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4사, 국제유가 폭락에 휘청…감산 ‘무의미’
- 1분기 적자 2조 5000억원 예상…2분기 ‘난항’
- 가동률 조정 이어 비상경영체제 전환 ‘총체적 난국’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공단 전경../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S-OIL)·SK이노베이션 등 정유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올해 1분기 적자 폭이 2조5000억원에 이르는 등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4개 정유사의 1분기 적자 규모는 2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증권가는 1분기 컨센서스(추정치 평균)은 SK이노베이션이 영업손실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예측했다. GS칼텍스 5700억원, 에쓰오일 6700억원, 현대오일뱅크 4700억원 등 총 2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유사들이 보유한 원유와 석유 제품의 가치가 폭락한데다, 코로나19로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적자 규모를 키웠다"고 말했다.

실적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정제마진 하락이다.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이달 첫째 주 배럴당 –1.4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대비 배럴당 0.3달러 하락한 수치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주 평균 기준 지난달 셋째 주 마이너스로 접어든 이후 3주째 마이너스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통상 국내 정유업체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를 밑돌면 정유사가 공장을 돌려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가 난다는 의미다.

국제 유가가 한 달 새 배럴당 50달러 선에서 20달러 대까지 급락하면서 원유를 정제해서 생산한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원유 도입가격보다 더 낮은 최악의 상황까지 빚어졌다.

여기에 국제유가까지 급락하면서 기존 비싸게 샀던 원유 가치가 떨어져 재고평가손실도 대규모로 떠안게 됐다.

4월 둘째 주 정유흐름 추이. 자료=대신증권

이처럼 정유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유 수요 급감 등 직격탄을 맞으면서 신용 평가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13일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최근 정유업계의 단기간 영업환경 저하와 이로 인한 불확실성이 확대했다.

이에 주요 신용평가기업들은 주요 산유국의 감산 수준과 사업 지속성 여부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한편 국제 유가·정제마진 흐름이 언제든지 큰 폭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해 정유업계에 대한 신용평가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아시아권에서 미국·유럽 등 세계 주요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제 셧다운이 발생하는 등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원유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수요 급감이 우려되는 상황”이며 “6일 이전 50usd/b대에 머물던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3월 말 배럴당 20usd 초중반대로 떨어진 것도 최근 OPEC·OPEC+ 감산 합의 불발로 주요 산유국 간 갈등관계가 심화된 것이 정유 유가에 일시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요 국내 정유기업들의 신용등급은 SK이노베이션은 장기신용등급 AA+/S, 단기신용등급 A1, GS칼텍스는 장기신용등급 AA+/S, 단기신용등급 A1, 에쓰오일(S-OIL)이 장기신용등급 AA+/S, 단기신용등급 없음, 현대오일뱅크가 장기신용등급 AA-/S, 단기신용등급 A1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최근 OPEC+의 감산 결정에 따라 점진적인 유가 회복세도 예상된다.

지난달 러시아와 사우디간의 감산 합의 실패 이후 감산 관련 회의는 난항을 겪어오다가 산유국들의 연합체인 OPEC+가 일일 970만 배럴 감산하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되면 서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산유국들의 감산 의지를 확인한 점은 긍정적으로 판단하며, 추가적인 공급 측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즉각적인 감산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OPEC+ 외 국가들이 참여해야 하는 상황인만큼 추가적인 감산에 더해 수요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처럼 위기감이 고조된 정유·화학 업계는 현재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공장 가동률을 100%에서 85%로 축소했으며, 현대오일뱅크도 90%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 GS칼텍스는 정기보수를 앞당겼다. 에쓰오일도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2분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서는 다가오는 2분기에도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현재의 정제마진은 보다 1분기보다 더욱 부진하다는 점을 견줘볼 때 재고평가 손실은 일부 만회하겠지만, 정유사업부의 적자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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