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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저공비행] 재난지원금과 자발적 기부

[뉴스워치=김웅식 기자] 논란 많던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됐다. 정부·여당은 공식적인 기부 캠페인은 벌이지 않기로 했다지만 사회지도층과 고소득층에는 재난지원금을 기부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적 압력’으로 다가올 소지가 다분하다며 기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NH농협과 메리츠금융그룹이 임직원의 ‘자발적 기부’를 발표했지만 직원들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두 회사는 대규모의 기부를 발 빠르게 결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실제 기부를 해야 하는 임직원의 의견은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 

사회적 압력에 의한 기부 유도는 소비 진작을 통한 경제회복이라는 긴급재난지원금의 본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재난지원금을 나눠주는 것은 소비를 늘려 영세상인, 자영업자, 중소기업을 돕겠다는 것이다.

기부라는 것은 각자가 하고 싶은 때에, 하고 싶은 곳에, 하고 싶은 만큼 하는 게 정상이다. 외국의 갑부들은 평소 사회공헌에 적극적이며, 거액을 기부하면서도 ‘꼼수’를 부리거나 생색을 내지 않는다. 그들은 하나같이 기부를 '부자의 덕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빌 게이츠는 또 한번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세계의 자산가들 중 코로나19 팬데믹 해결을 위해 가장 먼저 거액의 재산을 사회에 자발적으로 기부해 남다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 주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초 1억 달러(약 1220억원)를 기부한 데 이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회사의 자금이 아닌 전액 개인 재산이다.

80·90년대 홍콩 영화를 통해 잘 알려진 영화배우 주윤발은 큰 부를 가졌으면서도 평범한 소시민의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그가 호텔 식당이나 고급 리무진을 이용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사실은 정반대였다. 주윤발은 소시민들이 즐겨 찾는 허름한 만두집이나 지하철을 애용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재작년 말 전 재산 56억 홍콩달러(약 8100억원)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주윤발은 말한다. “그 돈은 내 것이 아닙니다.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뿐이지요. 돈은 행복의 원천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 꿈은 행복하고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것은 돈을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평화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하고, 걱정 없이 남은 인생을 살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재벌 회장들도 계기가 되면 ‘통 큰’ 기부에 나서곤 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외국 갑부들의 기부와는 결이 사뭇 다르다. 

한때 재벌 회장들은 구속이라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1조원 사재 출연이라는 ‘통 큰’ 기부를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물의를 빚으면 고개를 숙이고 ‘여론무마용 사재출연’을 약속했던 재벌 회장들이다. 거액의 ‘통 큰 기부 약속’이 공익재단 출연으로 이어지고, 공익재단의 재산은 이후 자식에게 승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기부’에 얼마나 동참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원금을 수령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액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장관들과 공무원들도 기부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기업은 총수들이 기부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기부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김웅식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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