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반포15차·반포3주구’ 등 서울 강남권 중심 수주 입찰
서초구 일대 ‘브랜드 뉴타운’ 형성해 고급화로 승부

서초구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국내 시공능력평가(이하 시평)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물산이 오랜만에 강남 재건축 수주전 참여를 예고하면서 건설업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1위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을 앞세워 3월부터 본격적인 수주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 정비사업 수주의 첫 신호탄은 ‘신반포15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오늘 9일 마감을 앞둔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 조만간 입찰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조합 측에도 입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신반포15차 재건축 공사는 강남 금싸라기 땅에 지어지는 등 상징성이 큰 사업인 만큼 그동안 진행해왔던 재건축정비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조합 측에 입찰·수주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전달했다”며 “조합 내부에서도 래미안에 관심도를 보이는 분들이 많아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신반포15차는 반포동 12번지 일대에 지하 4층∼지상 35층 6개동 641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조성하는 재건축 정비사업이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는 2400억원 규모다.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와 ‘아크로 리버파크’ 사이에 있는 데다 2015년 마지막 수주를 따낸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와 인접해 있어 인지도가 높다.

지난 1월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을 포함한 현대건설·대림산업·롯데건설·호반건설 등 6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레미안 퍼스티지 아파트 전경.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래미안’ 등판 소식에 주택정비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지난 2015년 서초구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입찰에 참여한 이후 약 5년 만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돼 지역 곳곳에서 혼탁양상이 벌어져 참여하기 쉽지 않았다”며 “최근 들어 정부당국과 지자체 등 시정 노력의 결과 정비사업에서 공정한 ‘클린 수주’가 가능해졌다고 판단해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입찰에 참여해 나서고자 한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은 시공능력평가(이하 시평) 1위를 달리고 있는 래미안 브랜드와 신축 아파트 건축 노하우 등을 내세워 2010년 대 초반까지 공격적인 아파트 수주 활동을 벌여왔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다수의 랜드마크 단지 수주에 잇따라 성공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비사업에서 수주성공을 이끌었던 삼성물산은 2016년 돌연 정비사업 시장에서 철수하기에 이른다. 이유인즉슨, 대형건설사를 포함한 건설업체들이 저마다 OS용역업체를 앞세워 빈번했던 부정행위에 휘말리는 것을 막고 ‘준법경영’에 발맞추기 위해 정비사업을 중단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이다.

올해부터는 최근 그룹에서 출범시킨 준법감시위원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정부에서도 '클린수주'를 시책으로 표방하면서 복귀에 청신호가 켜져 해볼만한 싸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전경./사진=연합뉴스

신반포15차 다음 타깃은 ‘반포주공1단지 3주구’다. 삼성물산은 다음 달 입찰을 앞둔 서초구 재건축 사업에도 입찰의향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곳은 HDC현대산업개발의 불찰로 건설사와 조합원 간 소송이 진행되고 있지만 한강변 노른자위 땅에 조성되는 단지인만큼 대형 건설사들이 관심을 나타내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진행된 현장설명회에서 입찰보증금 10억원을 참여 업체 중 가장 먼저 납부하는 등 입찰 의지를 곤두세웠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도 입찰 참여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달에는 주택정비사업과 일반 개발사업 분야 협력업체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추진해 공격적인 입찰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물산의 정비사업 복귀를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5년 넘게 수주 공백이 있었지만, 래미안 브랜드 인지도와 시공능력평가 1위 프리미엄은 여전히 굳건하다”며 “향후 서울과 수도권을 둘러싼 대형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 경쟁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강남 재건축 정비 사업이 워낙 경쟁이 치열해 컴플라이언스를 지키면서 수주전에 승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나마 최근 정부가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강도 높은 규제와 정부당국과 지차체 간의 촘촘한 감찰을 통해 수주전 혼탁양상이 많이 완화해졌지만 그동안 주택정비사업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

이에 삼성물산이 지금은 반포3주구 입찰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등판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7년에 추진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사업이다. 시공비만 2조8000억원일 정도로 규모가 큰 사업이었으나, 막판에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입찰 의향서를 제출한 행위 자체로 업계에선 긴장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다만 최종입찰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