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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 칼럼] '법 기술을 위한 변명'

[뉴스워치=칼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4일 57회 '법의 날' 유공자에 대한 훈·포장 전수식 축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자가 각종 예규 또는 규칙을 통해 자기 편의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 법 기술을 벌이고 있다"라며 비판했다.

여기에 등장한 법 기술이라는 용어가 필자의 눈길을 끌었는데 이는 법 기술이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편법이라는 의미로 사용됐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일화 중 제논의 역설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달리기 시합에서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영원히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아킬레스는 거북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

그런데 거북이가 느리기에 거북이와 아킬레스가 경주할 때 거북이를 아킬레스보다 10m쯤 앞에서 출발시킨다고 하자. 아킬레스가 거북이가 출발한 위치까지 오면, 그동안 거북이는 작지만, 얼마만큼 앞으로 나아가 있을 것이다.

이 차이를 아킬레스가 따라잡으면 거북이도 또 어느 정도 나아가고 이렇게 아킬레스가 앞서가는 거북이의 위치를 따라잡는 순간 거북이는 아주 조금이지만 항상 앞서 나가 있어 아킬레스는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제논은 자신의 논증 중 어디가 잘못돼 있는지를 밝히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답답해하면서도 제논의 논리를 반박해 내지 못했다.

우리는 이러한 궤변을 가지고 현란하게 말솜씨를 자랑하는 사람들을 소피스트라고 부른다. 이때 소피스트들의 무기는 말 기술이다.

그런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5일 민주당 초선의원 간담회에서 "검찰총장이 제 지시를 절반 잘라먹었다"라며 "장관 지휘를 겸허히 받아들이면 좋게 지나갈 일을 (윤 총장이) 새삼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했다"라고 말했다.

최근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검·언 유착' 사건을 두고 윤 총장이 추 장관 자신의 지시 사항을 그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질타했다.

물론 다음날 정치권에서는 추미애 장관이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쏟아낸 '거친 발언'이 입길에 올랐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에 저런 과도한 말이 오가는 건 처음 본다"며 "인성의 문제"라고 했다.

통합당의 김종인 위원장은 "지킬 건 지켜야 하는데 말을 너무나 쉽게 뱉는다"고 했고 여당에 우호적인 정의당의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전반적으로 표현이 너무 저급하고 신중치 못하다"고 했다.

급기야 28일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페이스북에 ‘추미애 장관님께’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통해 “추 장관의 윤석열 총장에 대한 일련의 언행은 제가 삼십 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서 당혹스럽기까지 하여 말문을 잃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유추해보면 추 장관이 사용한 ‘법 기술’이라는 용어는 장관의 지휘를 윤 총장이 각종 예규 또는 규칙을 이유로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의미로, 추 장관의 지시가 정당함을 전제로 하면 ‘편법 혹은 자신의 목적을 위한 법의 잘못된 이용’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듯하다.

그런데 법 기술이라는 용어는 법을 다루는 기술을 의미하는 용어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진실에 기반하지 않은 소피스트들의 말 기술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는 의미다.

법률가는 당연히 법 기술을 가져야 한다. 진실에 기반하지 않거나 진실을 왜곡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드는 것은 법 기술이 아닌 법의 남용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이후 윤 총장은 여권과 대립각을 세우게 되었고 검찰-언론 유착 논란,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 문제 등을 놓고 이러한 대립은 계속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급 인사들이 잇달아 윤 총장을 비난하고 압박하고 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나라면 그만둘 것”이라며 윤 총장 사퇴론을 꺼내기도 했다. 여당은 법사위에 윤 총장을 불러 ‘한명숙 사건’ 등 여러 현안에 대해 추궁한다고도 했다.

또 7월 출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역시 윤 총장을 견제할 것이라고도 한다. 현 정권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성윤 서울지검장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게다가 윤 총장의 측근들은 지방 발령을 받아 팔다리가 잘린 상태이기도 하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대통령이 친히 협력을 주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연이은 비판은 대단히 보기 드문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물론, 여권과 윤 총장 사이에 조성된 대립각의 대상이 되었던 사건 대부분이 아직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으로 아직 누가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하기 어렵다.

하지만 추 장관이 법 기술이라는 용어를 말 기술이라는 용어처럼 사용해 "법 기술을 벌이고 있다"며 비판한 것은 법의 목적과 정당성마저 흠집 낼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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