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 ‘재단 의결권 제한’ 피하려는 꼼수 경영
-‘윤세영 前회장→오너 2세 윤석민 회장 밀어주기 본격화
- 외형적 ‘지배와 경영’ 분리…실상 ‘경영 장악’ 포석

윤세영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 회장으로 추대된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옥에서 열린 명예회장 추대 및 회장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태영그룹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태영건설이 ㈜티와이홀딩스를 앞세워 방송사업에 대한 분할을 선언하는 등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 시행을 목표로 2018년부터 추진해왔던 ‘대기업 총수일가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대표발의,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 관련 법률 개정안이 20대 국회 회기 만료됨에 따라 이번에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시행을 목표로 대기업 집단 산하 공익법인에 대한 지분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재단을 앞세워 기업 총수를 중심으로 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다.

2018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운영 실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공익법인의 지분의결권 행사를 포함해 각종 비과세 혜택은 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에 악용(재벌 계열사 주식 공익법인 기부➝상속·증여세 면제➝의결권 행사➝총수 지배력 유지·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이 특정 기업 총 주식의 5%까지 보유하는 것은 ‘기부’로 보고 세금(상속·증여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추진하려고 한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대기업 공익법인 의결권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악용되는 등 공익법인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해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 지시로 2018년부터 법안 개정 등을 추진해 왔다”면서 “여당에서 김병욱 의원이 2019년 1월 발의했으나 각종 민생현안과 정치적 이슈에 막혀 20대 국회 회기에 통과되지 못하면 내년에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태영그룹이 공시한 분할 이전 지배구조와 분할 이후 지배구조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앞서 태영건설은 지난 1월 22일 이사회를 열어 인적분할을 통한 ‘㈜티와이홀딩스(투자회사)’를 신설해 분할한 다음 존속회사를 ‘㈜태영건설(사업회사)’로 상호를 변경하기로 결의했다.

이로써 건설을 비롯한 사업 부문은 ㈜태영건설이 맡게 되며 방송사업을 포함한 투자사업·자회사·피투자회사 지분관리 등 투자사업 부문은 ㈜티와이홀딩스로 흡수된다. 

분할 기일은 오는 6월 30일이며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분할 비율은 약 51대 49로 확정됐다.

이에 태영그룹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을 가시화함에 따라 다음달 13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증승인을 앞둔 상황이다.

만약 지주사 전환이 통과되면 최대주주인 윤 회장의 지분율이 대폭 늘어나면서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업계 관측이 나온다.

현재 윤 회장이 보유한 태영건설 지분율은 27.1%다. 분할한 이후에는 태영건설과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27.1%씩 갖게 된다. 사업회사 지분을 투자회사에 현물 출자하고, 투자회사 지분율을 올리는 수순에 따른 예측이다.

해당 법률 개정안 추진이 좌초돼 태영건설 지주사 체제 전환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최대주주인 윤석민 회장의 지분율이 대폭 늘어나 건설사에 이어 방송까지 장악할 우려가 나온다.

한편 태영건설은 금감원에 공시한 대로 7월 전까지 분할을 마무리한 다음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경영 전문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에서 사업부문별 특성에 적합한 의사결정 및 책임경영 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경영 전문성과 투명성이 확대돼 각 사업부문에 대한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태영그룹 행보는 표면적으로는 앞서 윤세영 명예회장이 2017년 9월 ‘소유와 경영의 분리’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론 그의 장남 윤석민 회장의 지배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윤씨 일가가 보유한 지분 비율이 그룹을 장악하기엔 다소 미약하기 때문이다.

(왼쪽)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오른쪽) 윤세영 태영그룹 명예회장. 사진=태영그룹

현재 태영그룹 지배구조는 ‘윤석민 회장→태영건설→SBS미디어홀딩스→SBS’ 형태다.

이렇게 되면 윤 회장 개인 지분율만으로 주주총회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지분율 요건인 33%(주식 발행총수의 3분의 1)을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주요주주들이 선택에 따라 최악의 경우 지주사 분할 시도가 무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윤석민 회장이 가진 지분(27.1%)를 비롯해 이상희(배우자) 지분 3%, 윤세영 명예회장(부친) 0.7%, 변탁(외삼촌) 0.03%, 태영건설 공익법인인 서암장학재단 7.5%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모두 포함하면 38.3%다. 

