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미래통합당의 4.15총선 공천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혁신공천을 내세운 미래통합당은 불출마 또는 컷오프로 현역의원 상당수를 물갈이시켰다. 숫자상으로는 성공한 공천이라고 할 수 있으나, 내용면에서도 과연 성공한 공천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미래통합당의 공천은 3가지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손경호 정치학박사

첫째, 21대 공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돌려막기 공천이다.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인접지역구로 옮겨 공천받은 대표적인 인사는 김용태(서울 양천을→구로을), 정태근(서울 성북갑→성북을), 정미경(경기 수원무→수원을), 안상수(인천 중·동·강화·옹진→미추홀구을), 정우택(충북 청주상당→청주흥덕), 주호영(대구 수성을→수성갑) 등이 대표적이다. 20대 총선 당시 서울 종로에서 출마해 떨어졌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번 4.15 총선에서는 서울 광진을에 단수공천을 받았다.

타 지역으로 이동 요구를 거부한 홍준표, 김태호, 윤상현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했다. 공관위의 이 같은 타 지역구 공천은 정치인들이 쌓아놓은 지역기반과 지지세력을 ‘제로’로 만드는 행위다. 한마디로 당선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자폭공천’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통합당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X맨’ 공관위가 아니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공천 방식이다.

둘째, 대선주자․당대표급 중진 학살 공천이다. 대선주자급인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공관위의 험지 출마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단칼에 컷오프 됐다.

공관위는 홍준표 전 대표가 민주당 김두관 의원의 출마로 험지가 된 경남 양산을로 출마지를 옮겼지만 공천에서 배제시켰다. 2018년 불리한 선거 환경에서 당을 위해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김태호 전 지사도 당의 혜택 대신 컷오프 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러한 수모는 비단 이들 뿐만이 아니다. 충남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이인제 전 의원도 공천 배제됐고, 당대표를 지낸 안상수 전 창원시장은 자신의 옛 지역구인 과천·의왕에 공천 신청했으나 공관위가 청년 공천지역(퓨처 메이커)으로 선정해 공천에서 배제시켰다. 이 정도면 당대표·대선주자급 집단학살 공천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다.

셋째, ‘올드보이’의 귀환이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유정복, 서병수 등 전직 광역단체장이 전략․단수공천을 받았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현역인 박맹우 의원과 경선을 치러 승자가 공천권을 갖는다.

전직 의원들도 대거 빈자리를 채웠다. 권영세, 강승규, 이원복, 구상찬, 정태근, 조해진 전 의원 등 상당수 많은 전직 의원들이 공천권을 거머쥐었다. 선거때면 생각나는 ‘그 때 그 사람’들이 공천을 받은 것이다.

반면 공관위가 청년을 우대한다고 했지만 상당수 공천에서 추풍낙엽처럼 줄줄이 탈락했다.

김성용 전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1년 넘게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구를 관리해왔지만 경선 한 번 못해보고 공천에서 탈락했다. 1년 넘게 관리해온 지역구를 경선조차 하지 않고 빼앗고. 엉뚱한 지역구에 가서 경선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청년을 일회용 취급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결국 김 전 위원장은 청년들을 티슈처럼 쓰고 버렸다는 불만을 토로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미래통합당 공관위가 공언해 온 혁신공천의 목적은 무엇인가?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공천이라면, 대선주자․당대표급 중진 학살이 공천 목적이라면, 역대 총선 공천 탈락자 및 선거 낙선자를 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분명히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혁신과 비슷한 의미로 유신(維新)이 있다. 동아시아 근현대사에서 유신이라는 용어는 보통 위로부터의 개혁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일본의 메이지유신처럼 말이다.

우리에게는 유신이라는 단어가 ‘유신헌법’, ‘유신체제’ 등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혁신공천을 한다는 21대 공천이 유신공천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필자만의 생각일까?

손경호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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