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김웅식 기자] "우리 회사가 수주한 공사의 발주처로부터는 공사비를 많이 받으려 하고, 우리가 일감을 준 하청업체에는 가급적 공사비를 적게 주려고 한다." 

어떤 건설사든지 상황에 따라 도급자로서 원청사가 될 수 있고, 때론 일감을 받는 하청업체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공사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건설사는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건설사 사전에 ‘밑지는 장사’란 없다고 보는 게 옳다. 치열한 경쟁 끝에 공사를 수주한 시공사 입장에서는 이익을 남기려고 할 것이다. 어떻게 하든 수지타산을 맞추려고 애를 쓸 것이다. 그러자면 공사기간을 단축하거나 싼 자재나 인력을 사용해 비용을 아낄 수밖에 없다. 저비용은 부실공사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건설공사와 관련해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가령 어떤 사회간접투자(SOC) 사업에 편성된 예산이 1000억원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발주처에서는 예산절감이라는 명분으로 공사비를 깎아 600억~700억원에 공사를 발주하는 것이다. 애초 1000억원이라는 예산은 제대로 된 시설물을 만들려면 그만큼의 돈이 투입돼야 하기에 책정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왜 공공기관에서는 제값 들이려 하지 않고 공사비를 대폭 깎아 발주를 하는 것일까. 그렇게 해도 온전한 시설물을 완공할 수 있을까? 공사비 후려치기는 마치 ‘요술 방망이’ 같아 요상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건설현장에서 많이 발생하는 갈등원인은 공사비다. 도급 건설사는 들인 만큼 비용을 제대로 받으려 애를 쓰고, 그것이 안 되면 소송을 제기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특히 SOC 사업의 경우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발주처에서 임의로 공사비를 증액할 수는 없고, 갈등이 발생하면 소송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청업체는 원하는 만큼 공사비가 지급되지 않으면 공정위 제소로 가거나 집단행동도 불사한다.

지금은 현대건설이든 대우건설이든 삼성물산이든 직접 고용한 노동자와 장비가 없다. 모든 대형 건설사가 하도급을 주고 하청업체 관리만 하는 상황이다. 엄밀히 말해 이들 건설사는 시공사가 아니다. 공사를 따와서 하청을 준 다음 관리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상 원도급 업체들은 중개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원청업체는 발주처로부터 추가공사비를 받으려 소송까지 불사하며 항변하면서 정작 본인들이 진행한 현장의 하청업체에서 추가공사비를 요구하면 책임이 없다며 발을 빼거나 외면하는 슬픈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전 하청업체로 원자력발전소 공사를 하면서 소송으로 추가공사비 받으려 하면서도, 같은 현장의 하청업체에는 추가공사비 지급을 안 해 민원이 발생한 것은 이를 잘 방증하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 1999년 하도급법 위반 행위 억제를 위해 '하도급 벌점 제도'를 도입했지만 현재까지 영업정지를 받은 기업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소 34개 업체가 벌점 기준을 넘겼음에도 이 가운데 3개 업체에 대해서만 입찰 참여 제한을 의결해 하도급 갑질을 막기는 커녕 불공정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묵은 건설사 하도급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직접시공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직접시공제란 공사를 수주한 원도급 업체가 하도급 업체에 맡기지 않고 직접 공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건설사들이 직접 건설 노동자들을 채용하면 대우가 많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 도급 순위 50위 안에 있는 대형 건설사들이 채용하는 것과 지금처럼 하도급 업체가 인력사무소를 통해 노동자를 채용하는 것은 처우가 다를 수밖에 없다. IMF 외환위기 시대를 기점으로 대형 건설사들은 타워크레인 기사나 덤프트럭 기사를 직접 고용하고 있지 않다. 시공사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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