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째 맞는 정의의 역사…단순히 추념하는 6‧10항쟁 넘어 ‘새로운 정의’ 써가는 계기되길”

[뉴스워치] 1980년대 서슬퍼런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 아래 반독재 민주화 투쟁은 일상이었다.

전두환 정권 하에서 모든 ‘민주적 가치’는 그들이 설정해놓은 ‘정의구현사회’라는 독재정권의 통치 슬로건 속에서는 하위 개념이었다. ‘국민적 정의’와 ‘독재정권 정의’는 병립해 존속할 순 없었다.

군부독재 타도와 민주화를 염원하는 재야학생운동 세력의 시위는 1987년 박종철 고문 살인사건으로 범국민적 민주화 운동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그해 스무 살의 이한열 군은 故 박종철 고문살인 은폐규탄과 전두환이 장기집권 야욕에서 내건 4.13 호헌조치 철폐를 외치다 최류탄에 맞아 사망했다. 들불처럼 번져나간 6·10민주항쟁은 독재정권의 굴복을 가져온 6·29선언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대한민국의 정의’를 일으켜 세웠다.

6‧10항쟁 이후 10년 뒤인 1997년 김대중 대통령에 의한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몇 차례의 보수, 개혁정권의 집권을 경험했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근본적 아젠다인 ‘정의’와 ‘과연 우리 사회는 정의로운가’에 대해선 그 누구도 확신에 찬 믿음을 갖지 못하고 있다.

세계가 놀랄 정도로 짧은 기간에 이룬 민주화와 경제발전의 발자취 뒤에는 민주 제단에 바친 수많은 희생 덕분이다.

민주주의 교본 국가인 미국에서 ‘새로운 독재자’로 비판받고 있는 트럼프의 전략적인 G7에 초청 받을 정도로 경제적 위상이 높아졌지만, 이 역시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쌓은 것이다.

6‧10 민주항쟁 33년 세월이 곧 우리 사회의 민주화의 시간이다. 정의를 축적해온 날들이었다.

긴 세월 이어져 온 30여 년 민주화 과정과 지금 이룬 민주주의의 성적표 그리고 사회적 정의의 성취감과 만족도 면에서 후한 점수를 주기엔 아직 우리 스스로가 부끄럽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국민들은 불과 3년 전 국정농단의 오명을 쓴 박근혜 정권을 종식시켰다. 

이 역시 6‧10민주항쟁으로 독재정권을 물리쳤던 국민들에게 내재 된 ‘강렬하고 정의로운 DNA’가 표출된 결과였다. 지금은 민주개혁 정권 출범 이후 ‘정의’가 국가 사회의 우선 가치이자 상위개념으로 설정됐다.

과거 정치‧사회적 민주화가 정의로운 사회 구현의 최상의 가치였다면 이젠 전통적‧정치적 정의의 개념보다 인권‧균등‧분배가 중요한 정의사회의 우선적 가치 척도가 되고 있다.

코로나 시대, 국가 사회적 난국에 국민들이 스스로 던지고 있는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 모든 위정자들이 응답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최소한의 생존에 ‘기본소득’인가 ‘고용보험’ 인가를 놓고 논쟁하는 것처럼 이젠 국가가 국민들이 묻기 전에 스스로 ‘국가란 이런 것이다’ 라고 ‘변화된 정의’에 대한 아젠다를 만들어 나가는 시대가 됐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이자 하버드대학 정치학 교수인 마이클 샌델 교수는 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젊은 민주사회다. 최근 수십 년간 한국은 경제적으로 경이롭게 변모했다. 세계에 앞서가는 경제권 가운데 하나가 된 지금, 한국인들은 좋은 삶의 의미에 대해 묻고 있다.

故 이한열의 희생과 6·10민주항쟁으로 쟁취한 대한민국의 정의가 33년 째 맞이하는 시점에서 단지 기억하고 추념하는 6·10항쟁이 아닌 ‘새로운 정의’를 써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 박동규 前 청와대 행정관 
◇ 現 한반도 미래전략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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