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CU, 고객 수요·트렌드 반영한 빠른 대응 ‘적중’
편의점업계, ‘배달서비스 도입’ 차별화 전략 승부수
쿠팡·티몬·위메프, ‘초특가 전략’으로 물량 공세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GS25·CU 지난해 각각 2565억원, 196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대형마트의 실적을 갈아치웠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식료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편의점과 이커머스가 유통공룡으로 자리매김한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제쳤다.

지난 1~2월 대형마트가 벌어들인 매출은 이커머스와 편의점의 매출을 합친 액수보다 적었다. 업황 부진에 빠진 대형마트와 꾸준히 성장하는 편의점이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 흐름은 코로나 19로 편의점과 이커머스를 이용객들이 급증하면서 차이가 더 벌어졌다. 직장인들이 재택근무에 돌입하면서 회식과 저녁 약속이 줄어든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전방위적으로 전개되면서 외부 만남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 GS25·CU, 일·주 단위 ‘고객 트렌드 체크’ 전략 적중…매출 급등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GS25·씨유(CU) 등 국내 주요 편의점의 지난해 실적이 급증했다. GS리테일 매출액은 9조69억원으로 사상 최초 9조원을 돌파했으며 영업이익도 2565억원으로 전년 대비 33.5% 증가했다.

이 가운데 편의점 사업부문이 운영하는 편의점 매출은 6조8564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늘었다.

BGF리테일도 편의점 CU를 앞세워 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5조9461억원으로 전년 대비 2.9%늘었으며 영업이익도 1966억원으로 같은 기간 3.7% 증가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지난해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동종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 실적보다 조금 더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편의점 매출 추이는 더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서울 한 시내 편의점 전경. 사진=연합뉴스

26일 GS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18일~이달 16일까지 편의점 GS25에서 판매된 맥주·안주 매출이 급증했다.

전년 동기간 대비 냉동 안주 82.7%, 냉장 안주 28.1%, 맥주 15.4% 늘었다. 특히 찹쌀탕수육, 칠리새우 등 GS25 PB브랜드에서 선보인 요리형 냉동 HMR 안주들은 편의점 매출을 견인한 효자상품으로 올라섰다.

GS25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비교적 보관이 용이한 HMR 제품과 주요 생필품을 찾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BGF리테일도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6일까지 편의점 CU에서 판매된 주류, 안주류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동안 맥주는 전년 동기 대비 7.9%, 소주는 13.3%, 와인은 31.1% 증가했으며, 냉장 안주도 23.8% 매출이 올랐다.

이달 매출은 주택가 입지 점포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으며, 냉장안주(19.2%), 즉석조리식품(10.1%), 맥주(19.6%), 와인(19.8%) 등의 매출이 증가세를 나타냈다.

CU 관계자는 “집콕족들이 늘어난 데다 직장인들도 출퇴근 부담이 적어지면서 야식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합리적인 가격대에 라인업이 확대된 와인과 맥주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편의점이 급속도로 성장한 배경에는 대형마트와 차별화된 전략 덕분이다.

이미 확보한 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해 고객수요와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

보통 대형마트는 전월 매출을 통해 추세를 파악한다면, 편의점은 주·일 단위로 매출을 체크하다보니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 편의점은 보통 직영매장과 가맹 형태로 운영되지만 본사 관계자가 수시로 매장에 방문해 제품 재고 확인은 물론 점포별 고객 선호도 조사나 점포를 둘러싼 주변 특성을 면밀히 체크해 고객 수요에 맞는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고객 성향에 대해 꼼꼼하게 파악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 24 등 편의점 업계가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편의점 업계, 고객 공략 차원 ‘배달 서비스’ 본격화

아울러 편의점 곳곳에서 도입한 배달서비스도 고객수요를 잡는 데 한 몫 했다.

편의점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배달 등 언택트(비대면) 소비를 통한 식료품·생필품 구매가 늘어나면서 배달서비스를 강화했다.

GS25는 지난해 요기요 배달앱과 손잡고 강남지역 10곳 점포에서 배달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해오다가 이번달부터 전국 가맹점으로 확대했다.

지난 2일 1차로 전국 600여 가맹점 대상 배달서비스를 개시한 데 이어 23일에도 600여곳 가맹점에서 추가 배달서비스를 도입했다.

GS25 관계자는 “이달 들어 배달 점포수를 1200곳으로 확대하고 이후 매달 1000여 곳씩 배달서비스 매장을 늘릴 계획이었으나 전국 곳곳에서 가맹점주들의 요청이 쇄도해 배달 점포를 확대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속도를 내서 빠른 시일 내 다른 점포에서도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첫 주(3월 2~8일) 대비 2주차(9~15일) 매출은 89.9%, 3주차(16~22일)에는 전주 대비 39.2%가 늘어나는 등 매주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CU도 배달서비스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요기요와 제휴한 데 이어 이달 초 네이버와 협업하는 등 추가적 배달 플랫폼을 강화하고 나섰다.

