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 동덕여대 교수

요즘 역사교과서 문제로 전국이 시끌시끌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둘러싸고 연일 여야 간의 날선 대립이 벌어지고 있으며 여론조사까지 행하고 있으니 국민이 교과서에 대한 관심이 이처럼 뜨거워진 적이 언제 또 있었을까 싶다.

현재 국정도서는 교육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교과목에 한하는데, 국정도서 개발 대상은 1. 초등학교에서 통합(바른생활, 슬기로운생활, 즐거운생활), 국어, 사회·도덕, 수학, 과학, 체육 3~4학년, 예술 3~4학년 과목의 교과서 115종, 지도서 63종, 2. 중학교에서 생활 독일어, 생활 프랑스어, 생활 스페인어, 생활 러시아어, 생활 아랍어의 교과서 5종, 3. 고등학교에서 보통교과 교과서 3종, 전문교과 교과서 148종에 이른다.(두산백과사전 참조)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하는 측은 '친일·독재 미화'라는 구호에서도 보이듯 한국 보수 세력의 아킬레스건인 친일과 독재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반면 국정화를 찬성하는 측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 분단의 책임을 돌리고 3대 세습 국가인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기술하고 있는 것 등을 바로 잡겠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역사교과서의 문제가 그것밖에 없을까?

필자는 기왕 벌어진 김에 이번 역사교과서 국정 화 논의가 보다 다양하게 벌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정신대니 위안부니 하는 말을 아무런 비판 없이 사용하고 있다. 일본군이 처음으로 위안부대를 창설한 것은 1932년 1월 상해사변(上海事變)을 일으키면서 부터이다. 정신대는 ‘어떤 목적을 위해 솔선해서 몸을 바치는 부대'라는 뜻으로 일제가 전쟁을 위해 동원한 인력 조직이었다. 남녀 모두 그 대상이 되었는데, 이 중에서 여성으로만 구성된 경우를 여성정신대라고 불렀다.

이 여성정신대가 대부분 일본군 위안소로 연행됨에 따라 정신대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일본군 위안부를 지칭하는 용어로 굳어졌다. 정신대나 위안부라는 뜻에는 자발적으로 군을 따라갔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나아가 일본 정부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도 함께 숨겨져 있다. 이러한 용어는 교정되어야 한다. 유엔인권위원회에서는 위안부라는 용어 대신에 '일본군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한국의 특수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한국은 35년간 식민지 수탈을 당하였다. 프랑스의 식민지 경험이 4년 정도에 불과하였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긴 세월로, 당시 한국인은 일본인으로 교육받고 자라왔다. 친일파 논쟁은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왕정의 몰락 이후 교육도 의식도 없이 자라난 사람의 행위를 부유했다든지, 출세했다든지 하는 이유로 친일파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친일논쟁은 당시, 이러한 사정을 알 수 있었고 그 행위가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아 마땅한 사람에 국한 되어야 할 것이며, 친일문제가 거론된 배경과 한국 혹은 한국 국민에게 끼친 해악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할 것이다.

특히 현행 역사교과서가 외면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에 대해서도 배려를 하여야 한다. 이미 지난 2007년 8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외국인 정책 이행보고서를 심사하면서 '순수 혈통'이라는 개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다. 보고서는 "한국의 현실을 볼 때 이미 한국은 단일민족이 아니므로, 현재 한국사회의 다민족적 성격을 인정하고, 단일민족이라는 한국의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교육, 문화, 정보 분야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이에 다문화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해 다문화 관련 내용이 초·중학교 교과서에 반영되고 TV 홍보 프로그램도 제작되는 등 사회적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 역사교육에서 다문화에 대한 배려는 없는 듯하다.

이번 논쟁을 거치며 찬반 양측의 논쟁은 어떤 형태이든 새로운 교과서에 양향을 미치리라 생각된다. 국정교과서든, 검인정교과서든 교과서가 시대와 학문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특히 수능 위주의 교육이 행하여지고 있는 고교 과정에서는 EBS 교재 및 사설 참고서가 주 교재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논쟁의 결과로 교과서가 학교의 수업을 책임질 수 있도록 내용과 질적 개선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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