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국민 발안’ 헌법 개정안 추진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최근 국회의원 149명의 발의로 국민발안을 도입하는 '대한민국 헌법개정안'이 제안됐기 때문이다. 원포인트 개헌 추진인 셈이다.

핵심내용은 국회 재적과반과 대통령으로 정하고 있는 헌법 제128조 제1항의 헌법개정안 제안권자에 국회의원 선거권자 100만 명이상으로 추가하는 것이다. 즉, 유권자 100만 명이 원하면 직접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조항이다. 이는 대통령과 국회에만 주어진 개헌안에 대한 발의를 주권자인 국민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국회나 대통령만 개헌을 제안하는 것에서 국민 스스로 정치적으로 소외된 부분을 제안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직접 민주주의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헌법에 국민발안 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54년 헌법개정을 통해 도입된 뒤, 1972년 유신헌법에서 삭제된 바 있다.

문제는 국민발안제도가 ‘떼 정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국회의원 과반이 동의해야 헌법 개정을 발의할 수 있다. 유권자 기준으로는 2천여만 명이나 된다.

그러나 국민발안이 도입되면 100만 명의 서명을 받는 조직이면 언제든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게 된다. 국가 체제, 시장제도, 사유재산, 한미동맹 등 사회의 근본 통념과 도덕을 모조리 파괴하는 개헌안을 낼 수 있다고 일부 시민단체가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국민발안을 통해 100만 명의 동의로 헌법 개정안이 발의되더라도,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과 국민투표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특정세력이 마음대로 개헌을 좌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헌안 통과 유무와 별개로 정치적 혼란은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0만 명의 유권자가 헌법 조항을 발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떼 정치’가 대의정치에 비해서 무려 20배의 힘을 가지게 된다는 지적은 일견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 만으로도 정치권이 홍역을 앓았는데, 100만 명 이상의 찬성으로 수시로 개헌안이 발의될 경우 국가 혼란은 미루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헌법안은 발의가 되면 가부 결정만 하게 돼 정치권이 사생결단으로 치달아 국론 분열과 국력을 낭비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 국가 체제를 반대하는 세력들에 의해 개헌안이 무분별하게 발의될 경우 혼란은 야기될 수밖에 없다. 개헌안 발의에 동참했던 의원들이 발의 철회 의사를 밝히는 이유도 이 같은 문제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더라도 100만 명의 동의를 얻는 게 결코 어렵지 않다. 일부세력들이 정치적 반대세력들을 공격하는 장소로 변질되어 버린지 오래다.

온라인 전쟁이 국민발안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옮겨가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또한 개헌이 일부세력에 의해 극단적 생각들이 숫자에 의해 여과없이 제안되는 포퓰리즘의 장(場)으로 변질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따라서 일부 세력에 의해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본적 인권과 세금 등 국민발안으로 제안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 일정한 제한을 두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손경호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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