배달서비스를 도입한 점포 수는 1월 (요기요앱 기준) 3000곳에서 현재 4000곳으로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까지 50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CU도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CU의 3월 배달서비스 이용 건수는 지난 11·12·1월 대비 약 70% 증가했으며, 배달서비스가 본격화된 2월부터 배달 이용 건수가 급증했다는 것이 CU 관계자 측의 설명이다.

이마트24는 올해 1월 배달 앱 요기요와 손잡고 편의점 상품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이마트24

이마트24도 배달 앱 요기요와 손잡고 올해 1월부터 편의점 상품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이달 11일부터 배달 앱 '요기요', 메쉬코리아 '부릉'과 손잡고 배달서비스를 개시했다. 도시락·가정간편식·생활용품 등 330여종 상품을 1만원 이상 주문한 이후 3000원 배달비를 내면 배송해준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앱 요기요에서 주문하면 최소 1만원이라는 구매금액을 맞춰야 하는 만큼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편의점이 생활밀착형 소비 채널인 만큼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비대면 소비가 보편화 될 것으로 점쳐져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6일 오전 7시에 진행된 쿠팡 골드박스 이벤트. 사진=쿠팡 홈페이지 캡처

◆ 코로나 19 사태로 반사이익 얻은 이커머스 업계…초특가 전략 적중

쿠팡·티몬·위메프를 비롯해 G마켓(이베이코리아)등 이커머스 업계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26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된 2~3월까지 2달 간 생필품 주문액은 품목에 따라 많게는 500% 이상 증가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건강기능식품·위생용품 등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1월20일~3월3일까지 매출 집계 결과, G마켓·옥션의 건강의료용품(마스크, 손소독제 등) 판매량은 전년비 598% 급증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온라인에서는 사재기 열풍이 불며 라면·햇반·간편식 등 생필품 수요가 가파르게 성장했다. G마켓과 옥션의 가공식품 판매량은 25%가량 증가했고, 신선식품과 건강기능식품도 각각 18%, 10% 매출이 늘었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일일 주문량이 약 220만 건에서 지난 1월 28일 기준 330만개로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연말 대비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후 250만개 안팎을 꾸준히 유지해오다가 3월에 접어들면서 300만 건으로 다시 확대됐다.

티몬도 2월 일평균 매출이 전월 대비 6.3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라면·생수·세제 등 주요 생필품에 대한 2월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생활용품 가운데 비누·핸드워시 매출은 무려 1242% 급증했고, 세제·섬유유연제 174%, 화장지 124%, 식품품목은 라면 575%, 즉석밥 151%, 생수 189% 늘었다.

위메프는 1월 28일부터 2월 27일까지 가정간편식 상품군 매출은 전월 대비 무려 490.79% 급등했다.

같은 기간 즉석조리식품 매출도 178.54% 올랐으며. 즉석국 76.45% 등 품목 매출의 증가폭도 두드러졌다. 라면, 컵밥도 각각 246.9%, 195.95% 증가했다.

이커머스 업계가 택한 전략은 수요가 급증한 상품을 타겟으로 기획 행사를 펼친 점이다.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생필품과 식품 등을 공략한 것이 적중한 것.

초저가 전략도 눈길을 끈다. G마켓은 4월 초까지 기획전 ‘슬기로운 집안생활’을 열고, 집에서 필요한 생필품과 식품 등을 최대 45% 할인 판매한다.

쿠팡·티몬·위메프는 각각 ‘골드박스(매일 오전 7시 품목 별 특가행사)’, ‘타임어택(매일 5차례 일부상품 한정수량 특가행사) ’, ‘투데이특가(매일 1시간 특가 행사)’ 등의 전략으로 맞서며 고객들에게 공격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쿠팡에 소속된 배송된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배송할 제품을 실어나르고 있는 모습. 사진=쿠팡

◆ 선결 과제도 남아…조기 품절 등 ‘안정적인 물량 확보’ 시급

다만 주문량이 크게 늘면서 이르게 마감·품절되거나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는 점은 이커머스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쿠팡과 마켓컬리는 전날 주문해 다음날 아침까지 배송해주는 '쿠팡프레시'와 '샛별배송' 등 빠른 배송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운 터였다. 그러나 식품·생필품 등 신선식품 주문량이 워낙 많이 몰리다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조기 품절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커머스 업계 대부분 자체 물류센터는 물론 3자물류(일반 택배 인력 등 제3자에게 위탁하는 것)까지 모든 공급물자를 총동원하고 나섰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는 최저가 할인과 배송 전쟁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매진하고 있지만 배송을 통한 경쟁력을 강화하려다 보니 물류비가 큰 폭으로 늘어나 외형성장에 한계를 느끼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면서 “제품에 대한 물량을 어떻게 안정적인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최저가 할인과 배송 전쟁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관련 비용 확대로 이커머스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이들 기업들은 중장기적으로 고객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다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MD능력·플랫폼 구축이 우위인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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