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김웅식 기자] 지난해까지 혈세 185조원을 투입했지만 급격한 저출산 흐름은 막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먹고 사는 문제로 고통 받는데, 젊은이들이 어떻게 결혼하고 아이 낳아 키울 생각을 하겠는가. 

지난 3월 국내에서 태어난 출생아는 모두 2만4378명. 1년 전보다 10.1%나 줄어든 수치다. 3월 기준으로 지난 1981년 통계를 시작한 후 최소다. 출생아 수는 계절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같은 달과 비교를 하는데, 올해 3월 출생아 수는 48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최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역대 최소인 7만 명대로 떨어지면서 합계출산율이 0.9명으로 추락했다.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치면서 당장 올해부터 우리나라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출산율 통계가 나올 때마다 ‘역대 최저’ ‘통계 작성 이후 최저’라는 수식어가 붙어서 그런지 0.9명이 충격으로 와 닿지도 않는다. 이 정도면 인구 절멸이라고 봐야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는 5170만9000명이다. 예측에 따르면 인구가 당분간 늘다가 2028년 519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한다. 2067년엔 3900만명으로 줄어든다. 

급격한 인구감소는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이미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학교가 문을 닫고, 빈집이 늘며, 지방소멸이 보통명사가 됐다. 

우리나라에선 아이를 낳아 교육할 생각을 하면 암울해진다.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이 조사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1명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드는 교육비는 총 8552만원이었다. 대학 등록금까지 고려하면 다른 비용은 뺀 교육비로만 1억원 이상 드는 것이다. 

소득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하고 상대적 박탈감은 커져 간다. 지난해 4분기 빈부격차는 분기 기준으로 2003년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다. 

요즘 시대에 돈 없이 결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전까지 결혼을 미루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 사회는 옆의 친구보다 취업을 위한 ‘무기’를 하나 더 장착하라고 끝없이 경쟁을 부추긴다. 하지만 신입사원 열 명 중 세 명꼴로 채 1년도 안 돼 힘들게 얻은 직장을 떠난다니 정말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기존 방법이 통하지 않거나 부실했다면 통념과 관행을 벗어난 새로운 접근이 있어야 한다. 국가가 가정의 토대인 내 집 마련이나 보육 문제조차 해결해주지 못하면서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아이 낳기를 바라는 것은 무책임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출산을 꺼리는 주된 이유로 가장 많은 이가 ‘경제적 이유’(45%)를 꼽았고, 그다음으로는 ‘양육·교육 부담’(19%)을 지목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스코는 최근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국내 기업 최초로 신설했다고 밝혔다.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는 직원이 직무여건에 따라 ‘전일’(8시간) 또는 ‘반일’(4시간) 재택근무를 신청할 수 있다. 젊은 직원들이 육아와 업무를 병행할 수 있게 해 ‘경력단절’을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코로나19 사태로 보다 빨리 다가온 재택근무제를 육아와 접목시킨 굿 아이디어다. 

출산율 회복은 지속 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지금의 저출산 추세라면 2300년에 가면 우리나라는 사실상 소멸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재임 시절 “북한 핵보다 더 무서운 게 저출산”이라고 한 말은 허언(虛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끔찍한 국가재앙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구절벽에 매달려 인류 최초로 소멸 위기에 놓인 우리에게 그 탈출법은 간절히 필요하다. 한 정치인의 공약처럼 일반인의 사고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대책 없이는 저출산 위기를 해결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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