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미국·인도 등 셧다운된 해외 공장 일제히 재가동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른 미·중 무역분쟁…2차 피해 최소화 해야
재계 총수들 “해외 현지 상황 별 시나리오 세워 대응하라” 주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점차 진정세를 나타내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그동안 멈췄던 해외 공장을 가동하는 등 글로벌 경영행보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세를 보이면서 위축됐던 해외 현장행보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삼성‧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사실상 멈췄던 해외 공장 가동을 재개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앞으로는 사업 효율화와 인수·합병(M&A)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의 전운이 다시 감돌면서 국내 기업들이 최근 해외 네트워크를 비롯한 관련 조직을 가동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분위기다.

재계에 따르면 지난 2018~2019년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삼성을 비롯한 국내 주요 대기업에 막대한 관세가 부과되는 등 철퇴를 맞았다. 이에 2차 분쟁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주요 대기업들도 내부 조직을 가동해 상황 별 시나리오를 세워 대응하는 한편 미·중 현지법인과 본사 간 협력을 강화해 대책 강구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19가 점차 진정세로 접어드는 등 해외 국가 간 이동제한 조치가 완화되면서 미국‧유럽 등 공장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가장 먼저 가동에 들어갔다. 

봉쇄 조치가 엄격했던 인도도제한 조치를 해제하면서 공장 가동을 재개하는 등 해외 생산라인도 정상화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과 14일 인도 노이다에 있는 스마트폰 공장과 첸나이 가전 공장에 대한 가동을 시작했으며, LG전자 역시 푸네 가전공장은 18일, 노이다 가전 공장은 22일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공장도 대부분 가동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은 25일부터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업무체제를 정상화한다. 

지난 1일 중국 정부 당국의 기업인 입국절차가 간소화(신속통로)되 이후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 디스플레이 협력사 임직원들은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텐진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수속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기업들의 해외 인력파견도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정부당국은 이달 초 중국 정부와 합의해 기업인 입국절차를 간소화(신속통로) 한 바 있다. 

이에 삼성‧LG‧SK 등 주요 기업들도 발 빠르게 중국에 인력을 급파해 반도체를 포함한 디스플레이‧배터리 등 주력 산업에 에 대한 네트워크를 셋팅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입국절차가 간소화된 지 20여일 만에 삼성SDI,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화학, LG디스플레이, SK이노베이션 등 중국 파견된 인원만 1000명에 달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타격이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예상했던 것과 달리 3개월 만에 해외 공장 셧다운이 해제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생산 라인을 정상화해 수요 회복에 대응 해외 공장 증설 작업에도 속도를 더욱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하고자 아예 현지 대응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자 기존 권역별 책임경영체제를 기반으로 시장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이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미국 현지 법인과 해외 마케팅 조직을 앞세워 글로벌 데이터 수집, 상시 시장조사 등을 통해 대비하고 있다. 자국 보호 무역주의 움직임 속에서 해외 조직을 강화해 새로운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현지법인의 보고가 많이 늘었다.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생산하고 있어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현지법인과 본사와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전략 새판짜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건설장비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외부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 대응에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중대형 장비와 특수장비 분야에서 활로를 모색해 사업 안정화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밝힌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 및 대책을 논의하며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의 국내외 경영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7∼19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출장을 다녀왔다. 

이 부회장이 해외 출장의 첫 행선지로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은 것은 점차 고조되는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것.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반도체 분야를 어떻 게 해서든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담아냈다는 해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0일 헬기로 LG화학 사업장을 찾아 잇따른 LG화학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 그룹 총수로서 공식 사과했다.

구 회장은 “기업은 실적 부진보다는 안전 환경과 품질 사고 등 위기 대응에 실패해 몰락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안전·환경을 경영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관건은 미중 무역분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지에 대한 여부다.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한 지속되고 있음에도 미국이 중국 압박에 동참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경영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게다가 대만 TSMC마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자급자족’ 압박에 미국 애리조나주에 5나노미터 공정 생산 라인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기업들의 위기감은 고조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미중 갈등 격화가 세계 경제를 또다시 뒤흔드는 악재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희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무역분쟁의 핵심은 화훼이와 대만 TSMC를 견제하는 것인만큼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다만 삼성이 반도체 1위로 올라서고 현대차와 LG, SK 등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요 시장의 고객을 반드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미국을 의식해서라도 미국 현지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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