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김웅식 기자] ‘저 아파트 사는데, 관리실에서 층간소음에 대해 이웃 간 피해주지 말라고 하루에 2번씩 방송하던 거 5번 이상 하는 거 보면 층간소음 어마어마하게 늘었나 보더라고요. 유치원 초등학생이 거의 집에만 있으니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네이버 Q&A 댓글)

요즘 코로나19에 감염될까 싶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외출도 아예 하지 않는 이른바 ‘집콕족’이 늘면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증가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1월에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분쟁 민원은 모두 1896건이었다. 대구·경북 지역을 비롯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난 지난달에는 2630건으로 1월과 비교해 38% 늘었다.

층간소음은 남의 일이 아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라면 한번쯤 피해를 주거나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건축 구조의 원인이 크다. 2014년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는 층간 두께와 바닥 충격음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에 층간소음이 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지난해 감사원에서 발표한 감사내용을 보면 개선된 내용이 없다. LH와 SH가 시공한 22개 공공아파트와 민간 건설사에서 시공한 6개 아파트의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전체 96%에 달하는 184가구가 사전에 인정받은 성능 등급보다 실측 등급이 하락했다. 60%에 해당하는 114가구는 아예 최소 성능 기준에도 못 미쳤다.

건설사의 시공 절차는 부실했다. 대상 아파트 중 88%가 시방서와 다르게 바닥구조가 시공됐다. 성능 인정을 받은 바닥구조재라 하더라도 견본 세대에서 소음 성능을 재확인한 후 본 시공에 착수해야 했지만, 절반 이상의 현장에서 시공상 편의를 이유로 이런 절차를 생략한 것으로 드러났다. 눈속임 시공을 했다는 말이 된다. 수익 창출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건설사의 과욕이 층간소음을 부추긴 측면이 있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아파트의 층간소음은 다양한 형태의 문제점들을 야기했으나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매년 약 2만 건의 분쟁·갈등이 발생하고 살인사건까지 벌어지는 등 공동주택 층간소음으로 인한 입주자 간의 갈등이 심해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아파트의 층간소음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위층의 바닥임과 동시에 아래층의 천정이 되는 콘크리트의 두께를 두껍게 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의 바닥두께가 두꺼워지면 그만큼 건축비가 늘어나게 되고 이는 곧 분양가 상승요인으로 이어진다.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바닥이 두꺼워지면 가구당 2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바닥두께 조절 외에 아파트의 층고(層高)를 높이거나 소음을 차단할 수 있는 신소재 개발 등 대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건축비용 증가 등으로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후배 K는 단독주택으로 이주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아래층과 층간소음 때문에 오해와 갈등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전세 보증금만 빠지면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갈 예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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