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뜬다’는 옛 말 …인기 꺾인 ‘공동 컨소시엄’
지방, 집값 상승 영향 ‘선호’…수도권, 건설사 간 잡음 영향 ‘비선호’
‘부실시공’ 논란 휩싸인 송파헬리오시티·고덕그라시움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코로나 19 악재 속 주택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예고 등 잇따른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형건설사들의 주택 정비사업 수주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이 가운데 여러 곳의 건설사가 합작 시공하는 ‘공동 컨소시엄’ 아파트에 관심이 쏠린다.

공동 컨소시엄 아파트는 대기업의 시공 능력과 특화 설계 등 브랜드 가치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지방의 경우 아파트 가격이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 여전히 치열한 ‘공동 컨소시엄’ 청약…집값 상승영향 직결

분양성적도 괜찮은 편이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건설사와 지역건설사 컨소시엄이 공동 참여한 재건축 단지 대부분 청약경쟁률은 평균 30대 1로 1순위 마감했다.

23일 금융결제원 청약시스템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2곳 이상 참여한 건설사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10곳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9 군데는 청약 1순위로 마감됐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은평구에서 공급한 ‘녹번역e편한세상캐슬2차’는 75.43대 1, 경기 수원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푸르지오수원’은 78.36대 1, ‘수원역푸르지오자이’가 37.25대 1로 치열한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방 성적도 비교적 괜찮다. 광주에서 분양한 ‘광주계림아이파크SK뷰’가 67.89대 1, 세종시에서 공급한 ‘세종자이e편한세상(L4)’이 42.44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감했다.

공동 컨소시엄 형태로 재건축을 앞둔 둔촌주공1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 올해, 공동 컨소시엄 아파트 10곳 분양 예정…5대 건설사 대부분 참여 

올해도 상반기에만 전국에서 대형건설사 컨소시엄 아파트는 6곳(2만5608가구·부동산114 집계기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인 곳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일대 ‘둔촌주공 재건축 1단지’ (1만2032가구)다. 이 단지는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대우건설 등 무려 4곳 건설사가 참여한다. 아울러 서울 은평구 수색동 일대 ‘수색13구역’(1464가구)도 현대산업개발·SK건설이 공동 컨소시엄으로 상반기 내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경기도는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 ‘수원 팔달8구역’(3603가구)에 대우건설·SK건설이 재개발 형태로 아파트를 분양한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이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일대에 ‘신흥2구역’(가칭)을 공급할 예정이다. 총 4774가구다. 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포스코건설도 같은 달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일대 민간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총 2430가구 규모의 ‘용현학익1-1블록’(가칭)을 분양할 예정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2개 이상 건설사가 시공에 참여하는 것은 그만큼 사업 규모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만큼 컨소시엄 단지를 만든다는 것 자체로 상징성이 크다”며 “게다가 브랜드 인지도에 따른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프리미엄 혜택까지 함께 누릴 수 있어 컨소시엄 단지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 컨소시엄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2008년 완공된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을 재건축한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단지 때문이다.

이 단지는 조성된 지 10년 만에 분양가 대비 2배 이상 훌쩍 뛰는 등 서울 송파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매김했다. 

한남3구역 일대 전경. 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동 컨소시엄 인기 ‘시들’…부실시공 논란 휩싸여

그러나 최근 들어 재건축을 앞둔 규모가 큰 단지 대부분 최근 공동 컨소시엄에 대한 관심도가 꺾이는 분위기다.

공동 컨소시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지역 재개발 최대어로 손꼽히는 재건축·재개발을 앞둔 정비사업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에 올라온 시공사 선정 공고에 따르면 올 하반기 신반포21차 재건축, 방배삼익아파트 재건축, 신용산역북측 제2구역 재개발 등은 입찰 자격에 ‘2개사 이상 공동도급 불가’, ‘업체 간 공동참여(컨소시엄) 불가’, ‘공동도급 불가’를 선언했다.

한남3구역를 포함한 신반포18차 337동 재건축조합, 노량진8구역 재개발 조합 등 조합원 측도 △특화 설계 어려움 △시공과정에서 건설사 책임 소재 불명확 등을 이유로 공동 컨소시엄에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건설사들은 보통 시공권을 확보하고자 경쟁사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 마련이지만 컨소시엄에선 그럴 요인이 적어져 조합 입장에서는 불리하다.

건설사마다 브랜드를 앞세워 특화 설계를 얘기하지만, 컨소시엄 특성상 특화 설계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조합 내부에서는 컨소시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 외 여러 건설사가 참여해 시공하면 책임이 분산돼 아파트 품질이 낮아진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실제로 공동 컨소시엄으로 시공사를 선정해 갈등으로 번진 사례가 있기 때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와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이 대표적이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삼성물산이 시공했다. 지난해 말 입주한 9510가구 규모의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그동안 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삼성물산이 시공한 송파구 헬리오시티에서는 시스템에어컨 등 문제가 지적됐다.

지난해 말 헬리오시티에 입주한 한 입주자는 “시공사가 서로 협의하면서 짓는다지만 책임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시공 품질이 낮아지는 등 시너지 효과가 나진 않는 것 같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SK건설·대우건설·현대건설이 참여한 고덕그라시움도 지난해 10월 입주를 앞두고 시공사가 서로 하자보수 책임을 미룬 데다 공용 엘리베이터 설치문제로 입주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내 한 입주자도 “저렴한 자재를 쓰고 커뮤니티 시설을 부실하게 짓는 등 문제가 있다”며 “지난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건설사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했으나 공동시공사들은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서로에 책임을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러한 이유로 공동 컨소시엄은 건설사끼리 대립하거나 사업 인허가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길 공사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일 시공에 비해 관리 인력이 중복투입 돼 공사비가 늘어날 우려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추세를 보면 공동 컨소시엄보다는 단독으로 공사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수도권은 단독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건설사에 아파트 하자 보수 책임권을 더 명확하게 요구할 수 있는 데다 집값 상승 면에서도 단독시공이 훨씬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지방은 공동 컨소시엄을 통한 아파트 시공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수요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최근 일부 중견 건설사들의 사업력이 약화돼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들을 믿고 맡겼다가는 오히려 아파트 가치만 하락할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단일 시공사와 공동 시공사를 정할지는 전적으로 조합이 판단할 문제이며, 책임 시공만 놓고 봤을 때는 단일 시공사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통해 수주 비용을 아꼈으면 명품 아파트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책임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공동 시공인 경우엔 그렇지 못한 경우도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 전경. 사진=연합뉴스

◆ 업계 전문가, 대내외 악재 속 ‘공동 컨소시엄’ 추세 지속 전망

다만 일각에서는 공동 컨소시엄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바로 코로나19 등 예기치 못한 대외 리스크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공사도 대내외적 경제추세가 반영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단정 짓기에는 조심스럽지만 코로나 19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 현상이 확산되는 데다 사이드카 발동 등 주가 폭락하는 등 경제 흐름이 불안하면 자재 공급 불안 등을 우려해 단일 시공보다는 공동 컨소시엄으로 사업 방향을 선회한 경우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독으로 공사를 진행하면 과다한 사업비 출혈로 조합 부담이 커질 수 있어 규모가 큰 사업장이나 사업비 부담이 우려되는 사업장은 위험 분산 차원에서라도 컨소시엄 방식이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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