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김웅식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일감을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국내 주택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시장까지 수주절벽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몇 년 안에 해외에서 일감을 하나도 확보하지 못하는 대형 건설사가 나올지도 모른다.
최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코로나19가 국내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 공공 건설투자는 늘겠지만 민간투자 감소폭이 너무 커 전반적인 건설투자 감소를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 전망치도 280억달러에서 220억달러로 21.4% 하향 조정했다.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는 올해 초 수주 목표를 일제히 높게 잡으며 해외를 공격적으로 파고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해외에서 기대만큼의 ‘수주 낭보’는 들리지 않고 곳간의 일감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 ‘건설업 위기’가 현실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7년 만에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물론 연말로 갈수록 공사계약 건수가 늘어나게 마련이라지만 예년에 비해 ‘수주 가뭄’이 극심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월별 수주액은 3개월째 내리막이고, 주력 시장인 중동 수주가 휘청거리고 있어 업계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해외수주는 1월 56억40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2월 37억2000만달러, 3월 18억2000만달러, 4월 17억9000만달러로 3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공기(工期)는 지연되고 원가는 상승하며 건설사의 재무 리스크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 4월까지 코로나 확진자 발생 등으로 국내 30여 개 건설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외국인 근로자 수급도 어려워져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됐다.
이젠 해외에서 저가 출혈경쟁으로 일감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그렇게 해서는 회사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대형 건설사들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에서 저가로 대규모 공사를 수주하면서 그 부실을 털어내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여기다 최근에는 유가 하락으로 대규모 플랜트 공사 발주물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해 건설사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건설사끼리 협업해 해외수주에 나서 보기도 하지만 좋은 결실을 맺는 경우는 많지 않다.
수주산업인 건설은 일감인 수주잔고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지속성장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수주잔고를 통해 미래 매출과 영업이익 등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수주잔고가 늘었지만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대림산업은 줄어들었다.
현대건설의 수주잔고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62조2338억원이다. 지난해 매출액 17조2998억원을 고려하면 약 3.7년치의 일감이 남아 있는 셈이다. 대우건설은 32조8827억원으로 약 4년치, 삼성물산은 26조6450억원으로 약 2.3년치, 대림산업은 20조6236억원으로 약 2년치의 일감이 남아 있는 상태다.
당장 매출로 이어질 기미가 안 보이는 장기 미착공 공사가 다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수주잔고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향후 지금과 같이 해외에서 대규모 공사를 수주하지 못하면 2, 3년 안에 일감이 없어 손 놓고 있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문제는 건설업 위기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건설산업은 매년 하락세를 걷고 있다. 무엇보다 청년들의 건설업 기피현상이 커져 신규 인력 수혈이 점점 줄고 있다. 그래서 ‘건설업의 성장판이 거의 닫힐 위기에 몰렸다’는 자조 섞인 푸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