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대기업, 사업장 폐쇄될까 노심초사…자가격리·방역 조치 등 대응에 사활

열화상 카메라 설치된 현대차 울산공장.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대구와 경상남북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데다 국가 산업 중추로 손꼽히는 구미와 울산마저 코로나19에 뚫리면서 산업계가 초비상에 걸렸다.

이에 대구경북 등 영남권에 공장과 생산시설을 둔 기업들은 ‘TK발 연쇄 셧다운’ 이 발생할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주말 동안 구미국가산업단지가 있는 경북과 창원국가산단이 위치한 경남, 생산공장이 밀집한 울산 지역에서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업장이 폐쇄되면 산업계 전체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아직 생산·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 방역작업과 예방 교육 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에 있는 현대차2공장. 사진=연합뉴스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대구·경북 등 '영남벨트' 확진자 급증…부품 생산 차질 우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자동차 업계다. 이들은 부품 부족 사태의 재발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선 모두 6명이 자가격리 중이다.

신천지 교회 관련자가 4명이며, 사망 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근로자가 근무했던 경주 서진산업 출장자와 경북지역 의원을 방문했던 협력업체 직원 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구·경북에 적을 둔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업체는 60여 곳이다. 이들은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 등 중국산 부품 수급 부족에서 위기를 벗어나는 듯 보였으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악재가 터지면서 부품 수급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또 다시 놓이게 됐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대구·경북 부품업체가 코로나19로 공장가동을 멈추면 국내 완성차 업체 입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업계는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면 인력 수급 등 어려움으로 공기가 지연돼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영등포구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건설업계, ‘코로나19’ 뚫린 건설현장에 초비상…장기화시 타격 불가피 

건설현장도 비상이 걸렸다. GS건설은 지난 21일 본사 근무직원 가운데 접촉 의심자가 발생해 방역작업을 진행했으며, 경북지역 일부에서도 건설 현장 근로자 중 확진자가 발생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북 성주군 성주대교 확장공사에 투입됐던 건설근로자는 지난 21일 대구 서구보건소로부터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에 해당 공사현장은 작업이 전면 중단됐으며 현장에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다음 날인 22일에는 경기도 이천에서 확진자 2명이 발생했다. 이들은 한국수자원공사 광역상수도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한집에서 생활한 직장동료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 특성상 중국 출신 근로자가 많은 데다 여러 현장을 돌아다니며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확진자가 한 사람만 생겨도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건설현장 인력 수급이 어려워져 건설사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건설 현장에 확진자가 증가하면 공사 자체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사로서는 공사가 연기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일반적으로 천재지변이나 전염병 확산 등에 따른 공기 지연은 공사별 계약조건에 따라 시공비 상승 및 보상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기업에서 진행되는 건설공사는 대부분 총액계약형태라 천재지변이나 전염병 등 특별한 사유가 발생해도 대부분 공기 연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건설사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울산광역시 남구 석유화학공단. 사진=연합뉴스

“안그래도 힘든데”…'인력 구조조정 카드’ 꺼내 든 정유·석유화학 

정유·석유화학도 지난해 업황 부진이 반영된 데다 코로나19 사태 등 겹악재로 허덕이고 있다.

특히 S오일(에쓰오일)은 업황 악화로 명예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완화되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상황이 진전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서다.

여객 항공편 운항 수가 줄어들면서 항공유에 대한 수요도 15~2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 악화가 이어진 관계로 올해는 돌파구 마련에 사활을 걸었지만 코로나19라는 돌발 악재가 발생하면서 시장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1분기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이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회사 차원에서는 사업 포트폴리오 구조조정, 신사업 투자 강화 등으로 출구 모색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 기업들이 실적 반등에 고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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