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서울 광진구 뚝섬유원지 한강 물오리.

[뉴스워치=김웅식 기자] 어미 곁에 남은 새끼 물오리는 이제 한 마리뿐이다. 몸이 제법 자란 새끼는 어미를 잘 따라다닌다. 가르쳐준 대로 물고기도 제법 날쌔게 잡는다. 이젠 떠나보내야 하는데, 새끼 혼자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어미는 걱정이 앞선다. ‘저런 집도 하나 없는데….’ 교육이 끝났을까. 어느 날 새끼 물오리가 떠나고, 어미는 홀로 남는다. 

중남미의 과테말라 고산지대에 살고 있는 인디언들 사이에는 ‘걱정 인형’이 전해 내려온다. 어떤 문제나 고민이 있으면 잠들기 전 인형에 말한 뒤 베개 밑에 넣고 자는데, 잠든 사이 인형이 주인의 걱정거리나 고민거리를 멀리 내다버린다고 믿는 것이다. 1.5센티미터의 작은 ‘걱정 인형’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 때 후회하고 고민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쓸 데 없는 걱정을 떠나보내려는 인디언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고 하겠다. 
 
철저하게 비우는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가신 법정 스님은 “행복의 비결은 우선 자기 자신으로부터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일에 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주었다.  

‘잎이 져버린 빈 가지에 생겨난 설화(雪花)를 보고 있으면 텅 빈 충만감이 차오른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빈 가지이기에 거기 아름다운 눈꽃이 피어난 것이다. 잎이 달린 상록수에서 그런 아름다움은 찾아보기 어렵다. 거기에는 이미 매달려 있는 것들이 있어 더 보탤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에서 기쁨을 누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많은 것을 가진다고 해서 꼭 행복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말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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