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지난 6일 밤 정의기억연대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 집' 소장 손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외부 침입의 흔적이 없었고, 사건 현장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모습으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손 씨는 '평화의 우리 집'을 검찰이 압수수색한 뒤 지인들에게 검찰의 수사로 힘들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나영 이사장이 대표로 낭독한 성명에서도 “고인은 최근 정의연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면서 “특히 검찰의 급작스런 평화의 우리집 압수수색 이후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고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호소했다. 또 "언론의 과도한 취재 경쟁으로 쏟아지는 전화와 초인종 벨소리, 카메라 세례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셨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 수를 의미하는 자살률은 지난 2018년 26.6명이다. 이는 전년도인 2017년보다 2.3명 많은 수치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2016년을 기준할 때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4.6명으로 OECD 평균인 11.5명의 2.1배에 달했다.

자살률은 80세 이상 연령층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2017년보다 증가했다. 

10대 자살률은 22.1%가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자살 동기는 연령대별로 달라 10∼30세는 정신적 어려움, 31∼60세는 경제적 어려움, 61세 이상 육체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을 택했다.

자살에 대한 연구를 보면 Freud는 인간의 파괴본능이 내면으로 향할 때 자살이 일어난다고 하고 또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통제하려는 갈망에서 자살을 기도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실제 자살하는 사람들의 동기는 매우 다양하다. 

인생의 무의미함을 느끼고 삶을 포기하는 순수자살이 있고, 또한 자살을 통해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 증오심을 표현하려는 의도적 자살도 있으며 많은 경우 이 두 가지 동기가 복합돼 있다.

대부분의 문화에서 자살을 혐오하며 예방하려 한다. 그 이유는 자살은 다른 사별보다 살아남은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여러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 자살예방사업을 벌이고 상담센터나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자살은 또 다른 자살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유명인의 자살 소식은 그 영향력이 매우 커 이를 ‘베르테르 효과’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살보도 권고기준'은 ‘자살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알려야’하고 ‘자살과 자살자에 대한 어떠한 미화나 합리화도 피해야 한다’고 권한다. 

또한, 자살이 어떤 문제의 해결책으로 작용했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 억울한 피해자가 목숨을 끊음으로써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고, 결국 가해자가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은 누군가에게는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도 있기 떄문이다. 언론이 보도를 한다면 자살의 폐해와 고통에 집중해야 한다.

이와 함께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 사람은 어떤 난관에 부딪히면 이를 해결하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하나 성공하지 못할 때 마지막 남은 해결책으로 자살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자살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절규가 있다. 목숨을 담보로 해서 자신이 얼마나 외롭고 괴로왔는지 알리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자살하기 전에 언어적, 행동적 단서를 보이는데, 즉 갑자기 말이 없어지고 무력감에 빠져든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가족, 혹은 주변 사람들은 의사소통을 통해 그들 내면에 있는 동기를 이해해야 하며, 지지적 환경을 마련해 얼마든지 타인들의 인정과 관심을 얻고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손 씨는 자살을 앞두고 상당 기간 괴로워했다고 한다. 이나영 이사장이 대표로 낭독한 성명을 보면 이러한 정황이 충분히 짐작된다. 주변 사람의 관심이 아쉬운 대목이다.

그리고 이 사건의 원인은 정의연 사업의 부실한 운영과 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다. 

부실한 운영에 대해서는 보도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고 모금 명의를 잘못 사용했다는 점은 윤미향 의원 본인도 인정했다. 그리고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다. 그런데 자살의 원인을 검찰의 압수수색과 언론의 과도한 취재 경쟁에만 돌리는 것은 아쉽다.

하지만 더 아쉬운 것은 한 사람의 자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내집단 외집단 편견의 강화 현상이다. 

박성호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윤미향 의원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용수 할머니를 두고 입에 담지 못할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글들은 읽다 보면 사용된 표현과 적대감들이 일부 편향적 네티즌들의 모임에서나 나올법한 것들이라 ‘이게 인간으로 할 소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우려스러운 일이다. 일본 우익은 이 기회에 위안부 문제가 잘못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고 일부 한국인들도 소녀상 철거라는 피켓을 들기도 했다. 그동안 일부 친일파를 제외한 우리 사회가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분개했던 위안부를 둘러싼 문제가 자칫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 외부인사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