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會, 법안발의 제조기 아닌 진정한 입법기관 되어주길...

[뉴스워치] 대한민국 국회는 임기가 끝날 무렵이면 ‘최악 국회’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이번 달에 임기가 끝나는 20대 국회를 두고 언론에서는 ‘최악 국회’라고 일갈한다. 언제쯤이면 최악 국회라는 수식어 대신 ‘최선을 다한 국회’나 ‘성과 남긴 국회’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을까?

19대 국회에서는 거대양당의 극한 대립과 정쟁의 결과물로 다당제를 통과시켰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철수의 국민의당이다. 이를 계기로 제3지대를 형성해 ‘타협·협상’이라는 정치적 기반을 구축했다.

그러나 다당제로 출발한 20대 국회는 출범 초기에만 잠깐 거대양당 틈새에서 제3당으로서 줄타기와 협상력을 발휘했을 뿐 거대양당 중심의 국회에서의 역할은 미미했다. 

국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면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식물국회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동물국회’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국회가 마치 동물들의 난장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치고 받고 부수고 하는 모습에서 최악의 수식어가 붙여진 것. 

20대 국회는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122석, 야당인 더불어 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인 3개 교섭단체로 시작했으나 법안 처리율은 36.6%에 그쳤으며, 1만5000여건의 민생법안들이 제대로된 빛조차 발하지 못한 채 쌓였다. 

이 법안들은 국회의원들이 지난 4년 동안 너도나도 국민을 위한 법이라며 제출한 법안이 대부분이다.

20대 국회가 종료되면 지난 4년간 발의했던 법안 2만4000여건 가운데 약 35%(9000여건)만 법률로 제정되며, 나머지 1만 5000여건은 자동 폐기된다. 

이대로 회기가 만료되면 20대 국회는 ‘법안발의 제조기’에 불과할 뿐 ‘입법 국회’는 아니다.

오는 9일 임시국회가 만료되지만, 여·야 간 막판 타협이 성사될 지 불투명하다.

민주당이 원 포인트 ‘개헌안 상정’ 카드를 시사하자 자유통합당은 개헌의 ‘개’자도 꺼내지 말라며 상정 자체와 표결도 거부할 태세다.

이번 국회에서 국민 100만명 이상이 참여하면 발의할 수 있는 ‘개헌안’을 처리하자는 것인데 통합당은 ‘장기집권 음모’라 반발하는 등 20대 국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에는 힘들어진 상황이다.

국회가 규정하는 ‘정치적 장애물’이 개헌안이라면 여야가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해 민생법안 등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후 21대 국회에서 각 당의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구성해 개헌안 관련, 협상테이블을 가지는 것이 ‘상식적인 국회운영’이 온당하다.

그러나 불과 며칠 남지 않은 20대 국회의 모습은 볼썽사납다. 

권력자들은 ‘정치적 장애물’에 집착해 민생법안은 뒷전인 채 갑론을박 공방을 벌이는 등 전형적인 정치공학적으로 운영되는 국회라면 21대 국회에서도 재현되지 말란 법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 재임 시절에 펼쳐졌던 국정농단과 적폐 청산을 기치로 ‘촛불 시민혁명’에 힘입어 탄생한 20대 국회가 여전히 국회운영에 있어서 비생산적 ‘국회운영의 적폐’를 청산하지 못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몇일 남지 않은 이번 20代 국회 마지막 날에는 적어도 민생법안은 최선을 다해 처리했다는 평가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초선이 다수 당선됐다. 매번 최악의 국회라는 수식어에 실망했던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 ‘새로운 국회’에 또 한 번 기대를 걸고 있다.

21대 국회는 식물국회도 동물국회도 아닌 ‘국회다운 국회’를 마주하게 되길 바란다.

◇ 박동규 前 청와대 행정관 
◇ 現 한반도 미래전략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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