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 “쿠팡, 경쟁상대 아니다…연 1조 적자사업 쉽지 않아”
유통분야, 200개 점포 통·폐합…오프라인 운영 안 되면 과감히 포기해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서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연1조의 쿠팡이 추진하는 경영방식은 한계가 많아 우리의 경쟁상대로는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한국판 아마존이라 불리는 쿠팡을 사실상 저격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국내에서는 온·오프라인 융합을 E-커머스를 통한 전자상거래(EC) 사업을 강화하고 해외에서는 호텔·화학 부문에 대한 투자를 통해 시장경쟁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그룹 주력인 유통 사업은 매장 통·폐합 등 기존 점포를 통한 성공 경험을 모두 버릴 것이며 사상 최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그룹 운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이번에 공개된 사업구상안은 최근 열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도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롯데의 신성장 전략에 대해서는 “석유화학 관련 (사업)이 주요 핵심축으로 삼고 있다”며 “올해는 약 10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생산 능력을 연간 100만톤에서 140만톤으로 40% 확대하겠다”면서 “아울러 유력한 기술을 보유하면서도 글로벌 사업을 펼치지 못하는 일본 회사가 많아 롯데케미칼을 주축으로 한 일본 기업 인수 합병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 사업에 있어서 “호텔 부문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향후 5년간 현재의 2배 규모인 전세계 3만 객실 체제로 확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17년 10월 서울 잠실 시그니엘서울에서 열린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식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네번째)과 롯데그룹 임직원들이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7년 당시 (왼쪽부터)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 송용덕 롯데그룹 호텔BU장,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 (오른쪽) 이재혁 롯데그룹 식품BU장,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 사진=연합뉴스

그룹 주력분야인 유통사업 운용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우선 유통 분야에서 대형마트(슈퍼)·전문점(양판점)·백화점 가운데 수익성이 없는 총 200개(20% 규모)의 점포를 올해 안에 통·폐합한다.

이렇게 되면 슈퍼는 536곳 가운데 대형점 중심으로 20%, 양판점은 591곳 가운데 20%, 백화점은 71곳 중 5곳은 문을 닫게 된다.

사실 롯데의 주력 분야는 유통 사업이다. 특히 롯데쇼핑은 그룹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온라인 쇼핑과의 경쟁이 치열한 데다 국내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지난 5년 간 롯데쇼핑 영업익은 30% 가량 줄었다는 것이 신동빈 회장의 설명이다.

신동빈 회장은 “기존에 추진해왔던 점포를 통한 경영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타개책으로 E-커머스 등 인터넷 사업 강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인터넷 사업을 일원화해 모든 제품을 가까운 (롯데)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해 편의점 등 1만 곳 이상 오프라인 매장과 인터넷의 연계를 강화해 매출을 확대하는 ‘옴니 채널’ 운영을 본격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쟁상대로 손꼽히는 ‘쿠팡’의 운영방식을 묻는 질문에 “매년 1000억엔 이상의 적자를 내면서도 주주로부터 보전을 받을 수 있는 기업과는 경쟁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최근 일부 계열사 사내이사직을 사임한 것도 신동빈 회장의 경영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신 회장은 최근 롯데쇼핑 사내이사직에서 20년 만에 사임했으며 그룹을 총괄하는 롯데지주사의 성격을 지닌 롯데제과, 글로벌 투자가 필요한 롯데케미칼 등 3대 핵심 계열사에 대해서만 등기임원을 맡기로 했다.

이 가운데 호텔롯데는 국내에서 상장(IPO)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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