아 수입국가 및 수입횟수를 살펴보면 호주산과 중국산이 각각 40건으로 가장 많았고 ▲영국 34건 ▲벨기에 10건 ▲캐나다 8건 ▲핀란드 8건 ▲독일 5건이 뒤를 이었다. 맥아수입량을 보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호주와 중국 등지를 중심으로 많이 들여왔다 얘기다.

올해도 중국산 맥아를 들여오기는 했지만 수입빈도는 1차례에 그쳤다. 지난해 제기된 중국산 수입 논란을 의식했다는 포석이다.

2020년 1~7월 국가별 맥아 수입현황 일부 발췌. 자료=식약서 식품나라

올해 맥아 수입현황을 살펴보니 1~7월 총 22차례 맥아를 수입했다. 맥아 수입국가와 수입횟수는 △호주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핀란드 7건 △벨기에 2건 △캐나다 2건 △중국 1건이 뒤를 이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과 호주산 원료를 반입한 경우가 많았다.

관세청과 식약처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산 맥아 수입량은 2016년 10톤에 그쳤으나 2017년 1112톤, 2018년 2만8152톤으로 3년 새 무려 281% 증가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산 맥아를 원료로 사용하는 업체는 국내에서 오비맥주가 유일하다. 따라서 수입된 중국산 맥아 대부분을 오비맥주가 들여다 썼다는 얘기다.

이에 오비맥주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수출 제품에 한해 중국산 맥아를 썼다는 입장만 보였으며, 국내제품에도 중국산 맥아가 함유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오비맥주는 저렴한 중국산 맥아를 원료로 사용해 관세와 물류비 등 원가를 절감했으면서도 2016년과 2019년 4월 ‘카스’ 등 주요 맥주 출고가를 각각 6%, 5.4% 인상해 수익을 올렸다.

유통전문가들은 "맥주의 경우 개편된 주세법에 따라 종량제가 적용되면서 수입하거나 자체적으로 만든 맥주 정량에 따라 주류에 세금이 부과돼 원료 함량은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맥주회사들은 낮은 원료를 사용해 가격을 부풀리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카스 500ml 병맥주에 표기된 맥아 등 원료 수입현황. 사진=김주경 기자

오비맥주가 생산하는 카스라벨에 게재된 정보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 맥아는 ‘외국산(호주·캐나다·독일 등) 94%‧국산 6%’이라고 표기돼 있다.

하이트와 롯데주류 등 국내 주류업체들은 국내에서 맥주가 생산돼 엄격한 국내법 적용을 받는 반면 오비맥주는 외국계 회사인 AB인베브가 운영하다 보니 이런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빗겨갈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카스 등 주력 맥주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경우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미국, 외국 등에서 제조하기도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원산지 표시 관련 “맥주라벨에 표시된 정보는 각 나라의 원료가 동시에 들어갔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떤 제품에는 호주 원료가 어떤 제품에는 캐나다 원료, 어떤 제품에는 독일 원료가 들어갔다는 것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며 “원칙대로라면 판매제품에는 정확하게 어떤 원료가 사용됐는지 구체적으로 표기해야 하지만 대부분 주류업체는 이를 반영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표기하고 있어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류업체들이 만약 원료와 원산지 기재를 정확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대상에 포함될 수 있지만 맥주 특성상 여러 유기물이 섞여 있는 식품군에 포함되다 보니 보관상태에 따라 논란이 생길 여지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뉴스워치>는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오비맥주에 중국산 맥아 사용에도 국산 맥주 가격이 오른 부분에 대한 입장을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통해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인터넷 포털에 올라와있는 절단한 맥주 보관용기(이하 케그) 내부에 켜켜히 쌓인 먼지와 이물질.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이뿐만이 아니다. 때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맥주에서 평소와 달리 맥주 맛이 밍밍하다거나,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제보한 경우가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코르나 19로 조심스러운 시기이지만 맥주의 계절이 돌아온 만큼 야외 호프집 테라스에는 시원한 생맥주 한잔으로 걱정거리 날려버리는 고개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지적은 매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예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논란의 발단은 생맥주가 담긴 카스 맥주통(이하 케그)에서 냄새가 난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서울 여의도에서 수십 년 째 호프집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오비맥주에서 산화취 소동으로 시끄러워 회사에서 조치를 취한 이후로 잠잠하더니 최근 들어 다시 맥주를 즐겨 찾거나 냄새에 예민한 손님들로부터 맥주 맛이 변했다며 항의하는 손님들이 종종 있다”며 “그럴 때마다 맥주를 다시 바꿔주긴 하지만 바꿔도 똑같다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을지로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도 “특히 생맥주는 주류 냉장고에 보관되는 매장용 병맥주와 달리 전용 용기에 따로 보관되고 있는 데다 보관 권장 온도가 있어 실온에 놔두는 경우가 많은데 보관 과정에서 고객들과 자주 실랑이를 벌인다”면서 “이런 문제를 본사에 얘기해 신선한 생맥주로 바꿔달라고 얘기해도 본사 영업부 직원들은 문제가 없다고 일관하는 경우가 많아 맥주를 팔아 장사해야 하는 가게 입장에서는 난처하다”고 호소했다.

케그는 카스 등 주류 제조사들이 생맥주를 담아 보관하는 저장 용기다. 1m 정도 높이에, 지름이 30cm 정도 되는 원통이며, 이 곳에 생맥주가 20L가량 들어간다는 것이 호프집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주류 제조사에 문의를 해보니 케그 내부 재질은 스테인리스강이다. 먼지와 공기가 접촉하면 맥주 맛이 변하므로 이르 차단시키고자 밀폐된 방식으로 만든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특히 생맥주는 서늘한 곳 내지는 전용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높은 온도에 보관하거나 상하게 마련이고, 청소하지 않으면 부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맥주를 판매하는 상당수 매장은 둘 곳이 마땅치 않아 케그 겉을 보면 먼지도 끼어 있고, 묵은 때가 그대로 묻은 채 창고나 바깥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5년 째 주류업계 영업직 직원으로 근무 중인 한 관계자에 따르면 “주류회사로부터 공급받는 매장들은 이 통에서 생맥주를 뽑아낸 뒤 빈 통을 반납하고 다시 공급받는 방식으로 재활용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케그를 정기적으로 교체해 맥주 신선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보관통을 몇 년 째 재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30도가 넘는 뜨거운 땡볕에 생맥주 보관용기(이하 케그)가 버젓이 방치되어 있다. 사진=김주경 기자

오비맥주는 맥주 냄새 논란에 있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상황이다. 카스 등의 제품에 대한 맥주 저장과정이나 살균처리 과정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오비맥주에 대한 매각설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에서 허술한 관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음에도 오비맥주는 함묵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논란의 여지를 키우고 있다.

주류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 모회사인 안호이저 부시 인베브(이하 AB인베브)가 국내 오비맥주를 포함해 호주‧미국 등의 사업부를 매각하고자 지난해 7월 사모펀드에 약 9조원의 가격에 매물로 내놨다. 그러나 매각가격이 워낙 비싸 기업들이 인수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2019년 5월 사모펀드인 KKR가 아시아지역 사업부 매수를 위해 AB인베브와 접촉했으나 매각이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사모펀드 KKR은 2009년 당시 오비맥주를 인수해 2014년 AB인베브에 58억 달러(약 6조 8000억원)에 되판 곳이기도 하다. 일본 맥주기업인 아사히그룹도 지난 5월 호주사업부 매수에 관심을 보였으나 실제 매각은 불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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