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변에 나가면 만날 수 있는 봄꽃. 짬을 내 '봄꽃 서정'을 만끽해 보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을 듯하다. /사진=김웅식 기자

[뉴스워치=김웅식 기자] 남녘에서 시작한 벚꽃 소식이 서울까지 북상한 요즘, 아파트 내 봄꽃들이 기지개를 활짝 켜고 있다. 봄의 전령사들이 행인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속은 여전히 추운 겨울이다.

매년 이맘때쯤 벚꽃놀이 인파가 꼬리를 물었던 여의도 윤중로는 전면 통제돼 올해는 인적이 끊겼다. 봄은 왔지만 온전한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망은 금물. 집 주변과 거리 곳곳에는 개나리, 진달래는 물론 벚꽃까지 활짝 피어 우리를 반기고 있다.

꽃은 여전히 시적 상상력의 핵심에 놓인다. 낙화 과정을 통해 생의 덧없음과 올바른 삶의 자세를 은유하기 때문이다. 영국 시인 T.S. 엘리엇은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지만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낸다’고 노래했다. 희망 바라기다. 꽃으로 대표되는 식물의 생태가 인생을 비유하기에 더없이 적합하다.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해 꽃답게 사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봄은 화려하고 아름답기도 하지만, ‘잔인한 계절’이기도 하다. 상대적 박탈감에 우울증에 걸리는 이가 다른 계절보다 1.5배 많다고 한다. 타인의 행복에서 자신의 불행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봄은 설렘, 그리고 박탈의 계절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모임을 줄이고 여행도 자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족과 함께하거나 혼자 있는 시간이 전보다 많아졌다. 주말에는 혼자 운동을 하게 된다. 이번 기회에 타인과의 만남으로 빼앗겼던 나만의 시간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혼자 한강변 산책길을 걷고 자전거를 타고, 음악도 듣고 책을 보면서 계획을 짜고 스스로 즐겨 보자.

수필가 김선화는 다음과 같이 ‘봄꽃 서정(抒情)’을 특출하게 표현하는 재주가 있는 듯하다.

‘나도 당장 문을 박차고 나가 벚나무 아래를 배회하다 돌아올 참이니까. 이 봄, 무사하면 어찌 사람이겠는가. 만물이 저렇게 피어나 재재거리는데 어찌 의연할 수 있으랴. 나는 이 계절을 등에 업고 잠시 법관이 되어 보련다. 하여 “사월에 일어날 수 있는 감성 남발죄는 모두 무죄”라고 명판결을 내리련다. 꽃 앞에서 감정을 제아무리 눌러대도 소용없는 것을. 벚꽃잎 하나하나가 가슴 속에 무작위로 수놓인 나비일진대, 섣불리 온전한 척하지 마시라.’

지난 주말 한강변에 나가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곳에 개나리가 만발해 있었고, 늘 그 자리에 피어 있던 벚꽃도 예년과 다르게 더 활짝 피어 있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짬을 내 동네 ‘봄꽃 서정’을 만끽해 보자. 우리의 약속인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도 자연과는 거리를 좁히면 지금의 어려움은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청계천변에 만개한 벚꽃. /사진=김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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