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외부칼럼
[손경호의 여의도 엿보기]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쓰라

[뉴스워치] 옛 성현들은 사람을 그릇에 비유했다.

대표적인 말이 대기만성(大器晩成)이다.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크게 될 사람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군자는 그릇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군자불기(君子不器)도 마찬가지다. 오직 자신의 용도로만 쓰이는 그릇처럼 군자는 어느 한 가지만 수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묵자(墨子)는 말을 할 때 ‘고찰’, ‘근거’, ‘실천’ 등 세 가지 법칙을 염두해 둘 것을 강조했다. 우선 깊이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다. 여과 없이 뱉은 말은 나를 해치고, 타인도 해치기 때문이다. 말에는 근거도 있어야 한다. 고찰은 사실에 근거해야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말에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말의 내공」, p.161, 신도현·윤나루 지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이 SNS에 “포르노처럼 색정을 자극하는 영상물을 ‘핑크 무비’ 혹은 ‘도색 영화’라 한다”며 미래통합당의 당색인 핑크색에 대해 비아냥대는 글로 구설수에 올랐다.

당장 핑크색인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이나 여성 우선 주차구역을 보면서도 포르노가 떠오르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구나 핑크색인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은 민주당 출신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입했다.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을 빗대 포르노를 ‘블루무비’라고 한다는 반격도 이어졌다. 결국 ‘핑크’나 ‘블루’나 성적인 것에 집착해 보면 모두 도색(桃色)적인데, 남의 눈의 티끌만 보고 제 눈의 들보는 못 본 셈이다.

중국의 순자(荀子)는 “그릇이 모나면 담긴 물도 모난다”고 했다.

그릇은 그대로 둔 채 물만 바꾸려고 해서는 절대 모양을 바꿀 수 없다. 그릇 모양에 따라 물의 모양이 바뀌듯 말도 사람의 수양에 따라 그대로 투영된다. 따라서 사람이 말을 제대로 하려면 우선 자신부터 스스로 갈고닦아야 한다.

대처 영국 수상의 부친도 딸에게 생각과 말 조심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된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성격이 되고, 결국 운명이 된다는 ‘금과옥조(金科玉條)’ 이다.

결국 말이 모나지 않으려면 말을 담고 있는 그릇인 사람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의 설화(舌禍)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자신의 주장을 마음대로 아무 때나 올릴 수 있는 SNS가 발달하면서 예전보다 좀 더 정제되지 못한 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은 대중들과 더 가깝게 해 주는 긍정적 효과를 거두기도 하지만, 더 많은 실수를 유발하기도 한다. 정치인들은 이제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는 ‘삼사일언(三思一言)’과 함께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쓰는 ‘삼사일필(三思一筆)’을 실천해야 할때다.

특히 정치인들은 남을 비난하기에 앞서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인다’는 무학스님의 말도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손경호 정치학 박사

뉴스워치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워치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