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김웅식 기자] 창업주 한 명에서 시작된 재벌 기업의 자손이 이젠 수백 명으로 늘어났다. 챙겨야 할 재벌가의 자식과 손자 손녀는 왜 이리 많은가.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도 재벌가의 가족환경 변화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싶다.

국내 건설업의 쇠퇴는 ‘불공정한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감 몰아주기’인 내부거래다. 건설업의 경우 계열사나 기업 총수와 특별한 관계에 있는 회사를 상대로 하는 거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대기업이 기업집단 밖으로 일감을 나눠 주도록 정책방향을 잡자 일부 건설사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기업집단에 속한 건설사 중 일부는 내부거래 비중이 업계 평균보다 높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말 기준 59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중흥건설의 내부거래 비중은 27.41%에 달했다. 이는 대기업집단 평균인 12.2%보다 2배 이상 높다. 호반건설과 태영건설은 각각 24.99%, 21.58%로 평균을 웃돌고 있다.

2019년에 상위 10개 건설사 중 절반이 내부거래 비중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GS건설이 전년 대비 5%P(4099억) 증가해 가장 많이 올랐다. HDC현대산업개발 3.25%P(1646억), 대림산업 3.01%P(-688억), 삼성물산 2.68%P(2438억), 포스코건설 2.57%P(2391억)로 뒤를 이었다. 대림산업은 내부거래액이 2018년보다 줄었지만 매출액 감소폭이 그보다 커 내부거래 비중이 전년보다 증가했다. 

조직의 특성상 영업비밀이나 보안 문제 때문에 계열사만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있긴 하지만, 과도한 내부거래는 기업집단을 부실하게 만들거나 다른 기업과의 경쟁을 저해하는 문제를 낳기도 한다.

건설사들은 영업실적이 안 좋을수록 수익회복을 위해 내부거래를 늘린다. 모그룹이나 계열사로부터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받아 실적을 쌓는 식이다. 

문제는 일감 몰아주기 확대가 장기적으로 볼 때, 건설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내부거래로 혁신 경쟁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내부거래는 혁신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기업들의 성장을 억누른다. 경쟁이 없는 곳에 혁신이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 건설산업 경쟁력은 해마다 떨어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이 발표한 ‘국내 건설산업 글로벌 경쟁력 순위’는 2018년 조사 대상 20개국 중 12위다. 

2년 전인 2016년에 6위를 기록한 이후 2017년 9위, 2018년 12위로 매년 3단계씩 떨어졌다. 우리나라가 10위 밖으로 밀려난 건 건기연이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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