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어떻게 버티나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네... 허허”

한 은행 창구 앞에서 정부 긴급 재난지원금 수령 신청을 기다리던 백발의 한 노인이 하는 말이다.

필자 역시 평생 살아오면서 국가가 세금은 참 정확하게도 꼬박꼬박 잘 챙겨가는구나 하는 일종의 억울함(?)이 있었지만, 난생 처음 국가에서 주는 돈을 받으러 은행을 방문한 날의 기억이다.

창구 앞에선 쉴 틈 없이 다음 대기자를 호출하는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분과 서류가 확인되면 처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채 5분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코로나로 인한 국민들의 생활고를 돕고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지급하고 있는 재난지원금 신청에 은행 창구는 연일 문전성시다.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5월4~18일까지 정부 긴급재난 지원금 지급실적은 총 10조 200여억 원으로 전체 지급대상 가구 중 약 74%가 수령했다.

재난지원금의 규모와 지급 대상 등에 논란이 많았지만, 국민들에겐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인 ‘금싸라기 돈’ 임은 분명한 듯 싶다. 

정부는 긴급재난 지원금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시중에 자금을 풀고 경기 활성화를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형 뉴딜정책이나 고용대책도 그 일환이다.

코로나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이는 시점에서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 예산이 한정돼 무한대로 돈을 풀 수는 없지만 정부가 내놓은 긴급처방이 국민의 심리적 안정감과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주는 것은 자명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방 재래시장이나 골목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돈이 풀린 이후 사람들 간의 왕래가 늘어나는 등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돈을 풀어서 국민들의 경제활동과 시장 활성화를 이어 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최근 이태원 發 코로나 재 확산을 포함해 지속적인 코로나 발생 사례들이 나올 때 마다 국민들은 움츠려들면서 시장과 경기도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당분간 불안한 코로나 상황은 반복되는 만큼 정부 주도의 경기 활성화와 국민 생활안정 대책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일부터는 고3생들의 등교수업이 시작됐다. 긴장 속에서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모두가 제발 제발 하는 간절한 마음과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코로나로 모든 게 멈출듯한 세상이 재난지원금을 비롯한 긴급 처방으로 생기를 되찾게 된다면 잠시라도 안도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러나 ‘돈은 유통이다’ 라는 시장의 ‘속설’처럼 돈은 시장경제에 그리고 국민들 일상 속에서 힘차게 돌고 돌아야 존재가치가 돋보인다.

이제부터는 정부 재난 지원금이 보다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선 순환돼 경제 전체에 일정 부분 기여하도록 사후관리를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보완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정책적 피드백’ 이다. 아울러 제도 부작용과 미흡한 점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코로나 상황의 장기화에 대비한 추가적인 ‘재정확보’와 ‘집행계획’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지금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주는 것만큼 중요한 ‘우선순위’ 정치는 없다. 

'이번에 긴급재난 지원금을 신청하면서 만일 소득순위에 차등을 두었다면 얼마나 서운했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코로나로 지친 몸이 조금은 가벼워짐을 느꼈으니...'

‘국가의 존재 이유’가 바로 지금이다. 

'국민들이 평소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결코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 정말 필요하고 절실할 때 ‘정부와 지도자’가 있음을 느낀다면 그나마 위안이 될 것이다.

◇ 박동규 前 청와대 행정관 
◇ 現 한반도 미래전략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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