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 암세포 산성 환경서 결정화하는 나노입자 개발

정상 세포와 암세포에서의 나노 입자 움직임. 사진=기초과학연구원

[뉴스워치=윤영의 기자]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치료법을 개발했다.

기존 항암치료는 암세포 뿐 아니라 정상세포도 공격한다. 때문에 암세포만 골라 제거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런 가운데 기초과학연구원(IBS)은 13일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 연구팀이 암세포만 골라 제거하는 금속 나노입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나노입자가 정상 세포와 암세포의 리소좀 내부에 침투한 뒤 암세포의 리소좀만 망가뜨려 세포를 죽이는 원리다.

리소좀은 세포 내에서 ‘재활용 쓰레기통’ 역할을 하는 주머니 형태 기관이다. 세포에서 못 쓰게 된 다른 기관을 분해해 다시 단백질로 만들거나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물질을 파괴하는 활동도 모두 여기서 일어난다.

이 리소좀 주머니의 벽이 파괴되면 안에 있던 ‘쓰레기’들이 새어나오면서 세포가 죽는다. 이 현상을 암세포에서만 나타나게 하는 항암제 연구가 시도됐으나 아직은 정상적인 세포에도 영향을 주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암세포 주변이 산성이라는 점에 착안해 산성 환경에서 결정화 현상이 달라지는 나노입자를 설계했다.

암세포에서만 결정이 커지는 나노입자가 있다면 암세포 속 리소좀을 파괴하고 세포 사멸까지 이끌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연구진은 금 나노입자 표면에 양전하와 음전하를 각각 띠는 꼬리 모양 분자인 리간드를 특정 비율로 붙였다. 설계한 나노입자는 산성에서 결정이 점점 더 커지는 특성을 가져 정상세포와 암세포에 주입하자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됐다.

공동교신저자인 크리스티아나 칸델-그쥐보프스카 연구위원은 “암세포는 산성을 띠므로 나노입자가 잘 뭉치고 암세포는 그 기능이 비정상적이라 큰 결정으로 자란 나노입자를 배출하기 힘들어 결국 사멸한다”며 “암세포 선택성을 극대화하려면 나노입자가 리조좀으로 잘 운반돼야 하는데 나노입자 표면의 양이온과 음이온 비가 8:2일 때 덩어리 크기가 적당해 잘 운반됐고 사멸 효과도 높았다”고 설명했다.

세포 내 나노입자의 움직임은 암시야현미경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현미경 분석을 주도한 조윤경 그룹리더는 “나노입자는 크기가 단백질 분자 수준으로 작아 관찰이 까다로운 연구”라며 “관찰을 위한 꼬리표를 붙이면 양이온과 음이온의 황금비율인 8:2를 해칠 우려가 있어 특수한 관찰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거대한 나노입자 결정을 품은 암세포의 리소좀 내부에서 세포 성장을 담당하는 신호 단백질의 작용이 억제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단백질은 정상세포에서 더 활성화된다. 이에 따라 해당 단백질이 리소좀 벽의 파괴와 암세포 사멸에 영향을 줬다고 추측할 수 있었다.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고장난 암세포의 특징 즉 세포 주변이 산성이고 이물질 배출도 어렵다는 점을 역으로 활용해 암세포를 죽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며 “앞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해 항암치료제로서 가능성을 추가로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노입자에 리간드를 붙여 선택적으로 입자의 뭉침을 유도하는 방법은 금속 나노입자뿐 아니라 고분자 나노입자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나노입자 과학의 관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지(誌)에 지난 3월 16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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