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체제, 모빌리티 게임체인저로 승부수…엘리엇 철수로 지배구조 개편작업도 탄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 개막을 둔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한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데이 뉴스 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정몽구 회장이 1999년부터 21년간 맡아왔던 현대차 등기임원에서 퇴진한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공식적인 ‘세대교체’ 신호탄인 셈이다. 이로써 그룹을 총괄해왔던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입지가 한층 더 굳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V자’ 반등으로 실적개선을 이뤄내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올해부터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비행체 같은 모빌리티 신사업을 통해 현대차그룹을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익성 개선과 모빌리티 사업 강화를 함께 이뤄내 완성차 제조를 넘어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키워낸다는 복안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17일 수소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수소위원회와 인터뷰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수석부회장, 3월 정기 주총 ‘현대차 이사회 의장’ 가능성 유력

현대차는 지난 19일 정기이사회를 통해 다음달 19일 열리는 제5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정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다음 달 16일부로 만료되며, 현대차 미등기임원과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사내이사에서만 물러날 뿐 회장으로서 역할은 당분간 계속 이어간다”고 강조했다.

이에 차기 의장을 누가 맡을 것인가를 놓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을 맡을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다.

정 수석부회장은 다음 달 19일 주총 후 현대차 이사회 의장으로 추대돼 명실상부한 그룹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질 것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사실상 ‘정의선 체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사회 의장직을 넘겨받는 부분도 시기를 조율하는 과정이 남아있을 뿐 이미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지난해 주총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기아자동차 사내이사에 올라 실질적인 경영을 담당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으며,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 4곳의 사내이사도 함께 맡고 있다.

이달 14일 열린 현대모비스 정기이사회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체제로 힘을 모으는 것은 대내외적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데다 일관되고 책임감 있는 경영과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는 판단에서다.

2018년까지만 해도 정 회장이 주재하던 그룹 시무식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 연속 정 수석부회장이 주재해왔다.

젊은 리더십으로 자율복장제, 수시채용 전환 등 현대차그룹의 조직문화 변화에 앞장서고 있으며,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을 포함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업체로 전환하는 작업도 정의선 수석 부회장의 작품이다.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모빌리티 사업’ 티저 이미지컷.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체제'' 상당 부분 진행…수익성 개선·미래차 대규모 투자 추진

정몽구 회장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정의선 체제’에 힘을 실어주게 됨에 따라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경영행보는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변방에서 미국·유럽으로 진출하던 ‘양적 성장’ 시대에서, 자동차가 아닌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화’가 본격화되는 는 셈이다.

실제 현대차는 내달 주총에서 사업 목적에 모빌리티 등 기타 이동수단과 전동화 차량 등 충전 사업을 추가하는 정관 변경도 추진한다. 이는 지난해 말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모빌리티 △AI(인공지능) △로보틱스 △PAV(개인용 비행체) 등에 2025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한다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조치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CFO→등기이사 선임’ 재무역량 강화 

정몽구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났지만 그의 최측근이었던 재경본부장인 김상현 전무를 신규 이사로 등판시켜 남은 과제인 재무역량 강화해 미래먹거리 확보에 집중하고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등기임원에 앉힌 것은 수익성 개선도 있지만, 이사회의 재무적 의사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는 미래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과도 맞물려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현대비앤지스틸을 제외한 모든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들이 CFO를등기이사로 선임하고 있다”며 “미래 분야에 투자해 지속 성장을 하기 위해 수익성에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경영진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올해 목표를 영업이익률을 5%로 제시 수익성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며, 특히 자동차 부문은 2025년까지 영업이익률을 8% 수준으로 상향할 방침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직까지 맡을 경우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남은 과제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그동안 경영권을 위협해왔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최근 그룹 지분을 모두 매각함에 따라 2018년 무산됐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걸림돌이었던 엘리엇이 철수한 데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영업이익도 두자릿수 이상 반등하는 등 실적도 개선되고 있는 만큼 정 수석부회장의 미래 구상 행보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평가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실적에 나타난 영업이익 증가는 주요시장 판매율 개선과 인센티브 감소효과 등에 따른 것으로 자동차부문 수익성 개선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며 “재무분야도 신차판매 증가와 대손비용 안정화 등이 반영되고 있어 정의선 체제가 안정화될 수록 실적이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