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김웅식 기자] “집을 지을 때 가장 큰 애정을 가진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집주인입니다.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가진 재산을 모아 한남3구역에 집을 마련했습니다.”

최근에 열린 서울 한남3구역 재개발 첫 합동 설명회는 눈길을 끌만 했다. 수주전에 뛰어든 한 건설사의 임원 두 사람이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본인들이 한남3구역의 조합원이 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업을 수주하면 집주인의 마음으로 애정을 갖고 집을 시공하겠다는 다짐을 그렇게 나타내 보인 것이다. 집주인이 결국은 가장 좋은 설계, 가장 좋은 자재, 가장 꼼꼼한 관리로 전체 공정을 살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개발 정비사업 수주전에 뛰어든 건설사 임원들이 조합원이 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재건축·재개발 정비업계에서는 건설사가 시공사로 선정되면 ‘상전’으로 돌변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런 우려를 줄일 만한 마케팅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저가 공사비 관행이 건설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하자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건설사 사전에 ‘밑지는 장사’란 없다고 보면 맞을 듯하다. 치열한 경쟁 끝에 공사를 수주한 시공사 입장에서는 이익을 남기려고 할 것이다. 

적은 공사비인데도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려는 시공사는 공사기간을 단축하거나 하도급 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선 야간이나 주말 작업이 불가피한데, 이로 인한 피로 누적과 현장관리 미비로 하자 발생 가능성이 늘어난다. 

과거 급속한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외견상 문제만 신경 쓰고 보이지 않는 곳은 대충 마무리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 건축 토목 분야에서 이런 일은 흔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아파트와 다리, 백화점이 무너지는 암울한 추억을 갖고 있다. 

입주민이 건설사와의 합의에 실패해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에 신청하는 하자심사 및 분쟁조정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0년 69건에 불과했던 신청 건수는 2017년 4087건, 2018년 3818건으로 크게 늘었다. 2019년 신청 건수는 4284건이었다.

‘2019년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사건접수 현황’에 따르면 시공 능력 5위권 건설사인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중 삼성물산 1건을 비롯해 모두 여러 건의 하자분쟁으로 조정위원회에 이름을 올렸다.

신축 아파트 입주가 급증했던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하자보수 분쟁이 제일 많았던 건설사는 대우건설이었다. 이 기간 대우건설의 하자보수 분쟁조정 신청은 3362건이었다. 그 뒤로 SM우방(790건), 동일(664건), 포스코건설(574건), 한국토지주택공사(534건), HDC현대산업개발(416건) 순으로 분쟁이 많았다. 

하자 있는 부실공사로 인해 치러야 하는 희생과 사회적 비용은 크다. 1994년 부실이 원인이 돼 무너진 성수대교를 통해 우리는 이를 잘 알고 있다. 온전한 구조물을 만들려면 제값을 들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제값 들이지 않고 고품질의 건축물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다.

작은삼촌은 젊은 나이에 집 짓는 일로 성공을 했다. 시내 좋은 위치의 땅을 사서 그 위에 집을 지어 팔았다. ‘내가 살 집’이라는 생각으로 자재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제값 들여 시공을 했다. 화장실 바닥의 물 빠짐까지 신경 쓸 정도로 정성을 들여 집을 지었다. 

삼촌이 제값 들여 지은 주택은 자연히 호평을 받았고, 높은 가격에 집을 팔 수 있었다. 집을 산 사람은 만족해했고 “삼촌이 집을 꼼꼼하게 잘 짓는다”는 소문은 퍼져 나갔다. 삼촌은 이후 단독주택 2, 3채를 짓는 데서 나아가 아파트 시공 참여까지 사업을 확대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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