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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저공비행] 상위 100위 건설사의 중대재해

[뉴스워치=김웅식 기자] 건설사 사전에 ‘밑지는 장사’란 없다고 보면 맞을 듯하다. 치열한 경쟁 끝에 공사를 수주한 시공사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더 이익을 남기려고 할 것이다. 어떻게 하든 수지타산을 맞추려고 애를 쓰게 마련이다. 그러자면 공사기간을 단축하거나 싼 자재나 인력을 사용해 비용을 아끼는 수밖에 없다. 저비용은 부실공사와 안전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국토부는 매달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위 건설사 중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한 회사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호반산업, CJ대한통운, 대보건설의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국토부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집중점검하는 ‘징벌적 현장점검’을 꾸준히 실시하여, 업계가 선제적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건설업 재해 현황’에 따르면, 2018년에 우리나라 전체 산업 사고사망자 971명 중 건설업이 485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2019년에는 855명 중 건설업이 428명으로 여전히 50%를 차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자 수가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체 산업현장의 사고사망자 중 절반을 건설업이 차지해 건설현장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건설현장 사망사고는 그동안 건설정책이 개발성장 위주로 추진되었고, 안전사고에 대한 건설 관계자의 인식이 부족해서 발생한 경우가 많다.

저가 공사비 관행이 건설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적은 공사비인데도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려는 시공사는 공사기간을 단축하거나 하도급 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선 야간이나 주말 작업이 불가피한데, 이로 인한 피로 누적과 현장관리 미비는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예산절감이라는 명분으로 행해지는 공사비 후려치기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것이다.

공공공사의 경우 예산 대비 후려쳐진 발주금액에다 시공사는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공사비를 줄여 입찰에 나선다. 결국 공사비는 깎이고 또 깎이게 된다. 이 때문인지 공사를 수주한 시공사는 기쁨도 잠시 저가공사를 할 생각에 수주 첫날부터 속앓이를 한다고 한다.

현재 건설업계에서는 안전사고 문제와 관련해 적정 공사비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건설사는 최소한 적정 공사비를 받아야 안전사고를 크게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에 시민단체 등은 공사비 인상보다 기형적인 하청구조를 개선해야 안전사고는 물론 건설업 폐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건설업은 업의 특성상 외부에서 위험한 공종의 작업이 많이 이뤄진다. 그러기에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안전사고는 어렵고 힘든 건설현장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안전사고가 일어나는 원인은 다양하다. 안전사고를 부르는 0.1%의 실수마저 없애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법적인 보완은 안전사고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부터 ‘원청의 안전책임 강화’를 골자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사업주와 도급인에 대한 처벌수준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사업주가 안전보건의무조치를 위반해 5년 이내에 2차례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최대 2분의 1까지 형사처벌을 가중한다.

과거 급속한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외견상 문제만 신경 쓰고 보이지 않는 곳은 대충 마무리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 건축 토목 분야에서 이런 일은 흔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아파트와 다리, 백화점이 무너지는 암울한 경험을 한 바 있다.

국토부는 최근에 부실공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부실공사를 방지하기 위한 벌점제도의 벌점 산정방식을 현행 점검현장 수를 감안한 평균방식에서 단순 합산방식을 적용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또한 몇 개 회사가 공동으로 도급받는 공사의 경우 기존 출자지분에 따른 벌점 부과에서 대표사 일방에 부과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부실공사로 인해 치러야 하는 희생과 사회적 비용은 크다. 1994년 부실이 원인이 돼 무너진 성수대교를 통해 우리는 이를 잘 알고 있다. 온전한 구조물을 만들려면 제값을 들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제값 들이지 않고 질 좋은 시설물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다.

김웅식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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