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원전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력 사멸 가능성 높아
일자리창출과 경기활성화 위해 에너지정책 전환 절실

[뉴스워치=김웅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초기 집무실에 고용 전광판을 설치해 일자리를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취업률 제고’를 국정 1호 과제로 삼을 만큼 일자리창출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현재의 고용 지표는 비관적이다. 

지난 1월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코로나19 사태가 석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고통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3월 한 달만 일자리가 19만5000개 줄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잠재적 실업자로 보는 인구는 236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36만6000명이나 늘었다.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무급 휴직을 비롯해 일시적으로 일을 쉬는 사람은 160만 명으로 전년 대비 4배 늘었으니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취약계층의 생계 위협이 극에 달하고 있다.

요즘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대형 공사를 수주했다는 낭보(朗報)를 듣는 건 어려운 일이 돼 버렸다. 해외건설협회 조사 결과 국내 건설사의 지난달 해외 수주액은 18억3000만달러로, 2016~2018년 3월 평균 실적인 53억3100만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렇게 가다간 수주잔고가 몇 년 안에 바닥을 드러내고 문을 닫는 대형 건설사가 생길 것이란 암울한 예측도 나온다.

공사기간은 늘어나고 원가는 상승하며 건설사의 재무 리스크도 커질 전망이다. 올해 3월 중순까지 코로나 확진자 발생 등으로 국내 30여 개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외국인 근로자 수급도 어려워져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됐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합판 타일 석재 등 건설자재 공급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 정책은 일자리창출과 경기활성화에 역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탈(脫)원전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으로 석탄발전과 원자력발전소의 비중을 낮추는 에너지정책을 펴고 있다.

탈(脫)원전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지진 등 천재지변으로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 그 피해가 재앙 수준이기에 원전을 더 이상 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원전 APR-1400은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가압경수로로 폭발 가능성이 낮다. 안전하다는 게 중론이다.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일본의 비등경수로와는 안전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그래서 아랍에미리트(UAE)는 수십 조원을 들여 한국형 원전을 선택한 것이다. 

탈원전 정책 속에 원전산업은 고사(枯死) 위기에 처했다. 국내 원전 관련 기업은 총 1988개다. 국내에 원전을 건설하지 않으면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들다. 원자력 관련 공기업과 민간기업에서 퇴직하는 직원이 잇따른다. 상당수 전문인력은 ‘미래’를 위해 해외로 떠나고 있다.

원전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두산중공업이 경영난에 빠진 이유는 두산건설에 대한 무리한 지원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반면에 산업계에선 ‘기초 체력’이 약해진 두산중공업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결정적 한 방’을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중소 협력업체다. 원전 관련 노동자만 1만3000명이 넘는다. 방치하면 코로나로 인한 고용대란을 부추길 게 뻔하다. 두산중공업 노조가 신한울 3·4호기 사업만이라도 재개해달라고 호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형 원전 APR-1400은 UAE에 수출한 모델로 세계 최고 원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해외수출이 어려워졌다. 탈원전을 외치면서 원전 수출 세일즈를 하는 것은 “우리가 폐기하는 원전을 당신네는 믿고 쓰도 된다”는 격이니, 이런 아이러니한 말이 해외에서 통할 리 없다. 

과학계는 원전 인력 해외 유출, 부품사 도미노 파산으로 60년간 어렵사리 쌓아온 세계 최고 원전 기술과 생태계가 붕괴돼 당장 5년 내 기존 원전 운영마저 어려워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탈원전은 한 마디로 우리에게 치명타가 되고 있다. 

어제 정부가 대통령 주재로 5차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50만 개의 공공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국형 뉴딜’ 정책을 골자로 한 긴급 고용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중소기업 고용보조금도 늘리기로 했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항공·자동차 업계에 40조 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공급하되 고용유지 의무를 강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고용 대책을 살펴보면 세금을 쏟아부어 노인이나 청년 중심의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금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억지로라도 만들어 일자리창출과 연관 산업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에 귀가 솔깃해진다. 

전문가들은 ‘세금 알바’를 양산하는 미봉적인 일자리 정책으로는 안 되며 기업이 제대로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정책 대전환’을 해야 지금의 고용참사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탈원전 정책을 하루빨리 폐기하는 것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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