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두산중공업 임원진 고발…“건설사 부당지원으로 위기 발생”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 2조 육박… 두산솔루스 매각으론 역부족
고강도 구조조정 외 자산 매각쉽지 않아…유동성 위기 장기화 우려

서울 중구 두산타워 전경./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시민단체 측에서 두산건설을 부당하게 지원해 두산중공업을 위기에 빠뜨린 두산중공업 임원을 상대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과 형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아울러 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두산중공업 채권단은 두산그룹이 자산 매각 등을 포함해 1조 원 이상의 자구안을 갖고 와야만 지원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히면서 대내외적으로 궁지에 몰린 두산그룹이 어떤 자구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참여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민주노총·전국금소노조 등은 지난 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지원 회장 등 두산중공업 이사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및 업무상 배임 혐의와 두산중공업을 신용공여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들 시민단체는 “두산중공업 경영 악화는 유동성 위기가 아닌 장기화 된 부실에 따른 경영악화였음에도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더 큰 어려움을 초래했다”면서 “두산그룹 전체가 더 큰 손실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두산중공업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지난 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부실 자회사 두산건설 부당지원 결정한 두산중공업 이사진 등 배임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민단체 측에 따르면 두산중공업 자회사인 두산건설은 2009년 ‘두산 위브 더 제니스’에 대한 대규모 미분양 물량 등으로 경영위기에 빠졌다.

이후 두산그룹은 2010년부터 두산건설에 2조여원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바 있으며, 두산중공업은 2013년 당시 현금성 자산 95% 규모인 9000억원 상당 현금·현물 출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두산건설의 재무상황은 더욱 악화됐으며, 2019년 12월 상장 폐지해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시민단체 측은 “객관적인 경영판단과 실현 가능한 자금 회수계획도 제시하지 않은 채 두산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준 두산중공업도 2014년부터 당기순이익을 내지 못했으며, 2014~ 2019년 누적 당기순손실은 1조9400억원에 달한다”며 “두산중공업 임원들은 손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인지했음에도 막대한 규모의 자금지원이 이뤄졌다”며 “최소 50억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 이사진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시민단체는 이날 두산중공업을 공정거래법 제10조의2(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 금지) 위반 등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할 것임을 예고했다.

앞서 두산건설은 2013년부터 두산중공업의 보증한도를 이용해 190억 상당의 금융기관 보증을 받았으며, 이 행위는 공정거래법이 규제한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간 지급보증’ 위반에 해당한다고 진단했다.

이 가운데 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두산중공업 채권단은 두산그룹이 자산 매각 등을 포함해 1조 원 이상의 자구안을 갖고 와야만 지원책을 모색하고 승인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웠다.

두산그룹이 최근 두산솔루스 매각 협상을 진행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다.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이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 지분을 내놓을 것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두산그룹 측에서 마련해야 하는 자구안 규모는 최소 1조 이상이 되어야만 승인이 가능하다”며 “자금 규모와 구체적인 실현 방안은 1조 원 긴급자금 지원 대출 외 추가 자금 지원을 모두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계열사인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매각만으로는 유동성 개선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 중구 두산그룹 본사 앞./사진=연합뉴스

한편 두산그룹은 사모펀드 등에 두산솔루스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51%를 5000억∼6000억 원 수준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두산중공업이 갚아야 할 총 차입금 4조 2000억원에 비하면 크게 뒤처진다.

두산그룹 자산인 동대문 쇼핑몰 두타몰도 매각 대상으로 언급되지만 담보가치 5400억 원 중 4000억 원이 이미 담보로 잡혀 있어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두산그룹은 늦어도 다음 주까지 사업 매각·인력 구조조정 방안등을 담은 고강도 자구책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두산중공업의 부채 4조9000억원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총 4조2000억원에 이른다.

지난달 국책은행이 지원해주기로 한 긴급지원자금 1조원을 투입하고, 수출입은행이 6000억원 규모 해외공모사채 만기 대출을 전환해 보전한다 해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두산중공업은 담보와 여신한도를 모두 끌어들여 소진하고, 대외 신용도·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해 자금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선임 연구원은 “2020년 2~3분기에 갚아야 할 회사채·기업어음·전자단기사채 등 시장성 차입금과 유동화 채무·PF 지급보증 등 금융채무만 2조원에 육박한다”며 “빠른 시일 내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 해결책을 강구하지 못하면 유동성 위기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두산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지만, 만약 재무적 지원 부담이 계열사에 넘어가면 두산지주나 지원 기업은 신용도가 크게 하락해 그룹사의 경영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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