반면 태영건설의 주요 주주(지분율 5% 이상·2020년 1월 22일 기준)는 머스트자산운용(15.9%)를 포함한 국민연금(9.7%), 한국투자신탁운용(6.4%) 등을 모두 포함하면 이들의 합산 지분율은 총 32%다. 

이는 최대주주인 윤석민 회장 등 특수관계인(38.3%)과 비등한 수준이다.

이에 이번 임시회가 통과되려면 머스트자산운용, 국민연금,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2~4대 주주로부터 찬성표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태영그룹은 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3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의 의결권 제한, 자산운용사들의 지배력 확대를 위한 지분율 확대,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행보 등이 대표적이다.

만약 공정위가 추진하려 했던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의 의결권’ 제한조치가 적용될 경우 대기업 공익법인인 서암장학학술재단이 가진 태영건설 지분 7.5%은 제외돼 윤석민 회장의 지배력은 30.8%로 낮아진다.

태영건설은 내년부터 공익재단인 서암장학학술재단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해 윤석민 회장의 지배력 약화를 막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주사로 전환해 대응에 나선 셈이다.

태영그룹 사정에 밝은 한 재계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는 윤석민 회장을 밀어주고자 재단 지분율을 앞세워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이 주요 주주들의 입장에서는 탐탁 치 않을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법 규제 자체가 무주공산이 된 상황에서 공익법인에 대한 지분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무리가 없지만 머스트자산운용을 포함해 한국주요 주주의 지분이 확대되면 전세가 어떻게 역전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회사 창립주인 윤세영 명예회장을 포함해 윤석민 회장 입장에서는 오너가를 중심으로 약화된 지배력을 어떻게 보완해 나갈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분 15.9%을 보유한 2대주주 머스트자산금융은 지분 확대 등 다각도로 태영건설에 대한 견제구를 던져 현재 오너 일가 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며 “이를 통해 오너 일가의 영향력 확대를 막는 데 주력하는 등 태영그룹을 긴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 상황에서는 9.7%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6.42%를 거머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입장도 중요해진 상황이다. 최근 들어 한국투자신탁(2019년 12월 31일 기준 5.2%→6.4%0), 국민연금(2020년 3월 31일 기준, 9.71%→11.01%)과 이 잇따라 지분율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 어떤 선택을 할 지 행보가 주목된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주주총회 때마다 태영건설 주요안건에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의결권 행사 현황에 따르면국민연금은 태영건설이 상정한 전체 안건의 22.2%에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해까지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 542개사 중 12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국민연금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표심을 가를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들이 쥔 칼자루가 어디를 선택할지에 따라 태영그룹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최근 태영그룹 오너와 오너 2세인 윤세영·윤석민 일가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나오는 데다 무리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데 따른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해 주요주주 측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태영건설 본사 사옥 전경. 사진=김주경 기자

한편 태영그룹(태영건설) 전신은 태영개발이다. 창업주인 윤세영 명예회장이 1973년 자본금 300만원을 가지고 창업했다.

회사 명칭인 ‘태영’은 서울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 사업 초기 투자자가 돼 준 정태근씨의 태(泰)자와 강백영씨의 영(榮)자를 한 자씩 따와 지었다.

윤세영 회장은 1963~1971년까지 8년 간 민주공화당 국회의원인 이동녕의 비서관(실질적으로는 봉명그룹 직원 신분) 역할을 수행했다. 이 당시는 박정희 대통령이 국가를 이끈 3공화국 시절로 당시 정부여당 국회의원의 보좌진 역할을 통해 막대한 정보를 축적했다.

이후 1971년부터 1973년까지 동부건설의 전신인 미륭건설에서 상무이사를 역임해 오다 1973년에 미륭건설을 퇴사한 이후 지금의 태영건설을 만든 장본인이다.

창덕궁 보수공사 등 문화재 보수공사와 테트라포드 설치·정비공사 등 각종 관급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내는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사세를 확장했으며, 1989년 11월 13일을 기점으로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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