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한때 전국구(全國區)로 불렀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달리 국가 전체가 1개인 선거구에서 당선됐기 때문이다. 전국구 선거제도는 1963년 실시한 제6대 선거 때부터 도입됐다.

전국구 선거제도 도입 목적은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국회의원으로 영입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주로 득표에 도움이 되는 여성·장애인·노동조합 등 각종 직능단체를 비롯 장·차관 등 고위관료, 언론인 등과 같이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사람들이 주로 수혈됐다.

예전에는 전국구가 정당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했던 때도 있었다. 일부가 돈을 주고 금배지를 달아 돈 전(錢)자 전국구(錢國區)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지난 2008년에도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공천헌금 사건이 불거졌다.

21대 4.15 총선에 총 312명이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했다. 경쟁률은 20대 총선보다 높아졌는데, 이번 총선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면서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이 유리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비례대표 후보 10명 가운데 3명은 전과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지난 26∼27일 등록한 비례대표 후보 312명 중 전과 기록이 있는 사람은 90명이나 됐다. 비례대표 선거가 ‘별들의 전쟁’으로 치러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 가운데에는 사기·사문서 위조·재물손괴·음주운전·무면허운전 등 전과 18범인 후보도 있고, 음주운전·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공무집행방해 등 전과 10범인 후보도 있다. 또한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사기·근로기준법 위반 등 전과 8범인 후보도 있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방해 등으로 전과 7범인 후보도 있다. 전과가 기록된 후보들을 모두 합치면 후보자의 1/3인 90명이나 됐다. 이 정도면 ‘별들의 전쟁’을 넘어 은하계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5년간 세금을 체납했거나 현재 체납액이 있는 후보는 38명이나 됐다. 문제는 지금의 선거제도는 성폭력·강도·사기 등의 중범죄 전과자들까지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아무리 문제가 많은 인사라고 해도 비례대표 당선자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은 당에서 앞 순번을 부여하면 프리패스로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구 국회의원 5석 이상 당선 또는 3% 이상 득표한 정당에 의석을 배분하는 봉쇄조항이 있지만 이들의 당선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까지 방식으로 운영되는 비례대표제도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비례대표 선거제도가 운영될 경우 본래 도입취지와 목적이 사라지고 오히려 국민들에게 정치불신을 심어주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례대표 명단을 현재의 순위가 정해져 있는 폐쇄형 명부 대신 개방형 명부로 바꾸는 것도 이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개방형 명부제를 도입하면 비례후보들이 유권자로부터 얻은 득표수에 따라 상위 번호를 부여 받아 정당 지도부의 입김에서 자유롭게 된다. 파렴치범이 앞 번호를 차지해 당선되지 않도록 조속히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손경호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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