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채권단, 자구안 최종 확정…8000억 추가 지원
오너 일가, 급여 반납·사재 출연해 고통분담 약속

두산그룹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두산그룹과 채권단은 ‘탈원전 타격’으로 핵심 수익원을 잃게 돼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한 자구안을 전날(27일) 최종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두산그룹과 한국산업은행이 발표한 이번 자구안은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지주사인 ㈜두산의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자금지원이 주요 골자다.

풀이하면 두산그룹이 전면에 나서 두산중공업에 자금을 지원해 핵심 계열사로 안고 가겠다는 얘기다.

이날 두산그룹 측은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 추진해 나가는 한편 제반 비용 축소를 통해 고강도의 노력을 기울여 비핵심 자산 매각을 진행해 나가겠다”며 “지주사인 두산은 두산중공업의 모회사로서 두산중공업의 자구노력을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자산매각 및 두산중공업 증자 참여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자구책은 앞서 두산그룹이 지난 13일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할 당시에는 밝히지 않았던 내용이다.

두산그룹은 두산그룹과 대주주는 책임경영을 이행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세로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며, 두산중공업 또한 경영정상화와 신속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해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이번에도 두산그룹과 채권단은 매각 대상과 시기 등은 특정하지 않았으나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와 ㈜두산의 자산매각을 통한 유상증자 참여라는 큰 방향은 제시한 셈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해외 경기 악화와 업황 개선이 늦춰지더라도 두산중공업이 독자적으로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3조원 이상 지원해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도록 자구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이를 위해 각 계열사 별로 이사회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유상증자·자산 매각 등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두산그룹이 자회사인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한 이후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나온 자구안에도 이 내용에 담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27일 산업은행이 내놓은 보도자료에도 “자구안에는 두산중공업의 독자생존을 뒷받침하기 위한 사업개편 방향과 계열주 및 대주주 등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과 자구노력이 포함돼 있다”고 언급한 점도 이를 방증한다. 

실제로 전자 및 바이오 소재 생산 기업 두산솔루스는 올레드와 전기차 2차전지 음극재용 전지박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두산그룹 내에서도 가치가 높은 자회사로 꼽힌다. 

두산솔루스 실적은 지난해 말 기준 매출 2582억원, 영업이익은 382억원을 달성했으며, 자산규모는 4942억원이다. 시장에서는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두산그룹이 발표한 보도자료에도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사업구조 재편에도 힘을 쏟겠다”며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발전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두 분야를 사업 재편의 큰 축으로 삼고 미래 혁신기술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힌 점도 눈길을 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두산중공업의 핵심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매각하는 방안은 희박하다. 

그 이유는 산업은행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구조조정’과 ‘사업개편’은 시사했지만 ‘지배구조 개편’은 언급하지 않아서다.

아울러 두산그룹 오너 일가가 내놓을 출연금 규모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두산그룹 간계자는 “대주주(오너일가)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사재로 두산중공업에 대한 출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다수가 배당 및 상여금을 받지 않고 급여를 대폭 반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밝혔다.

앞서 두산그룹은 이달 2일 ▲부사장 이상 급여 50% ▲전무 40% ▲상무 30%를 반납하기로 하는 등 두산그룹 전체 임원이 급여의 30% 이상을 반납한다고 밝혔다. 오너 일가의 급여 반납은 일부의 경우 전액을 포함, 전문경영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두산솔루스와 같은 알짜 자회사를 팔아서라도 두산중공업을 핵심 계열사로 안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아울러 두산그룹의 상징인 두산타워 매각을 비롯한 비핵심자산 매각안도 여러 건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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